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가대표 유도선수로서 맹활약했던 사람이 있다. 인생에서 유도가 전부라 믿고, 유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 젊은 패기로 가득찼던 시절, 유도 연습도중 갑작스런 사고로 건강한 신체를 한순간 잃게 됐다. 자신의 신체적 아픔을 딛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만들어 그들의 자립을 돕는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을 만나봤다.

사고…그리고 새로운 기회
 유도를 유난히 좋아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유도를 배웠던 정덕환 이사장. 최연소 국가대표 유도선수로 발탁 될 정도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하다 72년 8월 1일, 하계훈련 연습도중 경추 4~5번이 골절돼 전신마비1급 장애인이 됐다.
 병상에서 일어나 유도코치로서나마 꿈을 이루고 싶어 대학 모교를 찾아 코치로서 일할 수 있도록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유도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고 후에 유도코치로서 활약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모교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기회'를 주지 않은 거죠. 서운함과 함께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시각을 넓혀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니 장애인들이 겪어야 할 슬픔과 아픔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정 이사장은 이것을 계기로 83년 구로구 독산동에 중증장애인과 함께 전자제품 조립을 하는 에덴복지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1985년 건물주의 부도로 거리로 쫓겨나기도 하고, 문전박대도 수없이 당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없었어요. 그러던 시절, 장애인이 일하겠다고 일거리를 부탁했으니 사람들은 이해를 못했죠. 차라리 돈을 기부 할 지언정 일거리는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악착같이 한발 한발 옮기며 지금의 에덴하우스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998년 장애인 직업재활의 글로벌화를 위해 파주시 교하읍으로 에덴하우스를 확장 이전했다. 현재 100여명의 가까운 중증장애인이 직원들과 함께 생활한다.

인간다운 삶을 누를 수 있는 '기회'
 에덴하우스에서는 각 시군에서 사용하는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생산한다.
  "중증장애인의 생산성이나 경쟁성을 일반 사회기업과 비교하면 힘들죠. 이런 여건 속에서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돕는 '장애인직업재활기관'들을 사회복지사례로서 관리하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 이사장은 의학적으로는 전신마비 장애인이지만, 직업적으로는 중증장애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지만, 직업적으로 자신이 목표한 사업들은 이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투명해지고 장애인 당사자들도 당당히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은 자신의 소중한 삶을 빼앗긴 것도 모른 체, 살아가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에덴하우스는 울타리가 없는 직업재활시설이다. 지적장애인들 스스로가 즐겁게 일하며, 주말에는 친구와 외출을 하고 쇼핑을 한다.
 정 이사장은 장애인들을 수혜적복지에서 생산적복지로 이끌어 내는데 주력한다. 또 직업재활을 통해 장애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로 거듭나길 바랐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해야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은 장애인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특별법을 진행했다. 따라서 올해부터 공공기관은 구매액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구매하도록 돼 있다.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 구매 해줘야 그들의 고용창출도 높아지고, 장애인들의 삶도 행복해집니다. 또 일을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자존감도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서로 지키고 보호해야 할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정책과 행정이 따로 실행해 사업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오랜 재활기간을 거쳐 가꿔 놓은 직업재활의 가치와 의의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지속적인 장애인 일자리 창출
 "기부금을 주신다면, 기부금 대신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그 날까지 중증장애인들 스스로가 세금 내는 국민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정 이사장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에 한 발 더 앞서 세금 내는 국민으로 만들려는 꿈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6월, 에덴이 다수고용사업장에 선정됐다. 따라서 '형원'이라는 이름 아래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 100여명 이상 고용을 목표로 친환경세제, 음이온발생기, LED등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사회복지 자체가 희생이고 사랑이라 말하는 정덕환 이사장. 앞으로도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장애인들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비장애인들의 사회복지의식개선에도 앞장서고자 한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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