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천사원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누야하우스 문태주(37) 팀장은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 가족을 위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려 한다. ‘내가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장애인들의 부모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 공익적인 목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문태주 팀장을 만났다.

기업을 통한 자립 확대
문태주 팀장은 발달장애 동생의 영향으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족 중 한 명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나머지 가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치료, 교육, 자립 등의 과정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형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늘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하죠. 가족들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내색하지도 못합니다.
문 팀장은 장애인들이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적어도 제가 속한 영역에서 만큼은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제대로 자립할 수 있는 질적인 복지를 하려 합니다. 사회복지의 핵심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세금을 내는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는 지역사회재활팀에서 장애인들에게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하는 CBR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자립’이라는 것을 깨닫고 2002년에 직업재활 시설이 있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누야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누야하우스에서는 60명 정도의 지적 장애인들이 천연 비누, 화장품, 세제 등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유통,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임가공만 하던 이곳을 제가 다른 직원들과 천연 화장품이나 비누 쪽으로 아이템을 잡아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초기에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보호작업팀으로 있었으나 지금은 독립해 누야하우스라는 예비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전환 됐습니다.”
복지관 소속이었던 누야하우스는 2006년에 직업재활시설로 분리됐다. 그는 이곳에서 사업 팀장을 맡아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서는 수입을 올려야 되기 때문에 외부 자금 유치와 신제품 및 기술 개발 등의 일을 진행한다.
“업체 개발, 생산, 영업 등 사업적인 것은 제가 총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사업장에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들어와 있습니다. 저희가 자본을 끌어 온 것이죠. 마케팅 같은 경우도 경영 컨설팅 회사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원을 개발해 이곳에 필요한 기술, 마케팅, 경영자문 등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복지 서비스 활성화
그동안 누야하우스가 안정화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영 전공자가 아닌 사회복지사가 신제품을 개발하고 영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자원을 개발해 나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죠.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일반 인력에 비해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이 적어 재고가 부족할 때가 많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위험물질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다치거나 피부가 상하는 등 여러 가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작업 중 휴대용 가스버너가 갑자기 터진 적도 있었다. 일반 사업체처럼 일처리를 빨리 진행할 수 없어 문 팀장은 많은 시간을 들여 훈련을 반복했다.
“지금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안정화가 된 상태입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서 공익근무요원 등 정부가 지원하는 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죠. 전에 비해 장애인들의 급여도 많이 올랐습니다.”
현재 누야하우스 제품은 온라인, 오프라인 등 다양한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 높은 편이다.
일이 익숙해지면서 장애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했다. 단순 포장만 하던 경증 장애인들은 원료를 찾고, 비누를 만드는 것을 스스로 할 만큼 직업 능력이 향상됐다.
“장애인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직무를 창출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굉장히 뿌듯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복지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독립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팀장은 장애인들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 지급,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해 최소한 몇 명이라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위주의 정책 보다는 민간 기업들도 복지 사업에 뛰어들어 불편한 일을 해결하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불편함이 있습니다. 교육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여러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는 게 복지입니다. 민간 기업도 복지를 사업화해서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대가를 받아 불편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사회적인 서비스 제품이 생겨나는 것처럼 복지 아이템이 활성화 돼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단순한 수혜복지가 아닌 사람들이 투자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복지 서비스 체제로 전환돼야 고용 창출도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서비스처럼 복지도 확대돼야 합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도 자생할 수 있는 장애인 고용 시설을 만들어 공익적인 목적의 고용을 창출하고, 복지 아이템을 이용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면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힘들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고용 안정화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저 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그룹홈, 기숙사 등 장애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누야하우스의 최종 목적이다.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고용시설을 통해 장애인들의 가정이 힘들지 않게 살아갔으면 한다는 문 팀장. 그의 바람대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시스템이 적극 활성화 되어 사회적으로 체계화된 서비스가 갖춰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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