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독거노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곁에 아무도 없이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는 독거노인들이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 대표 독거노인을 위한 실질적인 맞춤서비스를 실시하는 마포구 지역을 찾아 직접 어르신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현장을 다녀왔다.

어르신에게 가족이 되어드려요
지난달 14일 서울시 마포구 아현2동 소재. 이곳에는 주변의 돌봄 없이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집이 밀집해 있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오래돼 보이는 초록색 대문 앞에서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소속 돌보미 담당 김경숙(50)씨가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내 집 주인인 송정규(70) 할머니가 김 씨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김 씨가 “할머니 몸은 좀 어떠세요”라고 묻자, 송 할머니는 친딸한테 평소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 하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다리가 예전보다 더 아퍼. 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으니 걱정이야”라고 말했다.
송 할머니는 관절염을 앓고 있다. 매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할머니는 병원비를 혼자 감당할 여유가 없다. 호적상 자녀 1명이 있지만, 이혼 후 30여 년 째 연락을 하지 않아 혼자 산지 오래다.
할머니는 매일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지하철 앞에서 신문을 나눠주며 생계를 유지한다. 월 평균 27만원을 받고 있지만, 주말포함 연휴는 쉬므로 지난 설 명절처럼 긴 연휴 같은 경우에는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해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송 할머니는 가족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가족 없이 30년 동안 살았지만, 삵 바느질과 길거리 청소 등을 하면서 집 장만 했어”라며 애써 밝게 웃어 보인다.
돌보미 담당 김 씨는 “송 할머니 같은 경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이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 따뜻한 가족애가 필요했다”며 “이에 대안가족을 만들어 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별별가족서비스’를 연계해 줬다”고 말했다.
별별가족서비스는 마포노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서비스 중 하나로써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2009년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 중에서 거동이 가능하고 경도 이상의 우울 증세를 가지고 있는 노인 20명을 선정하여 서비스를 받게 하고 있다.
마포노인복지관 한 결 사회복지사는 “사업에 참여하는 가족자원봉사자들은 어르신과 함께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가족체험 프로그램 및 교육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월 1회 이상 어르신 댁에 방문하고 주 1회 이상 안부전화를 드리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보미 담당 김 씨는 “지난 2월 12일에는 송 할머니와 대안가족봉사자들이 찜질방에 가서 함께 목욕을 하는 등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며 “가족 간의 친밀감 및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매월 명절 장보기, 음식 만들기, 어르신 집안 대청소, 나들이 등 다양한 가족체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친구 ‘안심폰’
송정규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마포구 아현 2동 소재에 10년째 홀로 살고 있는 최순자(81) 할머니도 독거노인이다. 아들 1명에 며느리도 있지만 서로 형편이 어렵다보니 왕래는 거의 없다.
며칠 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화장실 가다 넘어졌다는 최 할머니는 “그래도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해”라며 걱정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돌보미 담당 김 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최 할머니는 거리 청소하는 노인일자리를 6개월 전까지 계속했지만, 올해는 나이 제한으로 일자리지원 신청을 하지 못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매달 나오는 노인장기요양 연금 9만원이 있기에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매일 집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할머니에게는 답답한 지 “일이라도 하면 덜 심심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돌보미 김 씨는 “할머니는 신체는 건강하지만, 녹내장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워 지난해 마포노인복지관에서 안심폰 달아드리는 서비스를 연계해 드렸다”며 “지금은 할머니가 든든한 친구가 생긴 기분에 좋아 하신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말 상대를 해주고 있는 김 씨는 매일 안심폰으로 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매주 1번~2번 정도 할머니 댁에 방문해 딸 노릇을 대신 해주고 있다.
김 씨는 “할머니가 대부분 전기를 켜지 않고 생활하여 밤에는 얼굴이 안보여 잘 계신지 처음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1년 반 동안 할머니를 지켜봐왔기 때문에 이제는 할머니가 잘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로 응답하시면 안전한지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심폰이란 서울시와 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노인돌봄기본서비스와 연계해 홀로계신 노인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업으로 돌보미에게는 영상폰으로, 홀몸노인에게는 긴급콜 기능과 움직임감지센서가 부착된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2008년 12월, 서울 지역내 50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80명으로 확대 되었다. 홀몸노인 현황조사(년 2회)를 통해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대상자 1000명을 보건복지부 선정기준에 의해 선정하고 있다. 1000명의 노인 중 고위험 노인에게는 우선 지급 된다.
최 할머니는 “요 안심폰이란게 신기해. 매일 우리 선생님(김경숙)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심심하지 않고, 선생님이 항상 챙겨주니 좋아”라며 안심폰 서비스를 받은 이후로 외롭지 않다고 토로했다.
할머니는 이어 “아들이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어 내게 큰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이 미안한 지 안심폰 서비스를 통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기뻐했지”라며 가족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사랑의 안심폰서비스의 장점은 홀몸노인의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 가능하다는 점이다. 작동법은 쉬어 버튼 하나로 어르신이 돌보미에게 연락할 수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은 노인에게는 안전 확인이 화상으로만 가능하다. 또 노인이 외출할 경우에는 센서(빨간불 반짝이는 것) 작동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이른 아침, 늦은 저녁시간에도 수시로 안전 확인을 할 수 있다.

희망의 선물 사랑의 장 바구니
지난달 15일 마포구 상암동 소재. 가족 없이 살아가는 이옥달(76)할머니 댁.
전세방의 좁은 방 한 칸에 혼자 살고 있는 이 할머니는 “사실 아들과 며느리, 딸도 있지만, 형편이 서로 어려워 연락을 안 한지 오래 되었어”라며 “예전에 불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서 산 것에 비하면 호텔 못지않아”라며 활짝 웃었다.
상암동 담당 돌보미 박혜자(53) 씨는 “이옥달 할머니는 예전에 지하방에서 살면서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긍정적인 분”이라며 “먼 친척분들이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조금씩 보태줘 한 달 전 수리된 깨끗한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동안 냉기가 도는 방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았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 수술까지 받아 일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궁핍한 삶이 지속되었다.
박 씨는 “대장암이 완치가 되지 않아 다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보시다시피 할머니의 사정이 어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에 마포노인복지관에서 후원을 해줬지만 한계가 있어 수술비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거동이 조금 힘든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마포노인복지관에서 지원해준 동사무소 건물 청소 등의 일을 하며 수술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일자리가 아니기에 할머니는 앞날이 걱정이다.
박 씨는 “할머니의 어려운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주기 위해 올해부터 ‘사랑의 장 바구니’서비스를 연계해 드렸다”며 “지난 1월에는 미래에셋 자원 봉사자 4명과 함께 인근 홈 마트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을 사드렸더니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사랑의 장 바구니 서비스는 마포구 내 저소득 홀몸 노인을 대상으로 영양보충식품 및 생필품 지원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유도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1가정에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원하여 인근마트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생필품을 구매하는 사업이다.
마포노인복지관 한 결 사회복지사는 “매 끼니마다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영양식을 섭취하기 어려워 영양불균형에 문제가 있는 독거어르신들에게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실시하게 됐다”며 “미래에셋금융회사의 후원을 받아 홀몸어르신 4분을 선정하여 격월 둘째 주 금요일마다 희망드림 장바구니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방문해 주는 것조차 감사한 일인데, 이렇게 챙겨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거듭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노인돌봄복지.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필요
지난 2000년 55만 가구에 불과했던 홀몸노인 가구는 2010년 102만가구로 약 2배 늘었다.
또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고독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독거노인은 지난해 102만1000명으로 2000년 55만2000명 보다 85% 급증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는 민간기업, 단체와 손을 잡고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지난 1월 31일부터 강화·시행하였다. 현재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받고 있는 17만 명을 제외한 85만여 명이 ‘사랑잇기’ 사업의 대상이다.
독거노인 사랑 잇기 사업은 65세 이상의 홀몸노인에 대한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파악, 정기적인 안전 확인, 보건·복지서비스 연계 및 조정, 생활교육 등을 통해 홀몸노인에 대한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들에게는 정기적 방문 및 안부전화, 무선페이징으로 생활상태 점검, 위험요소 제거 등의 생활환경 정비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독거노인들이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102만 명에 달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정부 재정지원 방식의 서비스 제공은 한계가 있기 마련.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은 “앞으로 독거노인의 정서적 고립과 고독사 예방을 위해 민간기업과 지역 자원봉사자, 정부가 서로 연계·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모델 패러다임을 구축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0일 설 연휴를 앞두고 영등포 지역내 노인·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현재 독거노인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건강 및 일자리 정책 등을 각별히 신경써 노인돌봄서비스의 새로운 복지형태를 연구해 독거노인들의 힘겨운 삶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혜민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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