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봉사는 같은 개념일까? 다른 개념일까? 물론 같은 개념이다. 결국 사회의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것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는 같은 것이다. 이런 기본적 실천사명은 사회복지사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겠지만, 이와 같은 정석을 진심으로 지키기란 어렵다. 그러나 40년 동안 사회복지사의 길을 대대로 몸담으며, 봉사의 본보기를 보여준 인물이 있다. 바로 김문동 향림원 이사장이다. 그의 진심이 담긴 실천적 소명은 무엇이고, 향림원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지 들어봤다.

향기가 나는 집 탄생

서울에서 차량으로 출발해 곤지암까지 1시간 20여 분 넘짓 달려 다시 산북방향으로 10여분을 달리니 조그마한 야산 아래 향림원 관련시설(품안의 집, 향림재활원, 동현학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맑은 웃음으로 기자진을 반긴 김 이사장은 향림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희 향림원은 봐서 알겠지만, 벚꽃나무와 과일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숲 속에 향기가 나는 듯하다’하여 이름을 ‘향림원’이라고 짓게 됐습니다.”
향림원은 6·25전쟁 발발 당시, 수많은 전쟁고아 및 미아, 장애아동들을 무의탁으로 돌봐온 시초로 김 이사장의 아버지(김일한故)가 1953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산 14번지에 본격적으로 설립하였다. 이후, 1974년에 경기도 광주시로 이전하여 목적사업을 장애아동시설로 변경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향림원은 3개의 위탁시설과 6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복지의 장’을 마련하게 되었고, 이러한 부모님의 뜻을 이어받아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도 광주의 지금 향림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40대 후반, 조금 늦은 나이에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 봉사하는 삶에 대한 깊은 뜻을 이어받고 싶어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여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에는 부모님 생각에 마음 아파 노인요양원을 하면서 어르신을 모시는 일을 했지만, 부모님이 하신 복지사업을 이어받는 것이 효도를 하는 길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차츰 복지의 길에 대해 깊은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장애인 복지법 규정에 의한 지적장애·중증장애인의 생활보호, 재활치료 및 직업훈련을 통한 재활사업과 장애인의 자립 및 복지증진을 설립목적으로 2010년 8월 1일 개명한 품안의 집을 비롯한 향림재활원, 향림보호작업장, 가온의 집, 동현학교, 광주지역자활센터, 하남지역자활센터, 향기로운 집, 광주시 여성의 쉼터 등 총 9개의 산하기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리를 아는 복지가 진짜 복지
“정명이야 말로 사회복지의 중요한 이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복지 신념이다.

김 이사장은 대를 위한 뚜렷한 봉사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계의 발전을 견인할 ‘리더 중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사회복지계를 이끈 대표적 인물로 통하기 때문 탓도 있지만, 생각이 깨어있는 자세로 복지 실현 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가르침에 ‘정명(貞明)’사상이 있습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뜻으로 즉 ‘자신이 맡는 역할에 책임을 지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복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지가 복지다워야 진짜 복지입니다. 사회복지사들도 제 욕심에 의해 하기 보다는 남을 위해 산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합니다.”
그는 온전히 ‘지역과 함께 장애인과 함께 복지를 위하여’라는 목표로 직원들과 함께 도움 받는 복지가 아닌 생산하고 참여하는 복지시설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또한 시설사회화를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년 째 직원들에게,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및 예의범절, 사회복지사가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시설 사회화란, 지역복지에서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저는 이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사회복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자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이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계에 뜻을 담고 있는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복지계의 현실을 자각하여, 현명하게 지역 내 사회복지의 발전을 이끄는데 힘쓰고 있다.

투명한 복지실현을 이루기 위해
‘사회와 장애인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자’라는 모토로 향림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다.

사회복지 예산 반드시 환원되어야
김 이사장은 정부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회장으로 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사회복지예산의 지방이양이 문제라며 지적했다.
“당시 제가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2만여 명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집회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집회를 한 이유는 복지예산의 축소와 지방자치 단체 간 복지예산의 격차로 인한 복지 불균형, 그리고 결국은 이로 인한 사회복지 전체의 질 저하를 염려하여 집회를 열었던 것입니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예상은 현실이 되어 이미 사회복지현장 곳곳에서 각종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예산은 반드시 환원되어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다시 특별교부금이 5년 유예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예가 아닌 환원이 되어야만 하며 이는 단순한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책임성의 문제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문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매번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공무원 수준으로 한다는 정책과 공약들이 불안정한 사회복지사의 지위를 낳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사회복지사들끼리 결혼한다면 수급권자가 된다’는 웃지 못 할 말 또한 더 이상 들어서는 안됩니다.”
김 이사장은 사회복지예산 문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있는 쉼터로
앞으로 그는 새벽기도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예배공간의 선물을 주기 위한 작은 교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향림원 소속 ‘향림엔젤 핸드벨’연주단을 미국에서 공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향림엔젤 핸드벨 연주단은 1999년 설립된 핸드벨 악기 연주단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장애아동들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는 편안하게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향림원 공간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제가 평소 좌우명으로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람의 일은 알 수 가 없습니다. 새옹지마 같은 일들이 수 없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겸허히 세상을 기다리고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 노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2011년 새해 인사말을 남기며 다가오는 미래의 계획을 기약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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