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말벗도우미를 해주는 일이지만, 진정 이 직업의 중요한 마인드는 외로우신 어르신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서울마포노인종합복지관 소속 노인돌보미 박혜자(51) 씨가 말하는 소명이다. 그녀는 이러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세상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랑을 전하는 그녀만의 행복 마이더스 손으로 독거노인들에게 희망의 바이러스를 심어주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보람된 일을 찾아 시작
매주 1회 독거노인을 찾아 방문하고, 전화 등으로 말벗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박혜자(51) 씨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서울마포노인종합복지관 소속 노인돌보미로 올해 4년째 일하고 있다.
박 씨가 하는 일의 온도가 따뜻해야 하는 만큼 그녀 또한 따뜻함이 몸에 베어 있는 그야말로 천성 착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유독 선한 미소가 매력적이기로 소문나 주위의 친분이 많으며, 어르신들에게는 인기 만점 돌보미 선생님으로 통한다.
박 씨는 본래 전직 중학교 교사로 2007년까지 일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사직을 퇴사하게 됐다. 그 후 어린이들 과외 등 돈을 벌수 있는 일을 하는 등 생계를 유지해나가며 힘든 생활을 보내다가 무엇인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한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노인돌보미 일을 택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노인 돌보미 일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들을 돕는 일이기에 망설임 없이 시작했죠. 힘들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자 그동안 힘들었던 일을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마포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은 1만 여 명이 넘는다. 박 씨의 관할 구역은 그 중 상암동의 독거노인 45명을 책임진다. 그녀는 매일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인들을 관리한다. 직접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전화 등으로 어르신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주 1회 방문이지만, 박 씨는 매일 어르신의 안전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렇게 일하는 그녀의 월 급여는 60여 만 원. 저임금이지만 박 씨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보수만큼 일한다면, 딱 그만큼의 일의 가치를 따지겠죠. 하지만 노인돌보미는 정해진 시간 외에 +α(플러스 알파)가 붙여져요.  +α 는 바로 봉사정신이죠.
독거어르신들은 대부분 불행한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 놓고 계시는 분들이세요.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많이 외로워하시죠. 저는 최대한 그 분들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 마음의 문을 어렵게 여셔서 저를 맞이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저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르신과 공감대 형성하기
박 씨는 이 일을 하면서 가슴이 아팠던 일, 행복했던 일 모두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처음 노인돌보미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르신을 대하는 일이었어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 대한다는 것이 사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 느꼈죠.”
관리하는 독거노인 집을 방문해 안부 인사를 드리려다 이유 없는 문전박대를 당한적도 있고, 괜한 미움을 받으면서 협박도 당한 적도 있지만, 박 씨는 그럴 때마다 자신이 상처를 받아 돌아가는 쪽을 택하기 보다는 오히려 문전박대하는 노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어떤 분은 왜 우리집에 방문 하냐면서 소리치면서 내쫓았어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할머니 팔에 매달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하며 설득했죠. 그랬더니 그 후에는 그 분이 마음의 문을 여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불행하게 산다는 자신의 생각 때문에 남을 선뜻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랬던 거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후 저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며 다가갈려고 노력했어요.”
어르신의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기로 결심한 박 씨는 기쁨을 나눠주기도, 외로움을 서로 달래주기도 하는 노인돌보미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잘 한 일이라고 여기게 됐다.
가끔 힘들 때 슬럼프가 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입장으로서 더 자신을 다독이며 독거노인들을 이해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게 되었다고.
“제가 하는 일이 독거어르신들의 잠재적 근심을 덜어주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배움 활동이 곧 사랑의 봉사 마이더스 손으로
마이더스라는 말은 본래 부자가 되게 하는 신의 손이라는 뜻으로 유래된 말이지만, 박 씨에게는 돈과 명예를 가진 마이더스라는 말의 표현은 적절치 않는다. 그보다 다재다능한 손 재주로 사랑을 전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 마이더스 손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그녀는 본래 경영학과를 졸업해 경영인에 뜻을 두고자 했으나 워낙 천성적으로 배우는 것을 즐겨해 미술 및 운동, 대체의학 등 다방면에도 관심을 가져 공부를 했다. 그리고 공부한 그 모든 분야에 뚜렷한 재주를 가져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녀는 이미 미술계통 쪽에서는 빼어난 그림 솜씨를 인정받아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1 국제미술대전 특선 외에도 금상, 은상, 우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어 빼어난 그림 솜씨를 인정받았기 때문.
“힘든 생활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고 싶어 시작된 취미활동이 지금은 저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 돠었어요. 제가 가진 재주를 조금이나마 남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큰 보람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는 그러한 끼와 재주로 서현 문화센터에서 한국화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서현 경로대학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한국화를 가리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체의학 쪽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자격증 4개를 소지하고 있으며, 경기대학교 식이요법 전문 강사 및 대체건강지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배운 모든 것들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금 제가 하는 노인돌보미 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림도 의학도 외로우신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방문하여 뵙는 어르신 중 갑자기 몸이 아프시면 배운 의학지식이 조금이라도 대처하기에 도움이 되었고, 그림은 취미활동을 하시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배움을 나눠드려 조금이라도 생활에 기쁨을 드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배움 활동으로 노인돌보미 직업에 접목시켜 독거노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아주고 싶다는 박혜자 씨.
그녀는 일인다역으로 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다방면의 손재주로 사랑의 봉사 손길을 베푸는 활동에 열심이다.

돌보미 직업, 전문화 되는 것이 필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인돌보미’라는 호칭이에요. 이 직업을 가진 분들은 모두 저보다도 더 훌륭한 생각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데, 가끔씩 모르는 사람들이 끝말인 ‘돌보미’만 듣고 다르게 생각하여 청소도우미, 집 지키는 도우미, 아줌마 등의 호칭으로 저희를 부를 때가 있어요. 즉 하향된 직업으로 생각하여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렇게 불러질 때면 괜히 힘이 빠져요.”
박 씨는 비록 사회에서는 ‘노인돌보미’직업이 하찮은 직업처럼 치부되는 듯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이 일 만큼 차별화된 직업은 없다고 말한다.
“차별화된 봉사 직업이니 만큼 사회 안에서 당당히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호칭 변화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도우미 개념이 아닌 사회복지 개념으로서 노인돌보미 일에 대한 인식변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박 씨는 노인돌보미도 봉사의 정신을 가진 직업이니 만큼 일한 댓가에 대한 정당한 호칭이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독거노인실태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한 다각도로 구성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 좀 더 발전된 노인돌보미를 배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노인돌봄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맞춤형 직업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녀이지만, 그 어떤 일보다 ‘노인돌보미’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박 씨는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도 이 일이 있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노후 설계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앞으로 제 나이가 더 들어 어르신의 나이처럼 될 때까지도 노인돌보미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어르신과 더 가까운 친구가 된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뛴다. 30년 후 자신에게 직면하게 될 노후를 위해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꿈꾸는 일이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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