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소리와 몸짓으로만 공연을 한다는 ‘난타’. 난타를 통해 세상을 향해 심장까지 두들겨 마음을 열게 하는 특별한 난타팀 ‘레인보우 두들소리’를 찾았다. 지적장애인 팀으로 이루어진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장애를 뛰어넘어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장애인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그들만의 신나는 퍼포먼스와 훌륭한 공연 연출력을 함께 감탄해보자.

난타로 ‘꿈’의 소리 두들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인 ‘무지개동산 예가원’. 오후 2시 이후, 심장을 두드리는 시원(始原)의 소리가 울린다. 울림의 정체는 바로 타악기를 두들기는 경쾌한 소리. 북채를 들고 두들기에 한창 몰입 중인 이들은 다름 아닌 7명으로 구성된 장애인 난타그룹 ‘레인보우 두들소리’다. 그들은 연습을 마치 무대에서 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임했다.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지적 장애인들로 구성된 난타 연주팀이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숨은 끼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무지개동산 예가원에서 2002년 창단했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생활을 고민하다가 난타를 알게 됐어요. 오디션을 통해 지금의 단원 7명을 선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예가원 복지사 선생님들이 전문 강사에게 배워서 다시 이들에게 리듬을 익히고 박자를 셀 수 있도록 가르쳤는데, 1년 동안은 거의 진전을 보이지 않아서 속상했죠.”
무지개 동산 예가원 김윤례 실장은 초창기 창단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소개했다. 그녀는 이어 “하지만 배우는 것이 더딘 사람들이니 조바심내지 말자 했고, 단순히 흥미와 재능을 이끌기 위해 시작했지만 단 1회 공연일지라도 온 열정과 실력을 다 보여줄 수 있도록 매일 연습했어요. 특히 난타 연주는 개인 기량 못지않게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해서 팀원들은 이를 위해 하루에 3~4시간씩 맹연습을 했죠”라며 지금의 ‘두들소리’가 있을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팀원 모두는 난타를 통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맹연습의 힘든 훈련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견뎠다.

더딘 연습 끈기로 이겨 200여 회 국내외 공연
10분짜리 연주 프로그램을 익히는 데 1년이 걸릴 만큼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한 더딘 이들이었지만 꾸준하게 연습한 결과, 창단 이후 지난 8년간 늘 새로운 내용의 연주로 다양한 국내 행사공연은 물론 2006년 6월 미국 시카고 공연을 비롯해 LA 길거리공연, 2007년 11월 일본 나고야 초청 순회공연 등 국내외에서 200여 회의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순회공연을 통해 국위선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두들소리는 장애인들에게는 삶의 소망과 용기를, 일반에게는 감동과 기쁨을 전하기 위해 장애인 인식 개선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김 실장이 밝힌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궁극적 목적처럼 이들은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었다.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문화센터, 전국 장애인시설 및 재활시설, 공공기관 등 공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멋진 난타공연을 보여준다.
지난 2009년 5월 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장애인 인식 개선 한마당’에서는 최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초청공연에서 영혼의 울림소리로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독특한 테마 설정 연출력 돋보여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요리하는 사람들’이라는 테마설정을 정해 독특한 연출력이 있는 난타극을 보여준다.
“주방장, 메니저, 요리사 등으로 각 역할이 주어지게 했어요. 코믹적이면서 유쾌함이 들어간 난타극을 보여주고자 함이죠. 처음에는 남자4명이 등장해 북을 요란하게 친 후, 음식을 만드는 듯한 시늉을 하고 다음에는 7명 전원 모두가 전체합주를 하면서 신나게 북채를 휘두르며 관객과 호응을 하죠. 이런 연출력이 저의 레인보우 두들소리에서 보여 지는 특별한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를 테마로 설정한 연출력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입기까지 김 실장은 많은 고민과 훈련을 생각해내야 했다. 특히 일반인이 아닌 지체장애를 겪는 단원들이 겪는 훈련과정은 더욱 고단했다고.
하지만 그녀가 아이템으로 생각해 낸 ‘요리사와 사람들’은 곧 팀의 단원들이 먼저 매력을 느껴 열심히 훈련에 임해줬고, 팀원들 모두의 노력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져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팀원의 주방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임권택(30·지적장애2급) 씨는 “악기를 배우는 것이 재밌어서 시작했어요. 훈련은 힘들지만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함께 호응해 주는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함을 느껴요”라며 소감을 말했다.

한마음 한 가족 ‘레인보우 두들소리
소리로 웃음을 찾고, 내일의 희망을 찾는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박자감각이 남다르게 뛰어난 변선재(31·지적장애2급) 씨를 비롯해 무대에 서는 것이 신난다는 남덕현(29·지적장애1급)씨, 난타를 직업으로 생각한다는 민원기(32·지적장애3급) 씨, 무대에 서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윤병례(51·지체장애3급) 씨,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난타를 하고 싶다는 심진섭(32·지적장애3급) 씨, 언제나 웃는 얼굴인 정향숙(43·지적장애1급) 씨 등 7명의 ‘레인보우 두들소리’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함께할 수 있고, 연주하는 자신이나 공연을 즐기는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관객들의 호응과 박수에 보람을 느끼기에 오늘도 북채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이 밖에 두들소리에 지난해 11월부터 함께한 지도교사 한승아(23) 씨는 팀의 리더로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한 씨는 “처음 난타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르쳐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들과 자연히 어울리며 연습하다보니 타악기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오히려 가르침을 받아 지금은 훌륭한 한 팀이 되었어요.”
팀원 민원기 씨는 “간혹 훈련할 때에 서로 호흡이 안 맞으면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하다 보니 이젠 무엇 때문에 호흡이 안 맞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어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함께 연습하고 생활하는 곳은 무지개 동산 예가원. 정신지체 장애인 60여명이 생활한다. 처음에는 취미 활동과 사회 적응훈련의 일환으로 시작한 타악 연주지만 8년이 된 지금,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장애인 유일의 타악공연팀으로 성장했다.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난타극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장애인들에게 여가 활동을 통해 삶의 여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증진 및 재활의지 고취, 자신감 함양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바로 서게 하며,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장애 인식 전환 및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점을 목적으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라며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줄 것임을 시사했다.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앞으로 1:1맞춤 교육을 통한 더욱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무엇보다 현재 여자 난타 단원들이 나이가 있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여 앞으로 참신한 후배 난타 단원을 배출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아직 지금 두들소리 단원들만큼 역량이 있는 친구들을 찾아내기가 어려워 새로운 단원팀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향숙 씨와 윤병례 씨 같은 경우는 쉬게 해드릴 필요가 있어 여자 후배를 양성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타가 체력이 많이 드는 공연극이라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공연을 구상할 계획입니다”라며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현재 레인보우 두들소리는 다양한 무대에서의 공연을 통해 이들이 수혜자에서 복지 제공자로의 자긍심이 증대됐다. 무엇보다 예술적 잠재능력이 발현돼 사회재활의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순히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난타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무지개동산 예가원은 정신지체생활 시설로 장애인들에게 기독교 정신 영적재활, 교육재활, 치료재활 등을 통해 사회 통합화와 전문재활 서비스 등을 장애인 중심으로 이뤄갈 수 있도록 실천하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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