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카페 트립티는 모두가 ‘참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트립티 커피를 마시면 수익금의 일부는 형편이 어려운 이주 장애인들에게 기부된다. 커피를 통해 우리 사회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최정의팔 대표를 만났다. 

나눔의 향기가 가득한 카페
최정의팔 대표는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문제가 이슈화된 후부터는 외국인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정부나 복지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소외계층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최정 대표는 한국에 와서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온 장애인들의 거주지가 열악한 것을 보고 이주 장애인 공동체와 산재 쉼터를 만들었다. 
“영등포에 있는 장애인 거주지역에서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지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루핑 집에 사는 그들을 위해 저희 집에 쉼터를 마련했습니다.”
최정 대표는 산재로 치료를 받으며 희망 없는 하루를 보내는 이주 장애인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균관 대학교에서 이주민을 위한 경영 교실이 열려 이주 장애인들과 미래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커피 사업이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장애인이 된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커피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자 문제로 한국에서 오래 체류할 수 없고 본국에 가도 취업의 기회가 적습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행복하게 귀환해 살아갈 수 있도록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 수입·판매를 추진했습니다.”
그는 커피를 공정하게 구입하면 현지인들이 커피 재배를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어 본국의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 여겼다. 또 실제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 보다 중간 상인들이 이득을 보는 게 부당하므로 공정무역을 하자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트립티는 네팔, 동티모르, 멕시코 등에서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생두를 직접 볶아 판매하고 있다.
최정 대표는 트립티를 운영하기 위해 충정로에 위치한 카페 가베나루에서 1년 동안 로스팅 기술을 배웠다.
“커피 기술은 아는 분이 가르쳐줘서 배우게 됐습니다. 카페도 지인의 가게를 인수해 시작했습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한벗조합 이사, 목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과 외국인을 지원하는데 관심을 가졌지만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지금은 트립티의 취지를 이해하는 이웃들과 함께 카페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트립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한벗조합과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두 단체가 연합해 트립티를 운영하고 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트립티에서 추진한 사업 중 가장 큰 성과는 이주민 산재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 대표는 이주 장애인들에게 치료비와 본국 귀환 비행기 표를 제공하고 있다. 사기 당한 사람들, 피해 입은 사람들도 지원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을 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산업재해 보험도 안 돼 있어 병원비가 비싸 요양을 하기도 어렵다. 쉼터는 언어가 서투르고 갈 곳이 없는 이주 장애인들에게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애인이 된 이들은 쉼터에 머물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산업재해를 당해도 정당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주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용주는 다른 이주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합니다.”
트립티는 매출액의 5%를 이주 장애인과 실업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외국인노동자센터를 통해 정보를 접하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최정 대표는 우리가 이주 장애인들을 차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을 때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 믿는다.

커피농가에 희망을 이웃에게 행복을
트립티는 커피를 통한 공정한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추구한다. 직원들은 2009년 2월 네팔 현지답사를 시작으로 7월에는 필리핀을 찾아가 현지 커피 농장들의 상황을 둘러봤다. 10월에는 동티모르 산지에도 답사를 다녀왔다.
“동티모르의 경우 전 수출의 70%가 커피입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수출해야 국민들이 살 수 있습니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월급은 턱없이 적어 살기 힘듭니다. 동티모르에 가서 커피를 수입한다고 하니 대통령이 나와서 저를 환대할 정도였습니다.”
동티모르 대통령은 최정 대표에게 세 가지 부탁을 했다. 첫째, 동티모르에서 나오는 커피를 많이 사줬으면 한다. 둘째, 커피를 많이 수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알았으면 좋겠다. 생두가 아니라 볶아서 포장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셋째, 한국과 동티모르가 좀 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보내 훈련시키고 싶다.
“제 범위를 벗어나는 얘기지만 그만큼 절실합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3세계에 있는 지점 몇 곳을 방문하면서 그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최정 대표는 태국 치앙마이, 인도 뉴델리,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도 요청을 받았다. 그는 치앙마이 고아원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 카페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네팔에서는 우리 이름으로 커피나무를 심었습니다. 커피나무는 보통 4년이 지나면 수확할 시기가 됩니다. 벌써 3년이 흘러 내년에는 수입을 해야 합니다.”
생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 상태로 자란 커피나무에서 선별한다.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커피는 직접 로스팅해 상품으로 판매한다. 트립티는 고급화된 기술을 갖고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다.

참 좋은 세상을 위한 교육
트립티 커피를 판매하는 지점도 생겼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인천사랑병원, 서울 지하철 삼성역점, 서울대역점이 문을 열었다. 최정 대표는 신촌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역점의 경우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이 삼성역점에서 저희 커피를 맛보고 맛있다고 찾아왔습니다.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가게를 열게 했는데 며칠 동안 판매한 금액을 전부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 기부했습니다.”
현재 각 커피점 매출액의 1%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 매출의 1%는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들에게 큰 기여를 한다. 지점에서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부 카페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한편 트립티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과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공정무역 기획전에 참가하는 등 소비자에게 공정무역 커피를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정무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이주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는 공정무역을 함께하는 카페를 만들기 위해 커피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커피를 배우는 과정은 창업반과 취미반으로 구분된다. 취미반은 일주일에 한 번, 창업만은 매일 교육을 받는다.
그는 손님들이 뜸한 시간에 커피 교실을 열어 신맛, 쓴맛, 단맛을 고루 내는 트립티 커피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주 장애인들도 이곳에서 기술을 익히고 본국에 돌아가 카페를 열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기술 배우는 게 쉽지 않고 본국에서 카페를 여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정 대표는 현지에 단계적으로 카페를 열고 이주 장애인들이나 현지인을 고용해 일을 시켜 나중에 그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 이주 장애인 카페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면 내년에는 외국에 나가서 사람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이주 장애인들이 카페에서 근무하면서 자립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최정 대표는 이주 노동자를 도울 때 가장 행복하다. 그는 카페 트립티를 통해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고, 품질 좋은 커피를 보급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 카페 트립티, 제조회사 트립티, 수입업체 트립티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최정의팔 대표.
정당한 소비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공정무역 사업으로 이주 장애인들의 꿈도 조금씩 커가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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