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은 모든 학문의 기초다. 몸과 정신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인지는 개발되지 않는다. 장애아동공동체 해솔에서 운영하는 꿈여울 야구단은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발달, 지적, 뇌변변 장애아동들은 야구를 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해처럼 밝고 소나무처럼 바르게
발달, 지적, 뇌병변 장애아동들로 이루어진 장애아동공동체 해솔은 아이들의 자립과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꿈 자람터다.
손성숙 원장은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장애 아이들을 위한 대안 가정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병원을 찾는 부모님들은 아이 때문에 많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생활이 안 되는 가정도 많았습니다. 다른 형제들의 경우는 부모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가정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아동공동체를 열었습니다.”
손 원장은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심리검사 및 물리치료, 행동수정, 일상생활 동작 훈련 등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여가활동을 통해 다양한 예체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해솔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캠프, 해솔제, 야구단 등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캠프는 재가 장애아동들과 함께 합니다. 부모님과 여행하기 힘든 아이들을 데리고 숲으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휴양림을 이용할 수 있게끔 유명산 국립 휴양림과 자매결연도 맺었습니다.”
해솔제는 올해 7회를 맞이했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음악, 공연, 전시 등을 진행한다. 해솔제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시인으로 등단한 이들도 있다.
“음악, 글 등을 통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고 소외 되어 있던 장애인들은 해솔제에서 기량을 뽐내면서 자신감을 되찾습니다. 해솔 아이들에게도 운동, 음악, 드럼, 춤을 가르쳐 발표하게 합니다.”
조그맣게 시작했던 해솔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장애, 비장애인을 위한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초 장애아동 야구단
2009년 9월 창단한 ‘꿈여울 야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아동 야구단이다. 해솔 김인 교사는 아이들의 재활을 위해서는 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야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야구단을 창단했습니다. 야구는 혼자만 잘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팀 전체가 협력해야 합니다. 축구는 혼자서도 골을 넣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는 자기 포지션에 대한 책임과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꿈여울 야구단 선수는 현재 10명 정도다. 15세 이하 남녀 지적, 뇌성마비, 자폐 아이들이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이들이 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반 아이들처럼 실력이 쑥쑥 느는 것 보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순서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랐어요. 3년~5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날아오는 공을 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의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야구라는 운동을 처음 대하다 보니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안전사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였다.
“안전 교육을 많이 시켰습니다. 일반 아이들과 차이를 두지 않기 위해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합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네가 잘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꿈여울 야구단에서는 안전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엄하게 지도한다. 안전 교육을 숙지하지 않으면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들이 야구를 처음 접하다보니 동작을 습득하는데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야구는 정해진 룰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장애 아이들이 배우기 어려운 운동입니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장애 아동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김 교사는 부모 상담을 하고 어떤 유형의 아이인지 지켜보며 파악한다.
“안전사고 외에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제약하지 않고 운동을 시키면서 개별화 훈련을 통해 아이의 능력에 맞게 조금씩 단계를 올립니다. 자폐아의 경우 가만히 서있는 게 힘든 애들이라 도망을 다닙니다. 아이들에게 야구의 묘미를 가르치기 위해 반복적으로 지도했습니다.”
흥미를 갖지 못하던 아이들은 반복훈련을 통해 야구에 재미를 붙였다.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자 이제는 던져주는 공도 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꿈여울 야구단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인들도 참여합니다. 부모들, 중고등학교 봉사자들과 체육활동을 하고 때로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함께합니다. 야구단 선수들 중에는 또래 친구들만큼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야구를 한 뒤로 신체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허약했던 아이들이 건강해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질병에 저항력이 생긴 것. 또 자신감을 얻으면서 자기표현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야구로 인한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대인관계와 학교생활이 좋아지고 집에서의 생활도 안정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선수들 모두 지도자
김 교사는 야구단을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특수체육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목사이면서 사회복지사이기도 한 그는 야구단으로 인해 공부할 수 있는 마음을 다시 갖게 됐다. 야구단을 통해 인생도 새롭게 배우고 있다. 꿈여울 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다보면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한편 그는 꿈여울 야구단이 아이들에게 사회적 지위를 제공하는 밑바탕이 됐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포지션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포지션이 없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무시를 당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지위와 소속을 가진 구성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야구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아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김 교사는 가끔씩 아이들을 코치라고 부른다. 야구단이 잘 돼서 나중에 이들이 어린 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위치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을 하고자 한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놀이나 활동을 통해 인지치료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교육의 바탕은 체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인생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갈 것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공간도 마련하고 싶습니다.”
야구단 훈련은 교회 체육관과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체육관에서는 특수체육 및 개별운동을 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야구 경기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대관을 해주려고 하지 않아 연습장소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야구단이 번창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선수들 인원이 많지 않아 봉사자들과 함께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 아이들과는 시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게끔 또래가 또래를 가르치는 또래교사제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삶의 질을 높이면서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야구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미래
선수들은 꿈여울 야구단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장애 아이들은 주로 혼자 하는 운동을 합니다. 아이들이 야구단을 통해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랍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현재 선수들의 운동수행능력은 최상급이다. 수비는 어려워해도 공격하는 것은 좋아한다. 아이들은 손이 까져도 다음날 야구를 하자고 조를 만큼 훈련을 기다린다.
“자기 보호본능이 강한 장애아동들이 손이 까질 때까지 야구에 열중합니다. 원래 조금이라도 아프고 힘들면 쉽게 포기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인데, 손이 까져도 다음날 야구 하자고 조릅니다. 자폐아동과 지적장애 아동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의지이고, 이것이 야구입니다.”
아이들 손에는 굳은살이 없어 한 번 까지면 상처 부위가 크다. 그래도 아이들은 또 야구를 한다. 일반 아이들과 비교해놓고 봐도 엄청난 의지력이다.
“야구를 하면서 엄마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이가 바뀌니까 엄마도 변화된 것이죠. 아이의 잠재적인 능력을 보게 된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합니다. 직업재활원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다가 다른 모습을 발견한 후에는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준비합니다.”
부모들은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야구를 가르친 것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김 교사도 부모와 아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은 능력이 안 돼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조금 느리기는 해도 다 습득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무엇을 할지 최선의 계획을 세워 앞으로 나아간다면 삶이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김인 교사와 손성숙 원장. 해솔과 꿈여울 야구단의 아이들이 가꿔나갈 세상이 기대된다.

김혜민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