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제약이 있는 장애인들이 기업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창업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어선 사람들이 있다.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로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장애인 CEO들을 만났다.
아이디어 쇼핑몰 ‘아이두몰’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이두몰’은 장애인이 운영하는 쇼핑몰로 입소문난 곳이다. 사무실에는 물걸레질이 가능한 로봇 청소기부터 마늘을 쉽게 다지는 제품까지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는 독특한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쇼핑몰 운영자는 언어장애인 김준회(37) 씨. 그는 과거 직장생활을 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지쳐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장애인 기업센터에서 6개월간 쇼핑몰 창업 교육을 이수하고 지원을 받아 2008년 1월 회사 문을 열었다.
김 씨의 주 업무는 쇼핑몰 사이트의 실시간 주문을 확인하고 고객에게 판매제품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는 언어장애로 인해 직접 고객과 응대하기 어려워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씨는 “저만 할 수 있는 일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어 창업을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혼자 일을 감당해야 해서 버겁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디자이너, 운영팀장과 함께 사업을 일궈가고 있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두몰’은 3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현재 장애인 최초 온라인 쇼핑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폭탄 휴지케이스, 길이조절 핸들커버, 홍삼액 제조기 등 생활 속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들이다. 온라인 전문 쇼핑몰을 통해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 씨는 “중국에서 만든 물건은 질이 좋지 않아 판매할 경우 매출이 떨어진다”며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국산제품만 납품한다”고 밝혔다.
아이두몰은 온라인 쇼핑몰의 트렌드에 발맞춘 판매 전략을 내세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이념을 실천해 장애인들의 고용촉진과 사회활동 기반 마련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 씨는 “취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아이두몰이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도전하고 꼭 이뤄라
인천시 문화복지 의원이자 장례업체 은혜사를 운영하는 박순남(65) 씨는 어릴 때 화상으로 두 손을 잃었다. 그는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로 글씨를 쓰고 남의 도움 없이 밥 먹는 연습을 했다.
박 의원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부끄러워해 손님이 올 때마다 뒷방 신세였다”며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자립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어머니와 수의 사업을 시작했다. 삼베가 많이 나는 전라도에서 베를 사다가 수의를 만들어 판매했다. 밤낮 없이 재봉틀 앞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거래처를 늘렸다. 사업이 번창하자 인천 시립묘지 근처 공장을 인수해 은혜사를 설립하고 관, 수의 등 장례용품을 제조·판매했다.
박 의원은 “주위 사람들이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인데 어떻게 장애인이 장례용품 사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말렸다”며 “하루 3시간씩 밖에 못 자고 일했던 당시를 떠올리니 정말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장애인 및 소외계층의 복지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특히 문화복지 정책이 열악하다는 실정을 듣고 사회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작년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박 의원은 “장애인인 제가 직접 나서서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출마했는데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으로 당선됐다”며 “앞으로 장애인, 노인,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관 설립과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생산품 판매장 및 사회적 기업창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180간 이상 확대, 복지예산 확보 등의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CEO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뛰어라,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는 박순남 의원.
그는 한국장례문화연구회에서 장례비리 일소를 위한 장례지도자 양성, 화장 중심 장례문화 운동 등 장례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창을 만들다
엑스비전 테크놀로지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다. 1급 시각장애인 송오용(40) 대표는 김정호(40), 최영찬(36), 김기상(35) 씨와 2002년 6월 회사를 창립했다. 4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점차 사업을 확장해 전체 직원 1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송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컴퓨터는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의 역할을 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있는 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가 2003년 9월 출시한 ‘센스리더(Sense Reader)’는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 검색, 아래아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1년 3개월에 걸쳐 개발된 ‘센스리더’는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진행돼 현재 윈도우7 64비트까지 지원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최고로 손꼽힐 정도로 호응이 좋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프로그램 시장은 열악한 실정”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능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그램은 정보문화진흥원, 보조공학센터 등의 공공기간과 일반인들에게 두루 판매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과 선생님들의 수요가 크다.
송 대표는 어릴 적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맹학교를 졸업하고 안마사로 취직했지만 무료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장애로 인해 현실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건 컴퓨터 밖에 없었다.
그는 “점자로 된 전공서적을 보면서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워 프로그램 개발까지 할 수 있게 됐다”며 “17년 동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말했다.
1996년에는 처음 개발한 프로그램을 판매하려 했지만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대신 실력이 알려져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후 그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송 대표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는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엑스비전 테크놀로지 송오용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용 소프트웨어와 안드로이드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음성, 점자, 동영상이 지원되는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경제주체 되는 시대 열려
앞으로 장애인들의 창업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2012년부터 원스톱 창업 지원과 인큐베이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청도 취약계층인 장애인이 활발하게 창업 및 기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성공 창업기업 1600개, 우수 장애인기업 1만개를 육성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 인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들도 경제주체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열린 것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취업장애인 21.5%는 사업주로 활동 중이다. 장애인의 안정적 일자리 욕구 등으로 창업과 기업 활동도 주된 대책으로 요구되고 있다.
정영태 장애인기업활동촉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정책으로 3만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유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장애인들이 사업가로서의 꿈을 마음껏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문혜원 기자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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