최근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야기된 범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환경오염, 자원고갈을 불러온 인간의 소비행태를 자성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놓고 제도 개선과 의식변화, 실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환경의 날이 있던 지난 6월. 많은 환경단체들 가운데 유독 에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에코붓다(대표 유정길)’를 찾았다.

 

환경단체 에코붓다가 자리한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이곳은 쓰레기가 없는 건물이다. 일회용 용기는 물론, 캔이나 봉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회관 입구에서부터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에서도 휴지를 찾아볼 수 없다. 단체의 환경이념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는 대신 물을 이용한다. 각 화장실 칸마다 샤워기를 설치하여 물로 씻어내고, 천으로 닦아내는 것이다.
“처음 회관을 찾는 사람들은 꺼리는 경우가 있어서 비데를 따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뒷물을 이용하고 있지요.” 김인순(47) 에코붓다 환경사업팀장의 말에 의하면 회원들의 가족 모두가 집에서도 휴지를 쓰지 않는 등 뒷물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한편 정토회관 내 식당은 뷔페식 시스템을 도입, 먹을 만큼의 양을 스스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스님들의 발우공양(鉢盂供養) 정신을 현대화시킨 것이다. 불교의 전통식사법인 발우공양은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먹고, 고추 가루도 하나 남기지 않고 숭늉을 부어 깨끗이 닦아먹는다. 단체는 이런 발우공양의 전통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개인의 식생활습관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정토회관 옥상.

 조리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나오는 음식물은 지렁이를 이용해 자연분해하고 있다. 정토회관 옥상텃밭에는 지렁이가 만들어낸 퇴비(분변토)를 이용하여 토마토, 고추, 가지, 상추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렇듯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 단체의 목표다.

생명존중사상을 바탕 삼아
에코붓다는 1988년 3월에 ‘한국불교사회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 1994년 환경부로부터 ‘한국불교환경교육원’으로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2005년부터는 ‘(사)에코붓다’라는 새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사회에 환경문제를 제기하면서, 생명존중사상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토대로 새로운 환경윤리를 정립하고 사회화 하는데 심력을 기울여왔다.
현대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만큼, 교육을 주요한 과제로 삼아 각계각층의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생태학교, 생명운동 아카데미, 생태기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환경단체간의 네트워크, 학술출판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인순 팀장은 “우리가 실천하는 환경이념이 시민들의 생활양식 전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붓다란 말 그대로 ‘eco’와 ‘buddha’의 합성어로 생태적인 각성을 통해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불교 정토회(대표 법륜스님) 산하의 조직으로 에코붓다는 종교와 사회운동 두 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라 하면 개인의 완성, 혹은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운동의 영역은 사회의 완성 즉, 사회변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 이들은 이 영역이 둘로 나누지 않고, 동시에 활동을 한다. 에코붓다가 속한 정토회는 국제구호, 통일, 환경의 영역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밥상에서 실천하는 환경 사랑
단체는 1999년 이후부터 풍요와 소비의 상징인 쓰레기 문제를 화두로 하는 ‘쓰레기제로운동’을 통해 대안 사회를 일구어가고 있다. ‘쓰레기제로운동’은 생활 속에서 직접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운동으로 쓰레기를 제로화 시키려는 노력 속에서 소비주의적인 생활양식을 반성하고,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을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의 일환으로 에코붓다는 빈 그릇 운동과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빈 그릇 운동은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어 남기지 말자는 운동이다. 이로써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실천하고, 그렇게 아낀 자원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취지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자신이 아낀 음식물을 굶주리는 이웃과 나누겠다는 마음을 담은 성금 1000원을 기부한다.
이 운동은 지난 2004년 경북 문경의 정토회 수련원에서 정토회원 1000명이 서약하면서 출발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이듬해에는 다른 종교의 단체들이 종파의 차이를 넘어 적극 참여하면서 100만 명 서약이라는 새 목표를 내걸었고, 이 목표는 7개월이 안 돼 달성했다. 이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서울시 양천구와 음식물 쓰레기 제로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개발 및 상호협력을 위해 빈 그릇 협약식을 체결하여 2009년까지 음식물류 폐기물을 절반 가량 감량했다.
또한 학생들이 서약자로 참여한 많은 학교에서 급식 뒤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휘경여고의 경우 1학년 2개 반의 학생들이 빈 그릇 운동 동참을 서약한 것이 주변의 다른 학급에까지 영향을 끼쳐 급식 뒤 나오는 음식쓰레기가 서약 이전의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또 인천의 부흥중학교에서는 학급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무려 15%로 감소하는 등 성과를 내었다.
현재 빈 그릇 운동 ‘음식물 남기지 않기’는 전국 1000여 개 학교가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지역사회로까지 전파되어 지자체 운동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김인순 팀장은 “지금까지는 주로 학교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운동을 펼쳐왔으나, 앞으로는 정부 정책으로 입안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물품 생산, 여성용품까지 다양
에코붓다는 요즘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환경사랑 실천을 위해 강연이나 세미나와 같은 이론적 교육방식에서 탈피, 개개인의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을 고민하고 있다. 소박한 생활을 통해 검소하게 사는 것이 새로운 문명의 대안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뭐든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한 생각에 대한 자체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봐요. 기업들이 일회용품을 생산하면 소비자들이 가려서 사지 말아야 하고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들도 유통을 중단하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겠죠.”
에코붓다에서는 십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단체가 진행하는 환경상품사업 품목을 살펴보면 대안생리대인 개지미를 포함해 다용도 주머니, 방수 주머니, 앞치마 손수건, 개인 컵, 수저 주머니, 아크릴 수세미 등 7가지가 있다. 이 중 다용도 주머니는 장을 한번 보고 나면 자잘한 야채를 담기 위해 비닐봉지가 쓰이고, 또다시 장을 본 물품을 전부 담기위해 더 큰 비닐봉지가 사용 되는 게 보통인 현실을 감안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한편 생리대의 일환으로 나온 개지미는 용도와 취향에 맞게 디자인되어 생산과 품절을 반복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록 아직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리대의 상품성에는 못 미치지만,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수고만 하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썩는데 100년이 걸리는 일회용 생리대가 연간 29억1800만개가 넘게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런 일회용 생리대의 폐기물은 처리과정에서 다시 환경유해 물질을 내뿜어 우리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환경운동, 일상에서 실천해
에코붓다는 별도의 자금이 없이도 잘 운영되고 있다. 회원 전원이 무보수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등 그들 스스로가 소비활동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붓다에선 환경운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지 말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어요. 이론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실제로 운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죠. 그래서 누구나 실천의지만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김 팀장은 그 예시로 생활 속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법을 소개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냉장고 정리. 냉장고에 어떤 음식이 들어 있는지를 파악해 식품 목록을 적어 냉장고에 붙여 두면 식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가정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이렇듯 단체는 개인의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의 실천이 환경운동의 최우선 과제라고 여긴다. 친환경적 실천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거나, 삶의 태도와 생활양식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모든 실천의 궁극적인 시작도 개인적인 노력과 친환경적 생활양식의 의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에요. 친환경적인 삶이란 개인의 변화에서 시작되면서 동시에 개인적 변화로 완결되는 것이죠.”
또한 이를 위해서는 집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각 사무실마다 팩스나 프린터주변에 이면지함을 설치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정기적으로 수거하도록 하는 일, 그것을 처리할 담당자를 정하는 것 등, 전등 위에 절약을 위한 방법이나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 등, 모두가 친환경적 내부 시스템인 것이다.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를 전제로 하면서 동시에 특별한 노력이 없다 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시스템의 변화이다. 에코붓다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개념을 확산시키면서 삶과 의식의 모든 패턴을 바꾸는, 근본적 환경운동을 지향해 갈 작정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및 제도, 기업의 역할, 국민의 생활 실천의 3박자가 맞춰질 때 범국민적 환경 운동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소소한 의식이 개인의 변화를 만들고, 개인이 모여 우리 사는 사회가 형성되듯 이들의 작은 노력은 보다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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