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생님이 있다. 송이호(41) 교사는 특수학교에서 직업생활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지체장애 2급의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멈추지 않는 그를 만났다.

특수교사로서의 첫 발돋움
파주시 법원읍에 위치한 새얼학교에서 지적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송이호 교사는 어릴 때 사고로 소아마비를 앓았다.
“고등학교 때 저와 같은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특수교육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던 시간은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곧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교사를 못미더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에겐 현실이었기 때문에 크게 낙담했죠.”
그때마다 그에게 용기를 준 것은 대학 시절 펜팔로 만난 아내였다. 그는 고향과 처가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꾸리면서도 특수교사의 꿈을 잃지 않았다. 아이가 생기고 부터는 가장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열쇠고리 부업을 시작했다. 거리에서 장사를 하기도 했다.
“장사를 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어요. 특수교육은 제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 꾸준히 이력서를 낸 결과 조기교실에서 함께 일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오래 꿈꾸던 일이었기에 열심히 가르쳤어요.”
그가 지도한 아이들은 빠르게 발전했다. 엄마들끼리 소문이 났는지 교사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원생수가 늘어났다. 그러던 중 송 교사는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장애아동 5명을 태우고 운전하다 시내버스와 충돌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장례를 치르는데 선배 부모님이 선배가 운영하던 샘터아동교육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형처럼 따르던 선배를 대신해 조기교실을 운영했어요. 아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아내를 불러와 교사 4명과 학생들 5명으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매달 20만 원씩 원비를 받지 않았다. 때로 돈을 안 받고 가르치기도 했다. 장애인용 보조기구를 장착하고 통학차도 운전했다. 그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기교실을 운영하자 조금씩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다
송 교사는 현재 새얼학교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다른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새얼학교에 지원하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특수학교 정교사로 발령 받았다.
“전공과에서 직업생활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직장에 가기 위한 기초를 가르치는 곳이죠. 우리동네 희망나무라고 연천군, 동두천, 파주, 의정부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 조사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의정부와 연천 담당입니다.”
송 교사는 학교에서 연수 정보부장도 겸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학생들을 위해 골든벨도 하고 일반 학교처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치릅니다. 힘든 친구들에게는 선생님이 질문을 읽어줍니다. 특수학교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와 비교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가급적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아이들에게 맞춘 골든벨은 인기가 많다. 송 교사는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상품을 나눠주며 학생들과 유대를 형성한다.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보람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님도 못 느낄 정도로 시나브로 변해갑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 희열은 가르쳐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바위에도 흔적이 남습니다.”
송 교사가 생각하는 특수교육은 기다림의 싸움이다. 때문에 그는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도하려 한다.

특별한 교육철학
송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에게 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신입교사 연수에서도 내 자식이라는 심정으로 교육하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 같아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낍니다. 장애인도 똑같은 인격체입니다. 편애하면 아이들은 바로 압니다.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금방 파악하기 때문에 항상 교육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송 교사는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고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려고 한다. 열심히 가르치는 것은 누구한테나 해당 되지만 잘 가르치는 것은 그 사람의 기술이고 능력이라는 판단에서다.
한편 그는 교사와 학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붙어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교사와 학생은 눈과 눈은 서로 마주보고, 입은 서로 말하고, 몸은 서로 부대끼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망각한 사람들은 특수교사로서 반성해야 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도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살아라’, ‘남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해라’ 라고 이야기 하면서 교육하는 사람이 솔선수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는 학생들을 통해 어디든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저를 보고 선생님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도 일단 밖으로 나와 부딪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길이 생깁니다.”
내성적이던 송 교사는 배드민턴, 배구, 소모임 등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동 폭을 넓혔다. 그는 학생들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길 바란다.

미래를 향한 도약
송 교사는 좌식 배구, 좌식 배드민턴 등 장애인 스포츠에도 도전하고 있다. 두 종목에서는 체전 메달도 땄다. 인형극회 ‘끼’ 를 창단하고 고전극이나 유명한 동화를 각색해 교육현장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동창회 모임, 커뮤니티 활동도 꾸준히 참여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흐릅니다. 저의 장래 꿈은 교육위원이나 기초의회의원입니다. 분명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장애 당사자로서 다른 장애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개인이 가는 것과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장애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것, 교육적인 노하우들을 지자체와 정부에 전해 장애인 복지와 특수교육의 촉매가 될 것입니다.”
그는 다른 이들의 뜻을 모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어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은다면 좋은 날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당장은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입니다. 제가 전공과에서 얼마나 있게 될지는 모릅니다. 일단 졸업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제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함께 밥을 먹고 차도 마시면서 그들을 격려하고 마음을 나누려 합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졸업을 하면 학생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송 교사는 아이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땀 흘려 번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해 오고 선생님께 삼겹살을 대접하겠다고 매일 전화하는 제자들은 그의 소중한 보물이다.
그는 이러한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선생님을 생각할 정도로 변화됐다는 것에 큰 감동을 느낀다. 일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살아간다는 송이호 교사. 그에게 교육은 산 정상에 오르는 일과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는 현재의 일에 만족한다.
“예전에는 살기 위해 교사를 했습니다. 지금은 교사를 하기 때문에 산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일이 즐겁습니다. 교직을 떠난다고 해도 남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어떠한 일도 당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다는 송이호 교사. 그가 일과 여유를 즐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학교생활을 그려 가기를 기원한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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