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절망은 열악한 주거에서 시작된다. 교육과 건강, 직업을 가질 기회는 건강한 주거 환경 위에서 만들어진다. 해비타트에서는 홈파트너가 직접 집짓기에 참여하고 장기분할상환을 통해 자립한다. 집과 사람을 함께 세워주는 단체 해비타트에서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를 전담하고 있는 이성진 간사를 만났다.

봉사를 위한 한 걸음
해비타트 이성진 간사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건축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던 그는 군 제대 후 휴학을 하고 필리핀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필리핀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남을 위해서 일하는 게 굉장히 즐거웠어요. 미션하우스에서 선교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비전에 대해 항상 생각했습니다. 그때 TV에서 ‘당신의 능력으로 아이들을 도우세요’라는 유니세프 광고 문구를 봤습니다.”
그는 이 글귀를 보고 긴급구호나 봉사활동 등 남을 도울 수 있는 대외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MIZY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에 들어갔다.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창의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서 선발된 아이들을 교육시켜 해외 연수를 보냈죠. 일본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는 언어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해외 현장을 주로 선호했다. 우리나라에 사는 동남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고, KT&G에서 진행하는 미얀마 봉사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고 난 뒤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여겨 중국어를 배우고자 중국 유학을 계획했다.
“MIZY 센터 일본 4박 5일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북경대로 갈 준비를 하던 중 해비타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베트남 해비타트 해외 현지 프로그램 코디를 지원했으나 한국 해비타트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를 담당하게 됐죠. 예전에 전문건설회사와 두산중공업에서 근무했던 경력도 있고, 해외 건설 현장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어요.”
이 간사는 중국 출국을 앞두고 해비타트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해비타트는 건축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전공을 살릴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과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다.

안락한 거처를 제공하다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는 모든 사람이 안락한 집을 갖는 세상을 꿈꾸는 비영리 국제단체다. 전 세계 저소득층 가정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면서 그 터전을 기반으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홈파트너와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은 도움과 나눔을 실천하며 함께 변화한다. 해비타트는 참여자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선순환운동이다. 후원파트너의 후원금과 현물후원, 자원봉사자의 노동, 홈파트너의 땀의 분담으로 희망의 집이 지어진다.
홈파트너는 입주 후 건축비를 장기간 무이자로 상환하면서 자립의 삶을 실천하고 상환금은 다시 어려운 이웃을 위한 건축자금으로 사용한다.
“해비타트는 건축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건설교통부에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전문 건설 인력이 많은 봉사단체입니다.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지 않아 집을 많이 짓겠다는 계획보다 사람들에게 왜 집을 지어야 하는지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비타트가 지은 집은 전 세계 40만 채 이상이다. 한국 해비타트는 1994년 의정부에서 첫 삽을 뜨기 시작해 지금까지 1606채를 건축하고 876세대의 집을 고쳤다. 해비타트 운동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고통 받는 전 세계 100여 국가의 이웃들에게 안락한 집을 선물하고 있다.
국내 주택보급률은 2002년 100.6%로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00만 가구 가운데 13%는 여전히 최저주거기준 미달인 집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지하방, 판자집, 비닐집, 움막 등에 사는 인구도 68만 가구, 162만 명에 달한다.
“홀어머니의 월급 몇 십만원, 아르바이트로 받은 돈 몇 푼, 낡은 트럭 한 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합친 빈곤층이 176만명입니다. 이들을 위해 해비타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거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해비타트는 현대·기아자동차 ‘해피무브’, 포스코 ‘비욘드’, 진로 ‘두꺼비 봉사단’, 현대제철 ‘해피예스’ 등 대학생 봉사단과 함께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며 해비타트 운동을 알리는 CFH(Cycling for Habitat) 프로그램, 월드 해비타트데이와 같은 국제 행사도 진행한다. 또 온라인 모금 활동으로 이동주택(Mobile House)을 제작하여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등 한국의 젊은 층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한국 해비타트는 해외 현지 해비타트 지회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본부가 해외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2011년부터는 해외사업 개발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네팔, 방글라데시, 마다가스카르 3곳에서 민간단체 지원사업 확정을 받아 장기적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건축봉사 프로그램인 GV(Global Village, 지구촌 프로그램)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간사가 전담하고 있는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는 최근 인도네시아 보고르(Bogor) 마을을 찾아가 집이 없거나 열악한 환경에 처한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10채의 집을 신축했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문화 교류를 통해 봉사단원들에게 봉사의 참 의미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작년에는 골든해머클럽(Golden Hammer Club)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한국 해비타트가 전 세계 12번째로 론칭한 캐피탈 캠페인(A World of Hope, It Starts at Home)입니다. 한국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회원들의 인류복지를 향한 뜻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기빙 클럽’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 간사는 각 사회 계층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후원자로 모집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금은 생각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욘드와 함께한 행복 프로젝트
해비타트에서는 봉사자들이 직접 집을 건축한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크루리더라는 봉사자들도 따로 양성하고 있다. 이 간사는 해비타트에서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과 무주택 가정에 집을 제공하는 집짓기 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새희망 프로젝트로 양평 현장에 세심빌을 준공해 올해 초 헌정식을 가졌습니다. 세월 초등학교 낡은 건축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세월초에 놀러가다’라는 비욘드 프로젝트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간사는 비욘드 단원 100여명과 단합해 플래시몹도 추진했다. 명동, 덕수궁 등에서 춤과 노래를 하며 기금과 후원자를 모집했다.
“100여명의 인원이 봉사단체를 통해 플래시몹을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공연 당일 비가 와서 장소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기획했던 대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간사는 플래시몹 작업이 즐거웠다는 단원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꼈다. 캠페인을 통해 후원자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내년에는 해비타트가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욘드 단원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합니다. 친구들이 비욘드 4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시간에 긍지를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욘드와 해비타트를 전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는 비욘드 단원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끝나는 날까지 가져갔으면 한다. 100여명의 친구들이 서로 원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 마음이 힘들 경우 주변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같은 조 뿐만 아니라 다른 조의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 생각이다.

꿈을 찾아 실천하는 행동가
해비타트는 기업협력사업과 코이카(KOICA)와 함께하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Joint Contact)) 사업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하고 있다.
“코이카, 기업, 일일 단체가 협력해서 어느 정도씩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해외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해비타트는 각 나라에 지회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해도 그 지회가 전체적으로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현지 파견해 상주 근로자로 만들어 해외 현지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해외 현장에 파견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해비타트의 2011년 목표입니다.”
해비타트는 주택을 짓는 단체인 만큼 좀 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되려 한다. 이 간사는 후에 현지 코디네이터로 일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 개발과 재난 대응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중국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국제 해비타트가 지금 북한에 있습니다. 당장 남한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나중에 중국과 협력해 북한 사업을 시작할 때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는 비욘드 단원들에게도 최종 목적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한 대비를 하라고 말한다. 남이 말하는 것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
“저의 최종 목표는 긴급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해비타트가 도착지일 수도 있고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단련된 모든 것들은 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비욘드 단원들, 스텝 친구들 모두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B4B(Books for Burundi) 단체의 대외협력팀에서 부룬디라는 나라에 키룬디어로 번역한 책을 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를 발간했고, 현재 캐나다 유명 동화 작가 로버트 먼치의 ‘언제나 사랑해’ 라는 작품을 번역 중이다. B4B는 총 2000권의 책을 번역·출판해 부룬디에 가져갈 예정이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는 이성진 간사. 많은 사람들이 그를 통해 꿈과 행복을 되찾고 변화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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