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8개 언어로 방송되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한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이민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개설됐다. 해당 국가의 DJ가 모국어로 방송하며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이라는 취지에 맞게 그 나라의 음악을 주로 선곡한다. 원어민 DJ들은 다문화가정 및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사는데 필요한 정보를 뉴스 형식으로 보도하고 이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결혼이주민,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 장기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떠오르며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웅진재단은 (주)디지털 스카이넷과 함께 2008년 8월 국내최초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시작했다. 국내거주 다문화가족들을 문화적으로 보듬어주고 한국생활의 적응을 도와 사회적 소통과 통합에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디지털리디오 키스 편성제작국 최규용 PD는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 좋지 않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웅진재단과 제휴해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영어), 태국, 아랍, 러시아, 몽골, 일본 등 8개 언어별 프로를 시간대별로 현지 출신 원어민 DJ가 모국어와 한국어로 진행한다. 모국의 전통 및 현대음악을 주로 소개하면서 모국과 한국의 문화와 뉴스, 한국말 배우기 등 한국생활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각종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재작년에는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영어) 태국어 등의 라디오방송(스카이라이프 오디오 음악방송 채널 855, 씨엔엠 케이블방송 채널 811)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아랍어 러시아어 몽골어 일본어 방송(스카이라이프 채널 856, 씨엔엠 채널 812)을 추가했다. 현재는 스카이라이프, 전국 케이블, 인터넷(IP)TV 등을 통해서 방송하고 있다. 방송은 웅진재단(www.wjfoundation.or.kr)과 디지털 라디오 키스(www.radiokiss.co.kr)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2개의 채널로 하루 24시간 매일 방송되며 1회 90분 단위로 언어별 교차 편성된다. 원어민 DJ들은 한 나라가 아닌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아랍의 경우 인도네시아 터키 등 아랍 언어권 사람들이 주요 청취자가 되는 것이다.
원어민 DJ는 대사관 등의 추천을 받아 방송 진행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 및 교육했다. 각 나라는 이주민 동포 통계조사를 근거로 한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언어권 사람들을 조사해 1위부터 8위까지 선정했다. 작년에 새로 나라를 추가할 때 아랍 DJ는 음악방송 관계자가 이집트 현지로 날아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디지털리디오 키스 편성제작국 최규용 PD는 “다문화 사회를 향해 가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 오는 외국인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통해 한국인들이 다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들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한국 사람에게  사연이 오면 정말 반가워요”

나카에다 시오리(36) 일본

“다문화가족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서울 마포구 염리동 디지털라디오 키스 스튜디오. 일본 출신 DJ 나카에다 시오리(36) 씨가 방송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일본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을 비교하거나 짤막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하기도 한다.
“결혼이주민 여성들은 오래전에 한국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1990년대 음악이나 옛날 음악을 주로 선곡하고 있어요.”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빠져 한국에 온 나카에다 씨는 친구에게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에서 DJ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 방송국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일을 했다. 방송국 계열사에 음악 출판사가 있어 음악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DJ 외에 KBS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KBS에서는 토크 프로그램,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하죠. 그중 토크 프로그램과 한국어 프로그램은 진행까지 맡고 있습니다.”
나카에다 씨는 그동안 음악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한 덕분에 음악적 조예가 깊어졌다. 그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원고 소재도 음악에서 찾는다. 일본에 있었을 때 자주 들었던 음악을 떠올리며 추억이 깃든 음악을 소개한다. 유행가의 경우는 기사를 찾아보는 편이다.
요즘 그는 한국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감각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말이 빨라지거나 늦어지지 않게 리듬을 익히려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한국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왜 재단은 다문화에 지원을 하느냐고 묻더군요. 그 말을 듣고 다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국인은 법적인 지원이 가능하잖아요. 그러나 헌법상 외국인에게 보장되는 권리는 생존권뿐이에요. 외국인은 문화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권리를 위한 지원도 재단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것 같다는 나카에다 씨는 “일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방송을 듣는 필리핀 사람들과  피드백이 이뤄질 때 정말 행복해요”

마리아 레지나 알퀴자(27) 필리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한국인과도 만날 기회가 많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진행하는 필리핀 출신 DJ 마리아 레지나 알퀴자(27) 씨. 그는 필리핀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6년 이화여대에서 외국 학생들을 위해 주는 장학금을 받아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은 이화여대언론홍보영상대학원에 다니고 있죠. 라디오는 필리핀 대사관에 프로그램에 관한 공고가 떠 방송국 아나운서 일을 하고 싶어 지원하게 됐어요.”
알퀴자 씨는 한국에 있는 필리핀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뉴스레터 발간 관련 일을 했지만 요즘은 노동자 상담원 등 남을 위한 활동을 한다.
“필리핀 노동자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대학연합 한국필리핀학생회에서는 회장으로 활동했죠. 명동성당에서 영어 서비스도 하고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어요. 또 사진학회 클럽도 만들었어요.”
그는 필리핀 사회의 주요 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에 있을 때는 에이엠 방송국 인턴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전공이 미디어 쪽이어서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DJ 일이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고향인 필리핀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게스트 코너에서 필리핀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가장 즐거워요.”
그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다문화 관련 현상들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최근 들어 정부, 비정부, 비이익 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게스트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항이다.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면 발전 상황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도 전보다 외국 문화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단기간에 급성장 하고 있는 현상인데 이것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거든요.”
앞으로도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알퀴자씨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활동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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