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장안동에 위치한 나눔의 주유소.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주유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곳은 장애인 및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인 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장애를 가진 9명의 직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희망 가득한 주유소를 찾았다.

장애인 고용 창출
현재 주유소는 인력 부족으로 가출 청소년 및 외국인들의 불법고용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선입견과 인식 부족으로 장애인들은 고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주)나눔의 일터는 나눔의 공동체를 위한 회사를 설립해 장애인 재활사업을 전개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맞춤훈련 협약을 맺고 장애인들에게 스팀 세차, 코팅, 광택, 실내 크리닝 등 자동차 외장 관리 등을 교육시켰다. 이들은 주유 및 세차 업무가 가능한 양질의 기능 인력으로 훈련받아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이종철 기획관리 본부장은 “지적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세차장을 운영하다 교육과 훈련을 시키면 주유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주유소를 설립했다”면서 “서울에 GS칼텍스 산하 14개 주유소와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눔의 일터는 장애인 자녀를 둔 임원진들이 장애인들의 자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지난 2008년에는 강동구 도시관리공단과 세차장 운영 계획을 맺어 노동부장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됐다. 또한 2009년에는 스팀세차 브랜드 ‘봄날 고양이’를 개발해 체인 사업을 본격화 했다. 교육센터를 건립해 장기구직자,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무상 기술교육과 창업을 진행하고 코팅, 광택 등 자동차 외장관리와 사회연대은행과의 제휴도 추진했다. 사회적 기업의 책임을 위해 전 매장에 세차 1대당 1000원의 기부금도 조성했다. 올해 초에는 수원시 장안동 주유소와 임차 계약을 맺어 새로 주유소를 오픈했다.
서울 강동구 봉천동 본사에서는 10군데 세차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총 42명으로 이 중 장애인 근무인원은 30명이다. 지사인 수원에서는 현재 9명의 장애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나눔의 일터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교육훈련, 사회 서비스, 일자리 등을 제공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특수학교 성은학교 및 관내 복지관과 연계되어 있어 기관의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보고 채용한다. 현장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되도록 다 채용하며 판단이 안 될 때는 지원고용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3주 동안 훈련을 시킨다. 처음에는 세차 지도를 하고, 업무가 익숙해지면 주유를 가르친다.

서툴러도 괜찮아
수원 나눔의 주유소는 장애인 직원을 고용할 때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본적인 근무태도를 우선 고려한다. 지적장애인들은 능력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요령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채용해 정직원화 한다. 교육은 사장이 직접 나선다. 청소부터 매트, 휠 닦는 것, 걸레 잡는 것까지 일일이 지도하고 있다.
이종철 기획관리 본부장은 “지적장애는 업무 능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들이 한 시간이면 배우는 것을 한두 달씩 가르쳐야 한다”면서 “처음에는 걸레 하나 잡는데 일주일이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기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기간을 보통 6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님들은 직원들의 외모만 보고서는 이들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의 숙련도가 떨어지면 멀쩡한 사람들이 왜 일을 빨리빨리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때로는 직원들이 안테나 같은 부속을 부러뜨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행착오나 실수도 많이 일어난다. 직원들이 주유 할 때 3만 원이라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해 종종 4만~5만 원씩 넣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주유소 측의 잘못이기 때문에 고객의 80~90%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주유소 운영비가 이러한 경비로 많이 지출된다.
가끔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5만 원을 주유하고 장애인 직원에게 3만 원이라고 했다면서 덮어씌우는 것이다. 또 직원들이 장애인들이다 보니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차를 깨끗하게 잘 닦아 놓았는데도 장애인이 닦은 차는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트집을 잡는다.

마음을 나누다
장애인들의 미숙한 업무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는 세차 서비스를 강화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의 스팀세차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 된 세차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나눔의 주유소 체인망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장애인들을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려 한다.
이종철 기획관리 본부장은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 15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유 가격, 서비스 등이 대단히 만족스럽고 이러한 회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면서 “단지 직원들이 장애인이다 보니 약간 미숙하고 늦다는 지적은 있었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직원들의 실수에 화를 내다가도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다고 하면 감동을 받아 단골이 된다. 직원들에게 음료수나 먹을 것을 사다주는 등 적극적으로 격려해주는 손님들도 있다. 단골 고객들과의 유대관계는 장애인 직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지적장애인들은 보호 작업장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단순 조립 등 간단한 업무만 맡아서 한다. 그러나 나눔의 주유소 직원들의 경우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전이 빠르다. 일을 시작하고 몇 개월만 지나면 다른 곳의 장애인 직원들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장애인 직원들은 다른 주유소 직원보다 성실하다. 한 번 가르치면 꾀를 부리지 않고 배운 대로 열심히 따른다. 직원들은 아이처럼 순수해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과 활력을 준다.
한편 나눔의 주유소 직원들은 일뿐만 아니라 봉사에도 힘쓰고 있다. 장애인 직원들은 매달 관내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주유소 앞에 천막을 치고 직원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주민 동사무소에서 추천받아 도시락을 배달한다. 구정이나 연말에 쌀을 배달하는 것도 직원들이 하는 일이다.
이종철 기획관리 본부장은 “장애인은 본인이 스스로 일을 찾아 해야 한다”면서 “일을 하면 생활이 곤궁하지 않고 미래가 보이는데 하지 않으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활동하지 않는 아이들을 퇴보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주유소는 앞으로 지역에 세차장을 더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에서 3군데 매장이 오픈해 10명의 장애인 직원을 충원했다. 나눔의 일터는 많은 장애인들이 교육 받고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올려 수익을 창출시켜 직원 복지와 교육 환경도 개선해 나갈 작정이다. 

<미니인터뷰>
오춘석(41)
지체장애 2급으로 세차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6월 입사했다. 제조업, 자영업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일하게 됐다. 안산까지 버스로 출퇴근 한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쪼그려 앉아서 하는 일이 힘들지만 손님들이 세차가 깨끗하게 잘 됐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사장님이 직접 직원들 식사를 챙기고 한 가지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일하게 돼 아내가 더 기뻐하고 있다. 나눔의 주유소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니 제대로 한 번 해보려 한다. 일을 체계적으로 배워 세차와 관련된 일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유재규(37)
지적장애로 주유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나눔의 주유소에 왔다. 그 전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세차시 물기 제거하는 일을 했다. 다른 사람보다 일을 잘 해 나눔의 주유소가 오픈할 때 스카우트 됐다. 현재는 주유소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차보다 주유가 재미있어 현재 일에 만족한다. 손님들이 말을 못 알아들을 때 답답하지만 다른 직원들과는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근무가 끝나면 세차하는 곳으로 가 스팀을 쏴주는 등 일을 돕는다. 지난 5월 32대의 차량을 세차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장가도 가고 싶다.

채문희(35)
지적장애로 주유 업무를 담당한다. 나눔의 일터 목동과 강남점에서 3년간 근무하다 수원에 주유소가 오픈할 때 이곳으로 왔다. 아버지가 안 계셔 주유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숙식하고 있다. 오래 해온 세차 일 보다 주유 업무가 재미있다. 어머니는 세차 일을 돕거나 주방에서 직원들의 식사를 만든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 할 수 있도록 주유소에서 편의를 제공해줘 참 고맙다. 많이 움직이니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 돈을 벌어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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