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웨딩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수많은 커플의 예식을 시간 단위로 치러 내던 소비성 결혼식장의 시스템에 회의를 느끼는 신혼부부가 증가하면서 신(新) 결혼문화 열풍이 선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들의 시선보다는 실속 따지는 결혼진행비로 훨씬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가는 예비신혼부부들을 만나 알뜰결혼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알뜰 결혼 준비하는 신혼부부들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구 소재 무료결혼추진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결혼예비커플 강해윤(29)·최소영(28) 씨.
한참 무료결혼추진운동본부 상담원으로부터 결혼 진행비에 대한 상담을 듣는 중이다.

예비신부 최 씨는 “예식홀 진행비부터 메이크업, 드레스, 스튜디오 촬영비 등 패키지로 묶으면 다른 결혼식 진행비보다 약 200만 원 이상 저렴하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처음 착한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합리적 소비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나눔을 생각하는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알뜰하게 준비하기 위해 방법을 찾다 ‘무결추’를 알게 되어 오게 됐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신랑 강 씨는 “결혼 진행비를 아직 정확히 얼마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허례허식 된 과소비 결혼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품가격을 뺀 결혼문화가 사회적으로도 인식되기 위해서는 결혼예비부부들의 의지와 기성세대 부모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올바른 결혼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무료결혼추진운동본부에서 상담부터 결혼진행 안내까지 도맡아 하는 이탁인 본부장은 “옛날에는 결혼식이 동네잔치의 개념이었는데 요즘 결혼식은 허례허식으로 형편에 맞지 않는 과소비 형태를 띄고 있다”며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돼 신바람 나는 결혼문화를 만들고자 ‘무결추’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료결혼추진운동본부는 지난 1999년 서울시 업무 책정원으로 설립돼 검소한 혼례문화 정착운동 및 공공기관과 연대 실천사업을 전개해 정부, 기업 참여 등 캠페인과 의식전환 형성으로 가정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단체는 그 동안 3000 여 쌍의 결혼을 진행해왔다. 회원가입비 20만원(1쌍 기준)으로 결혼식 드레스와 턱시도 일체(액세서리 포함)를 빌려주고 신랑신부 화장·결혼 택일·웨딩슈즈 대여·일정 관리·앨범(3권) 발행 등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본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곳에서 좋은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면 이혼하지 않고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뜰하게 절약해서 제 격에 맞는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훨씬 잘 살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따랐지만 신랑 신부의 미소와 행복해 하는 모습에 그 아픔은 한 순간에 사라지곤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혼례 용품 구입에 걸리는 총비용은 평균 2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처럼 신 알뜰결혼문화를 추진하는 결혼진행단체를 이용하여 영리하게 할인 서비스를 받는 커플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식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15~20% 정도 싸지는 평일이나 비수기에 식을 올리는 방법도 각종 미디어매체에 소개되고 있는 추세다.

실속 있는 혼수형 진행
지난 4월 결혼에 골인한 동갑내기 커플 서동희(31)씨와 최수지(31) 씨는 결혼준비 단계부터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알뜰결혼준비를 돕는 결혼카페를 통해 스튜디오, 예식홀 등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하여 후회하지 않는 결혼식을 진행했다. 또 양가 어른들과 상의해 예단은 최소한 비용으로 각각 20만원의 한복을 맞췄으며, 예물도 서로 금반지(18k)로만 결혼약속을 맺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절약한 비용은 500만~700만원에 달했다.
또 다른 동갑내기 커플인 박기태(30)씨, 윤혜진(30)씨 부부. 6월에 결혼예정인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해외로 가지 않고 국토종단을 할 계획을 모색 중이다.
박 씨는 “평소 등산, 스킨스쿠버 등을 함께 즐겨 국토종단의 목적지를 친척과 지인들이 사는 지방으로 정했다”며 “아내가 될 사람이 특히 좋아해줘 고맙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두 커플은 실속 있고 과감한 여행의 즐거움을 찾고자 해외여행보다는 한국국토종단의 배낭여행을 택했다.
이처럼 요즘 예비부부들은 예물은 커플링으로 간단하게 맞추고 한복은 대여로 해결하며 스튜디오, 야외 촬영 등 비싼 웨딩 앨범, 겉보기 좋은 결혼 진행보다 형편 것, 실속에 맞는 신혼여행을 택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혼이 일반화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예비부부들이 늘어난 점도 결혼 절차 간소화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단과 예물은 사람들이 가장 거품이 많다고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랑, 신부가 가장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 항목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2009년 380쌍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1억7542만원에 달한다. 이는 2000년도의 평균 지출 비용인 8278만원의 2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불과 10년 사이에 결혼 비용이 2배 이상 급증한 것. 반면 85%이상의 부부들이 예단·예물을 하고 있지만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예단과 예물을 하지 않는 부부가 15%에 달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이웅진 대표는 “사회통념상 결코 적은 액수라고 볼 수 없다”며 “실속파들은 허례허식이라 여겨 다른 항목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그 돈을 신혼집 전세자금으로 돌린다는 전략으로 예물과 폐백 등 형식적인 행사는 물론 약혼식, 피로연도 과감히 생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속 경제체제가 알뜰결혼문화 만들어
이처럼 신 알뜰결혼문화가 형성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물가 고유가 시대의 서민들의 고통 역시 높다는 의미에서 요즘,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 역시 ‘알뜰’하게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라고 결혼정보업체에서 밝혔다.
화려하고,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갖추려는 예전 결혼문화와는 달리 내실을 기하며 구색을 맞추고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0년 결혼 평균 지출 비용은 8278만원으로 추산되었지만 전체적인 사회의 풍요도가 증가하고 결혼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지난 2010년에는 약 1억 7542만원으로 그 2배에 달하는 증가치를 보였다.
이처럼 버블에 가깝게 부풀어 올랐던 결혼시장은 오래도록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해 거품을 빼고 실속 있는 신혼에 포인트를 맞춘 경제적 웨딩전략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탁인 본부장은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 약혼식 등 체면치레를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호화로운 뷔페를 준비하던 피로연을 최소한으로 절제하여 약식으로 진행하거나 아예 생략해버리는 과감함 증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2011년 결혼시장의 ‘신 알뜰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요즘은 비수기인 7~8월에 웨딩홀 예약을 잡거나 평일 저녁으로 예식 시간을 선택하는 부부들도 많아졌다. 최소한의 하객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하더라도 보증 인원만큼의 음식 값만 지불하는 실속형 지불보증제를 운영하는 웨딩홀도 늘어나고 있으니 고려해볼 만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알뜰하게 결혼을 준비 한다는 것 또한 그리 만만치가 않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취할 것은 과감히 취하는 자세와 허례허식, 불필요한 소비, 과다 지출 품목을 과감히 배제하고 집 장만과 신혼여행, 차량 구입이나 인테리어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지출을 하는 것도 현명한 ‘결테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결테크’계획을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 부모들을 현명하게 설득해 무리 없는 알뜰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루는 것이 중요하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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