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손지영(44) 원장은 간호학을 전공하고 종합병원에서 5년 동안 간호사로 근무했다. 사회복지에 뛰어든 것은 노인양로원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실천 현장에 매료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새롭게 공부한 그는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인복지의 길로 들어섰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손지영 원장은 양로원에서 간호사로 자원봉사를 하다가 노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자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근무하던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양로원 시설에서 4년 정도 일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한 후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센터를 이용하는 건강한 노인들을 보면서 예전에 몸이 불편했던 양로원 노인들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같은 재단인 구립송파노인센터에 지원했습니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는 노인전문사회복지 기관이다. 이곳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아파트촌에 요양센터가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관과 근거리에 있는 어르신, 어르신·가족, 어르신·가족·시설이 한 공간에 있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 송파버들데이케어센터, 송파복지센터가 한 건물에 있습니다. 서울형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은 21명 정도입니다. 저희 기관은 가족, 어르신, 시설이 파트너가 되어 운영됩니다. 아이들을 포함한 1,2,3세대가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어르신들을 멀리서 힐끔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휠체어를 솔선해 밀어준다.
요양센터는 세대 간이나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자유롭게 소통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또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24시간 입소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는 직원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꿈을 갖고 같은 뜻으로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기저귀를 갈아주고, 가족들을 만나고, 어르신들하고 이야기를 하는 등의 일을 할 때 소원을 담기도 한다. ‘할머니가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기관이 잘 됐으면 좋겠다’ 같은 원을 담아 실천하는 것이다.

꿈이 있는 편안한 공간
송파에는 임대아파트부터 일반 아파트까지 굉장히 많은 세대가 살고 있다. 도시이면서도 자연을 많이 닮았으며, 나무가 많고,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 요양센터 뒤에는 장지근린공원이 있어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기 편하다. 이 지역은 주변 환경이 쾌적해 주민들과 가족들이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다.
“노인요양센터에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신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시설 우대를 받는 1~3등급 노인은 130명 정도 됩니다. 이 중 50% 정도는 치매입니다. 뇌졸중 어르신이 20~30% 정도고 파킨슨, 노안 등도 있습니다.”
데이케어에는 21명의 어르신들이 생활한다. 이곳에서는 가족들이 케어를 분담하고 있어 어르신에 대한 이해와 만족감이 높다. 데이케어를 이용하다 몸이 나빠지면 요양센터로 가기도 한다. 데이케어와 요양센터는 노인들이 장기요양제도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짝을 이루고 있다.
한편 복지센터 이용자는 오픈 8개월 만에 1000명이 넘었다. 1,2,3세대 다양한 지역주민들은 자신을 위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이 헬스를 하면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는 등 주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아프고 힘든 노인들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요양센터에서 노인과 아이가 함께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인식개선은 설명하고, 띠 두르고, 캠페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휠체어를 탄 노인이 지나가면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지역 내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연계 활성화
노인요양센터의 노인들은 자주 아프기 때문에 6분 거리 국립 경찰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자원봉사를 나온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검진도 실시 한다. 요양센터에서 응급사항이 발생하면 협력기관인 경찰병원으로 모실 수 있다. 또한 건물 안에는 아산병원에서 위탁받은 송파 치매지원센터가 있어 언제든지 의뢰가 가능하다.
“치매지원센터는 치매를 선별하는 예방 차원의 단체입니다. 뇌졸중 등으로 있다가 치매가 생기는 어르신들의 경우 실제로 치매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밖에 가정의학과 선생님도 진료를 해주고, 송파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연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요양센터를 적극 지원해주는 사찰도 있습니다.”
센터 자원봉사자는 등록 인원이 2000명 정도 된다. 하루 평균 봉사자는 50명 정도이고 하루 20명 이상 필요한 주방 업무 같은 경우 지역사회 사찰인 불광사에 자원봉사센터가 있어 조직적으로 주부 자원봉사단을 보낸다.
“지역과의 관계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요양센터가 처음 건립 될 때는 주변에서 민원이 많았습니다. 아파트 안에 치매 시설이나 요양시설이 있는 것이 문제가 됐죠. 지금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훨씬 더 좋아합니다. 가족들이 프로그램을 다 이용할 수 있고, 요양센터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동안 늘 찾아뵐 수 있어 부담을 덜 느낍니다.”
때로 어르신의 몸이 좋아지는 경우 집으로 가야 되는 상황에 처하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때는 요양센터에서 데이케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 공동체 형성
송파노인요양센터는 주민참여형 복합모형으로는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요양센터와 데이케어 센터, 복지센터를 한 건물에서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요양시설만 있을 경우 어르신들은 산책 외에 특별히 할일이 없습니다. 노인들을 위해 공연을 할 때는 외부에서 초청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송파노인센터는 복지센터가 건물 안에 있어 따로 발표회를 열지 않아도 됩니다.”
송파복지센터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스스로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층으로 올라가 재롱을 부린다. 이것은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공연이 된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올라와 공연하는 것, 엄마들이 재즈댄스, 부채춤 등을 배워 어르신들 앞에서 소박하게 발표하는 것은 센터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노인과 엄마, 아이들은 모두 함께 어울려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이곳은 요양센터, 데이케어, 노인복지관 등 노인들만 있는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공연을 위해 찾아오지 않더라도 주변에 아이들과 엄마 등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어르신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노인들은 공연을 20분 이상 집중해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의 사람들은 서로 문화를 나누면서 공동체를 형성한다. 복지센터에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노인들이 계단만 올라가면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요양센터만의 내부적 강점이다.
“도심 한 가운데 좋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센터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언제든지 부르면 뛰어올 수 있는 가족들은 고객이기 보다 정말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요양하는 노인들을 잘 케어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모시는 것이 버거워 시설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해당 어르신의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요양센터는 가족지원 사업,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가 사업 등 세대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 모르는 아이지만 늘 보는 아이들. 모르는 엄마지만 매일 보는 엄마들. 이들이 며느리가 되고 딸이 되고 손자녀가 돼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요양센터의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야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 아닌 각각의 가슴을 적시는 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깨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휠체어는 이렇게 끄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체득해 휠체어를 밀면서 물리치료실까지 바래다 드리는 것. 변화된 의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송파노인요양센터가 추구하는 기관의 모습이다.

변화를 위해 실천하다
노인이 되는 것은 아주 보편적인 일이다. 손 원장은 보다 나은 노인복지를 위해 대상의 변화를 유도하고 실천하려 한다.
“사회복지는 변화를 섬세하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사회복지 활동은 사회복지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도 실천 현장에서 변화를 추구하면 사회복지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직원들 모두에게 우리는 다 같은 사회복지 활동가다, 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또 사회복지사는 다른 누구보다 전문적 지식, 기술, 철학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사는데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이 사회복지 철학입니다. 직원들과 함께 어르신들과 밀착해 따뜻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사회복지 전문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원장은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이 쭉쭉 빠지지만 어느 날 보면 콩나물이 쑥 자라 있듯 요양센터가 추구하는 가치도 나중에는 분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강조한다. 그의 바람처럼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가 지혜롭고 편안하며,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논의할 수 있는 복지시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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