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50만 명, 이태백, 백수, 백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 독도쿠키를 만드는 독특한 백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백수는 게으르다는 사회적 편견을 과감히 깨고 사회 속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그들. 이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국백수연대’의 대표 주덕한(41) 씨를 만났다.

대한민국 백수대표 주덕한
주덕한 대표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대우자동차, 다음 커뮤니케이션 등 대기업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자발적 백수가 됐다. 총각 파출부, 방송국 방청객, 인구조사원 등 굶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다가 1998년 하이텔에 전국백수연대(전백련)라는 온라인 단체를 만들었다.
“1997년도에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 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이라는 백수생활 지침서를 출판했습니다. 홍보차 ‘MBC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했을 때 MC 이적 씨가 백수모임이 없으니 만들어보라고 제안했어요. 라디오에 삐삐번호를 공개하자 사람들에게 연락이 와서 온라인 모임을 결성해 전국백수연대를 창립했습니다.”
그는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전국백수연대 창립식을 열었다. 주로 PC통신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점차 회원 수가 증가하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문화백수가 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료 시사회, 공연장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했다.
2004년에는 시민의 신문과 공동으로 실업자인권선언대회를 개최했다. 대통령 탄핵 시기에 시위하는 사람들은 할 일 없는 백수일 것이라는 홍사덕 의원의 발언에 백수연대가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한 것.
“모두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실업자라고 차별받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백수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대한민국 백수의 정치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시위를 했습니다. 또 해외청년실업극복사례 탐방을 위해 일본에도 다녀왔습니다. 지금도 일본의 백수연대와 교류하며 실업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주 대표는 일본에서 전통 목욕탕을 지키는 모임, 다메렌(だめれん,だめ連) 등 다양한 NGO 단체를 만났다. 다메렌은 ‘안돼’라는 뜻으로 일이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밝게 살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다메렌, 프리터유니온 등 해외 청년실업 관련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활동을 전개했다.

나라사랑 독도사랑
전국백수연대는 2006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데 이어 2009년 6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주 대표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작업의욕을 고취시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쿠키 사업단을 설립했다.
“일본 시네마현에서는 관광 상품으로 ‘다케시마 이야기’라는 만주 세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다케시마 만주를 능가하는 독도상품을 개발해 대한민국의 섬 독도를 홍보하려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독도쿠키 사업단은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1인당 83만7000원씩 인건비 지원을 받는 대신 전체 이익금의 3분의 2를 사회로 환원합니다.”
주 대표는 독도만주, 독도쿠키 판매 수입금의 일부를 독도사랑 캠페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독도쿠키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독도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도만주와 쿠키는 장애인과 노인, 백수 등 사회취약계층이 직접 손으로 하나씩 빚어낸 수제품입니다. 독도를 형상화 시키면서 울릉도 특산물을 쿠키에 넣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제과 명장을 만나 자문도 구했지요. 질 좋은 쿠키를 만들어 천혜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한국의 섬 독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만주와 더불어 판매중인 독도쿠키는 데블스, 초코아몬드, 샤브레 세 종류다. 설탕 대신 슈가파우더를 사용해 달지 않고 부드러우며 아몬드 슬라이스 함유량이 높다. 대량생산은 하지 않고 있다. 실직한 제과·제빵 종사자, 청년백수,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 모여 쿠키에 뜻을 담았기 때문에 수제를 강조하게 됐다.

독도쿠키로 희망을 보다
독도쿠키 사업단의 직원은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두 백수 출신이다. 초기에는 백수연대 회원에서 직원을 뽑았다. 이후에는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 연락해 알선을 받았다. 구청·공공센터에서 취약계층을 추천 받거나 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채용하기도 했다.
“독도쿠키 사업단을 모두가 어울려서 함께 할 수 있는 일터로 가꾸려 합니다. 특히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없이 사회에 기여하고 즐겁게 일하면서 자기개발 할 수 있는 회사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자격증을 따는 등 능력을 개발해 이곳을 디딤돌 삼아 나아가길 바랍니다.”
독도쿠키 사업단은 단기적인 성과 보다는 더디더라도 함께 어울려 나가자는 경영 철학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즉시하자,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라는 경영 행동 수칙을 바탕으로 고령자, 장애인, 일반인이 어려움 없이 어울려 일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 개발 지원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주 대표는 자본을 확충하고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생각이다.
“개발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금 나아질 것 같습니다. 자본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 보니 그동안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판매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 판매를 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제품이 판매 돼야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 제과점이 아니어서 유통망을 개척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방문판매, 콘서트 행사장 판매 등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 대표는 쿠키의 맛과 질을 더욱 보완해 다양한 유통처를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백화점, 할인마트로 판매망을 확산시켜 독도쿠키를 국내 소비자들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국민쿠키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또한 그는 사회에 환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작년에는 체험학습을 진행했습니다. 쿠키를 나눠주는 것보다 복지관, 초등학교, 유치원 등 지역의 아이들이 독도쿠키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쿠키를 만들면서 독도에 대해 배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자랑하며 독도를 홍보하기도 한다. 독도쿠키 사업단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독도를 알릴 수 있는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아동센터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쿠키를 만들어 먹은 아이들이 감사하다는 편지를 써서 보내온 것. 주 대표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지역내 취약계층, 저소득층,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독도체험교실, 독도나라사랑 캠페인 외에 해외에도 독도 관련 사업을 홍보할 것입니다. 미국, 캐나다 등의 단체와 연계해 독도쿠키를 맛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해외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일자리를 잃은 제과업 종사자들과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가에 제과 공장을 설립해 현지인들을 교육시키고 싶습니다.”
그밖에도 그는 기부행사, 교외행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취업 프로그램이 많아져 봉사하러 오는 대학생도 늘었다. 이들은 홍보, 마케팅 등의 봉사를 하며 자기 재능을 나눈다.

꿈을 위해 준비하는 자, 백수
주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탄탄하게 운영하려고 한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쿠키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쿠키 사업은 설날, 추석 등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추석에는 매출이 많이 늘어납니다. 설을 대비해 미리 준비할 것입니다. 또 독도쿠키에 관심 있는 분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 및 파티를 열어 가족처럼 쿠키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네마현에 쿠키를 가져가 독도를 홍보하고, 독도쿠키 UCC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 대표에게 독도쿠키는 ‘이렇게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주는 사업이다. 그는 처음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독도쿠키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다른 백수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책도 많으니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성공은 기회와 준비의 만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을 갖고 여러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수는 망할 일도 없습니다. 창의적인 아이템을 구상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아닌 소셜 엔터테인먼트 같은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사업단 대표이지만 따로 월급을 받지 않아 아직 백수 신분이라는 주덕한 대표.
그는 오늘도 힘차게 백수의 길을 걷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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