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청음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류승남 상담지원팀 과장은 보여지는 지위보다 이용인들에게 신뢰감이라는 지위로 사회복지를 이끌어 가고있다. 이용인들이 소외 받지 않고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그의 열정에 주목해 본다.

어르신과 만나다
 대학 때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군대 제대 후, 지역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캠프프로그램 실습을 맡게됐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레 어르신과 인연을 맺게 됐고, 친조부모사랑 이외에 다른 어르신들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면서 좀 더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졌다.
 "청음회관 직업재활 파트에서 5년 정도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드디어 6년 차에 이르러 청각장애어르신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수화도 배웠고 수화통역사 자격증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수화를 못한다고 많이 지적했어요. 프로그램을 수화로 진행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됐죠. 젊은 이용인들과 어르신들의 수화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 분들 눈에 제가 너무 미숙해 보였나 봐요. 그래서 처음엔 충격도 받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는 의사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다. 어르신들에게 최대한 예의범절을 갖추고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1년도 체 되지 않아 어르신들의 표정은 밝아졌고, 마음을 열고 담소를 나눌 정도의 변화된 모습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소통의 중요성 일깨워
 초등 청각장애아동을 위한 통합교육은 단순한 물리적 통합일 뿐, 청각장애아동을 위한 배려나 별다른 지원은 제공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정이다. 류승남 과장은 2009년부터 상담지원팀에서 근무하면서 청각장애인 가족을 타깃으로 가족지원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사회복지기금(장애인복지계정)에서 지원 받아 초등 청각장애아동을 둔 열일곱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중심' 사례관리에 기반하여 각 가정의 욕구 및 문제에 따른 서비스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청각장애자녀를 돌보는데 있어 가족 특히, 양육을 전담하는 어머니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는 이 점을 잘 파악하여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게끔 도와줬다. 이처럼 가족중심의 사례관리를 기반으로 아동의 욕구, 부모님의 욕구, 형제·자매의 욕구 등에서 접근해 가족이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했다. 올해는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여 '치유'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대부분의 청각장애인 가족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가족관계를 증진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현재 심리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심리극 등을 활용한 부부, 장애자녀, 가족 전체 치유프로그램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보아 오던 청각장애아동이 성인이 되어, 본인이 참석했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동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된 그들의 말 하나 하나가 청각장애아동들에겐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청음회관에서 일한 그가 보람을 느낄 때다. 원동력이 되는 또 다른 하나는 어르신들과 같이 나이가 들다보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끈끈한 마음이다. 류승남 과장이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행할 때, 그분들이 믿고 따라준 덕택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
 "이용인들의 얼굴은 제 거울이에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비춰지거든요. 한 쪽이 잘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아요. 행복해지려면 우리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야 해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거죠. 사회복지를 업무로만 생각하면 오래 일 할 수도 서로 신뢰하며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류승남 과장은 우리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 지역의 문제, 사회적 문제로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복지라는 틀을 넘어 경제, 문화, 정치 등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권한다. 흐름을 이해함으로써 근원을 해결하는 안목이 생기고 지역문제 해결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용인들을 개인 초점에서 상담하다보면 근원적인 문제는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니였어요. 그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려면 가족단위, 사회적 단위로 제도나 인식이 변화해야 하죠. 후원이 필요하면 기업가들을 연결해 주어야 하듯이, 전반적인 사회적 코디네이터가 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는 사회적인 이슈의 흐름들을 '내 일이 아닌' 것으로 구분 짓는 것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박사 되고파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가치와 이념, 실천방법이 달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서로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등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류승남 과장은 앞으로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천 현장을 베이스로 박사 과정을 통해 잘못된 부분은 문제제기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가고자 한다.
 "더 나은 서비스 제공과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장의 여러 사회복지사들이 공부해 박사가 되어야 합니다. 아쉬운 것은 결국, 그분들이 현장에 남아 있기보다 대학으로 가고자 합니다. 급변하는 사회복지의 환경 속에서 임상과 정책을 아우르고 실천과 이론을 통합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많아야 사회복지 분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청각장애 아동들과 그 가족을 위해 고민하는 류승남 과장. 언제나 배움에 자세로 사회복지를 이끌어 가는 그가 한층 더 발돋움 해 현장에서 행동하는 'Social Doctor'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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