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눈으로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한 감동의 노래를 세상을 향해 전하며,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뮤직컴퍼니’라 불리 우는 ‘한빛예술단’. 진정 아름다운 감동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한빛예술단을 소개한다.

국내최초의 직업개발 예술단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들의 음악적 재능을 직업과 연결시키고자 지난 2008년 3월 1일 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단체이다. 한빛재단이 노동부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여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빛예술단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전문 예술단이자, 직업개발을 도모한 예술단체라 할 수 있다.

한빛예술단은 관악합주단인 ‘브라스앙상블’을 비롯하여, ‘체리티합창단’과 ‘빛소리중창단’,‘현악앙상블’, ‘타악앙상블’ 그리고 ‘그룹사운드 블루오션’ 등의 연주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업의 발전규모에 맞춰 총 인원이 47명 중 시각장애인이 26명이며, 과반 수 이상의 인원이 시각장애인 단원으로, 비장애인들은 행정업무를 위한 사무국 직원, 강사,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로부터 일부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단원에게 약 1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단원을 모집·선발하고 있으며, 숨은 음악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장애의 벽을 넘어선 예술단
한빛예술단은 사실 지난 2003년부터 직업개발 차원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사회복지법인 한빛재단에서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한빛맹아학교 재학생(초·중·음악전공과) 및 졸업생들에게 시각장애인들의 주요 생계수단으로 국한되어 있는 안마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직업영역의 창출을 모색하던 중 시각장애인들의 음악적 재능에 주목하고 한빛예술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본래 직업이 군인이었는데, 군대에서 취미로 음악활동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한빛예술단의 김양수 이사장과 인연을 맺게 되어 오게 되었습니다. 김양수 이사장의 시각장애인 예술단의 남다른 포부와 뜻을 알게 되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한빛예술단의 친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빛예술단의 기둥으로 통하는 김장집 사무국장은 처음 한빛예술단에 들어오던 시절을 떠올리며, 소개했다.
처음 창단 했던 당시 제대로 갖춘 사무실 등이 없었던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김장집 사무국장은 김양수 이사장과 함께 한빛예술단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하나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예술단체가 될 수 있도록 방방곡곡 뛰어다녔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창단된 지 5년 만에 노동부에서 한빛예술단의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하게 된 것.
“처음 노동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눈도 보이지 않는데, 악기를 다루겠냐면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1년에 몇 십번에서 많게는 몇 백번씩 공연과 행사를 치루는 것을 보면서 직접 이들의 음악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재능에 감탄하기 시작하더군요.”
한빛예술단은 결성 이후 한빛브라스앙상블의 문화관광부 지원 농어촌 순회공연을 필두로, 매년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연주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큰 감동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2005년 11월 8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영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제 1회 한빛브라스앙상블 정기연주회’를 개최해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그밖에도 지난 2004년부터 실시해온 서울시 사회복지기금 장애인 복지계정 지원사업 순회공연과 서울시립대학교 초청연주, 전주대학교 초청연주, 류관순 기념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등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로 많은 대중들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놓게 되었다.
또한 지난 2006년 서울시사회복지기금 장애인 복지계정 지원사업 순회공연을 비롯하여, 장애인식개선 감동콘서트 ‘희망으로’ 지방 순회공연, 2010년 시각장애인 안마센터 건립을 위한 제5회 한빛예술단 정기연주회’ 등 매년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연주를 개최하면서 한빛예술단의 시각장애인들의 그동안 감추었던 숨은 역량을 펼쳐내어 세상 곳곳에 알리기 시작했다.

뮤직으로 세상에 눈을 뜨다
지난 1월 14일 오후 3시, 한빛예술단의 관현악 합주실. 연습실장 가득 웅장한 관현악 악기 연주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이곳에서는 총 6명의 단원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악기들을 불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 까지 연습에 몰입한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세상의 좌절감으로 힘들었던 중 음악에 눈을 뜨게 되어 이곳에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저 음악이 좋으니까 시작했는데, 지금은 음악으로 돈도 벌고, 생계도 유지되니까 일석이조로 여러모로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단원 박진혁(26·시각장애1급) 군은 브라스12중주 팀에서 악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빛예술단 처음 창단되기 전부터 시작하여 올해 7년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군은 좋아하는 음악으로 직업을 가지게 된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했다. 그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 체리티합창단에서도 테너파트를 맡고 있기도 하다.
같은 팀 트럼펫 악기를 10년 이상을 연주한 김창민(40·시각장애1급) 씨도 한빛예술단에 2008년 정식 단원이 된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 2004년 한빛맹아학교 음악전공과를 수료한 후, 음악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 새로운 희망의 불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어 평생 음악인으로써 살기로 다짐했다.
“작년에 전주소년교도소에 방문하던 적이 있었는데, 음악연주가 다 끝나고 나서야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때 생각했어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던 어린친구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었듯이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으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자’라고요.”
브라스12중주팀은 관악중주단으로 한빛예술단 소속팀인 40인조 중 단원 12명으로 특별히 편성된 팀이다. 클래식을 비롯한 가요, 팝, 째즈, 영화OST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를 펼치고 있다.
한편, 같은 시간. 한빛예술단의 타악기 합주연습실에도 마찬가지로 연주소리가 한창이다. 이곳은 관현악 연습실과는 다르게 웅장한 소리보다는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 즐거운 리듬반주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타악앙승블 팀으로 악장 심광보(39·시각장애1급)씨 외 9명의 단원들이 리듬합주 시간에 탬버린을 태우고, 북을 치는 등 연습을 한다.
악장 심광보 씨는 2003년 결성된 ‘브라스앙상블’에 입단해 정식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봉봉(손으로 치는)악기는 내게 희망의 북소리처럼 들렸어요. 워낙 어릴 적부터 손으로 뭐든지 치는 것을 좋아하여 손쉽게 이 악기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악기와 익힐 때까지의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북을 때리는 즐거움만큼은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꿔 설명할 수 없죠.”
타악앙상블은 10명의 단원들이 클래식과 장르 교차(Crossover)를 통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타악의 질적 향상과 대중화를 지향하는 팀이다. 고등부와 음악전공과 학생들로 구성됐으며, 다채로운 경험과 지식, 상상력을 토대로 음악의 특수성과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한빛예술단’ 모든 단원들은 일반인보다 배로 연습한다. 눈이 아닌 손으로 악보를 읽어야하는 까닭에 아예 악보를 통째로 외운다. 빠르면 하루에, 늦어도 2~3일에 한곡을 외운다.
“손으로 감을 잡을 수 있는 관악기와 달리 드럼이나 마림바 같은 타악기는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는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인 거죠.”
한빛예술단 단원들은 매일같이 바쁜 연습일정에 고단하지만, 그동안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았던 지난날에 비해 오히려 지금은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며 최고의 실력 있는 음악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예술단
한빛예술단은 2008년부터 조직되어 체계적인 활동으로 안정적인 정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더 높은 성장을 이루어 냈다. 공연의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이다. 그리하여 같은 해 5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TV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그 이름이 대중화되었다. 이때 블루오션의 김지호군과 빛소리중창단이 스타덤에 오르게 된 계기가 된다.
이후, 지난해 1월 21일에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인증이 허가되어 한빛예술단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사업의 취지에 맞는 조건과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한빛예술단은 올해 미국LA 및 캐나다등지에서 국외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처음 진행하는 사업으로 재정적인 어려움 외에도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김장집 사무국장과 김양수 이사장은 향후 한빛예술단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문화소외계층 및 세계인들에게 도전, 희망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하루가 바쁜 계획아래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한빛예술단이 세계적으로도 놀라움을 선사하는 시각장애인 문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한빛예술단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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