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0명의 새터민 자녀들이 새로운 꿈을 품고 남한으로 온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의  전혀 다른 교육방식으로 인해 아이들은 적응하기 힘들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터민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학습 지도를 실천하고 있는 새터민 대안학교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맞춤형 학습지도 평가 1위 하늘꿈학교
지난달 5일 오후 3시, 서울시 송파구 가락2동 소재 새터민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 교실. 이날은 매주 한 번 실시되는 특별활동 교육이 실시되는 날이다.
특별활동 시간은 학생들이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택해 수업을 받는다. 문예창작반을 비롯해 영어회화, 합창반 등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글짓기 공부를 위해 문예창작반을 택했다는 김미경(가명·21) 양은 가족을 따라 2009년 10월 남한으로 넘어와 2010년 5월 하늘꿈학교에 입학했다.
김 양은 “처음에는 일반학교를 다녔지만, 교육방식이 적응이 안 되어 힘들었다”며 “지금은 새터민 청소년 특성에 맞게 1:1맞춤교육을 해주어 공부하기가 수월해져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사실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둘째 언니가 합병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이 때문에 가족 모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오직 언니의 병간호를 돕고 있어 생활형편은 어렵다. 김 양은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매달 1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있지만, 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고스란히 수업비 1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살림형편에 보태지 못하고 있다.
장래희망이 간호사인 김양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해 한국에서 성공하여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싶다”며 희망사항을 이야기 했다.
하늘꿈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연철민(가명·22) 군도 2008년 남한으로 이주해 온 새터민 청소년이다. 그는 대안학교 입학하기 전 새터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른 고등학교에 다녔다. 수능시험까지 치뤘지만 논술, 영어 등 시험이 어려워 결국 가고 싶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데 격으로 남한생활의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인해 뇌종양까지 앓았다.
연 군은 “하늘꿈학교로 작년 5월 전학 온 후, 적성에 맞게 교육하는 방식에 맞추어 공부하다 보니 성적이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1년 만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금은 몸도 차츰 나아져 새터민 친구들, 다문화친구들과 함께하는 특별동아리에 들어 축구연합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고 있다.
연 군은 “후에 통일이 오면 북한주민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2003년 한국 최초로 종교재단이 설립한 하늘꿈학교는 16세부터 20세 이상까지의 탈북청소년들 위해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은 입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다. 나이가 많더라도 성적이 나쁘면 중등반에 들어가야 한다. 이 학교는 고교 졸업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전교생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는데, 응시생의 80% 이상이 합격한다. 높은 합격률의 비결은 ‘일대일 보충수업’이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학생별로 성적이 낮은 과목을 일대일로 지도해 주는 방식이다. 올해부터는 서울의 논술교육센터가 논술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임향자 교장은 “새터민 학생들이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알고 논술 교육을 도입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수준에 맞춰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새터민 학생들에게 심리 치료와 사회 적응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낯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야만 학업성취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학생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천연 비누를 만들어 직접 판매하는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음악치료도 학교 수업에 포함돼 있다.
임 교장은 “규모가 작은 덕분에 전원(현재 18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안정된 학습 환경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학습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같은 대안학교 삼흥학교

서울 구로구 구로동 소재 삼흥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면 8살부터 13살까지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보기에는 서울의 여느 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다름없지만 가까이 가서 말을 시켜보면 어떻게 다른지 바로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에 북한어와 중국어가 섞인 우리말을 서투른 말투로 이야기한다.
한국에 온지 4년 되었다는 김희연(가명·13) 양은 “한국사회에서 지내는 것이 어려워요”라고 말한다. 아직도 남쪽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이들 어린이들의 부모들 가운데 아빠 엄마 양쪽이 북한 이탈주민도 있지만, 엄마나 아빠 가운데 어느 한쪽만 탈북 했고 다른 한쪽은 중국이나 다른 제3국 사람인 경우도 많다. 특히 엄마는 북한 이탈주민이고, 아빠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인 경우가 가장 많다.
채경희(40) 교장은 “이런 배경들로 인해 이들 어린이들의 정착은 더욱 쉽지 않다.”며 “대부분 부모들이 한국에 있어도 식당이나, 공사판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여유 있게 아이들을 볼 틈이 없어 방치된 아이들을 가정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흥학교는 2010년 11월 15일 설립하여 올해 2월 25일 개교식을 치뤘다. 현재 전원 32명의 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이 진로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부근에 있는 아파트에서 기숙 생활을 한다. 채경희 교장선생님 외 3명의 교사들도 모두 새터민이다. 이들은 평양이나 청진, 함흥 등에서 교사경력 10년 이상을 지냈던 터라 아이들에게 부모된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다.
채 교장은 “아이들의 교육도 물론 중요하지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절실해 새터민 선생님들을 고용해 가정교육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흥학교는 ‘지·덕·체’가 흥하여 통일동량지재가 된다는 의미로 지어졌으며 탈북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사)NK지식연대와 함께 연계하여 세워졌다. 설립목적은 탈북여성의 안정적 취업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탈북아동 자녀들을 돌보는 개념의 취지로 설립됐다. 채 교장은 “저희 학교는 방과후 종합과외 학교이며, 북한이탈주민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하여 아이들이 제도권 교육에 원만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흥학교 교육 프로그램은 원만한 일반학교 진학을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과 일반학교 재학을 위한 학력보충 프로그램, 사교육을 대체하는 종합과외, 다문화 및 저소득층 아동과 함께 하는 가정 간접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며 탈북자녀들에게 꿈과 자유, 사랑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지름길
지난해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이탈주민은 2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23%가량인 4500명 이상이 청소년이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학교를 다니며 제대로 배운 지식이 거의 없어 한국의 중학교 과정을 이해하는 학생은 50%, 고교 과정을 이해하는 학생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갈수록 대안학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적으로 새터민 및 다문화 자녀들이 밀집해 있어 최근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다문화학교 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부터 모금활동에 돌입했다. 추진위는 약 150억원을 모금해 2012년까지 다문화특구가 있는 경기 안산시에 한국다문화학교를 완공할 계획이다. 초등학생 100명, 중학생 50명 규모로 시작한 뒤 고교 과정을 개설하고, 정규과정 기본 교과와 함께 다중언어, 창의성, 예능 등 대안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가족여성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내 다문화가정 학생은 6688명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많으며, 초등학생은 5029명, 중학생은 1144명, 고등학생은 515명이라고 밝혔다. 최근 초등학생 증가율이 감소하는 반면, 전체 학생 중 중·고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대안학교들의 과제는 학력인증이 가능하도록 대안학교 인가를 받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새날학교가 내년부터 공립 대안학교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다문화학교가 없다.
류성환 한국다문화학교 설립추진위 사무국장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타지방 지역에서도 대안학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인가를 위해 교육청 등과 협의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며, 새터민 및 다문화가정 학생 외에 국내 학생들의 입학도 가능할 수 있게 하여 편견 없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흥학교 채경희 교장은 “새터민 대안교육은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지름길”이라며 “낮선 한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이들이 우리겨레의 희망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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