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지적장애인들이 영상문화의 주체가 되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영상축제가 열렸다.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상을 통해 하나 된 현장에 다녀왔다.

우리를 보여주자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상문화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소영상축제가 지난달 4일부터 5일까지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펼쳐졌다.
이번 영상제에선 영화, 다큐멘터리, UCC 등 지적장애인이 주체가 되고,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으로 제작한 총 21편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2010 서울시 장애인 인식개선지원사업이 주관하고 함께사는세상 보호작업장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디어를 통한 지적장애인의 자연스러운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지적장애인 밴드 ‘소리울림’의 축하공연으로 문을 연 개막식 행사에서 함께사는세상 허용구 대표신부는 “혹여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달라”면서 “더 열심히 영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좋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곧이어 지적장애인의 독립생활 도전기를 다룬 개막작 ‘집으로’가 상영됐다. 지적장애인 스태프들이 시나리오, 편집, OST 작업 등 영화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 집으로는 독립생활의 꿈과 현실을 담아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날 상영관에서는 영화에 대한 소감과 궁금증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도 진행됐다. 취업한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주말영상동아리 ‘와이 낫(Why not)’은 개막작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독립생활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정하나 감독은 “안정된 직장, 돈, 집 문제 등 실제 독립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됐다”고 답했다.
한편 개막식 사회를 맡은 영화제 관계자는 “장애인 영화제 중에서도 지적장애는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지적장애인이 주체가 된 미디어가 활성화돼 뿌듯하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비장애인도 지적장애인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로 다시 태어나다
올해 처음 개최된 시소영상축제는 지적장애인도 미디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며 지난달 5일 폐막했다. 폐막작으로는 지적장애인도 보통 사람들처럼 사랑을 느끼며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옛날여자’와 촬영과정 및 스태프들의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담은 ‘시선’이 상영됐다.
‘시선’의 연출자 김태형 씨는 “지적장애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영상축제를 통해 지적장애인의 미디어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경기고등학교 교사 윤은화(28) 씨는 “학생들과 UCC를 제작해 영상제에 참여하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밝히며 “영상을 찍으면서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영상축제가 열린 극장 앞에선 영상인터뷰, 즉석 사진촬영 이벤트 등 각종 미디어 관련 체험 활동도 진행됐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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