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일원으로 생산적인 시민으로서 사회통합을 통해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재활시설이다. 1993년 동천학원 홈패션물 생산을 시작으로 2008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동천'을 준공하고, 상호명도 '동천'으로 변경했다. 또 노동부에서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 선정돼 중증장애인의 사회적 참여를 이끌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 기회 마련
 성선경 동천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갖지 못해 그 모습이 안타까워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재봉틀 교육을 실시했다.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1∼2년 정도의 재봉틀 교육을 받은 이들의 기술이 향상돼 쿠션, 홑이불 등을 만들어 바자회 등을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20여명의 재봉틀 기술자들이 있음에도 부가가치가 형성되지 못하다보니 월급을 줄 수가 없었어요. 이 분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는데, 우연히 소규모의 모자 공장을 견학하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성 대표는 17개의 공정을 거쳐 나오는 모자를 보고, 각각의 개별 공정들이 독립적인 일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자를 만드는 17공정의 단순작업 공정을 일반인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의 단순작업은 우리 중증장애인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천은 수익 창출에 앞서 중증장애인도 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겁없이 모자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정직하고 꼼꼼함으로 승부를
 동천을 이끄는 직원은 70명이다. 이중 42명이 중증장애인 근무자로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이가 많다.
 "동천사이트에 직원공모를 해서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3개월 정도의 견습기간을 둡니다. 견습기간을 통과한 장애인들은 직원으로 채용돼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근무자는 100% 지적장애인으로 정직함과 꼼꼼함으로 모자를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모자에 실밥이 풀렸거나 귀퉁이 색상이 변질돼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살핀 뒤에 납품한다.
 "동천의 이런 꼼꼼함으로 일거리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바이어들끼리 입소문을 타 현재 거래처가 10군대가 넘었습니다. 동천은 납품기한에 촉박하게 많은 물량을 받지 않습니다. 많은 제품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좋지만, 꼼꼼히 좋은 품질의 모자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동천의 남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 대표는 정직함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지금까지 동천을 이끌고 있다.

역경을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
 동천이 순탄하게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처음 모자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업에 관한 지식이 없어 3∼4년 정도를 고생했다.
 "일을 하는데도 만날 적자를 보고, 밑지고, 부도까지 맞게 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고 4년이 되었을 때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일 큰 고비와 맞닥뜨렸죠."
 성 대표는 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일하던 장애인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될까봐 모자 전문가를 섭렵했다. 당시 공장에서는 싼 모자를 생산해 냈지만, 중국제품과의 가격경쟁이 어려웠다. 그래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등 모자에 대해 더욱 투자했다. 예전에는 주문생산의 방식으로 모자를 납품했지만, 현재는 동천에서 디자인한 모자를 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는 스포츠브랜드의 이름으로 납품하고 있다.
 "그동안 직원들 월급 때가 되면 항상 걱정을 했습니다. 작년에 드디어 흑자를 내서 우리 직원들에게 줄 월급 걱정을 하지 않게 되니 기뻤습니다. 또 장애인 근무자들이 직장에 대해 자부심 갖고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뿌듯합니다."
 동천은 직원과 관리자의 관계를 떠나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일을 진행한다. 주 5일 근무제로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한다. 직원들은 주말에 가족이나 애인과 데이트도 즐기며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해주니 일정량의 생산량을 유지 할 수 있다고.

지속적인 일거리가 장애인 고용창출 만들어
 동천이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잡자, 주위에서 사업을 확장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성 대표는 마게팅 보장만 된다면 확장할 마음은 있지만, 현재로선 1∼2년 정도 꾸준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일거리가 배로 많아진다면 직원도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물량으로 직원수 등을 확장해서 이끈다면 적자를 면치 못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조차 보장할 수 없게 되죠. 확장은 진행상황과 검토를 거쳐 신중히 하려고 합니다."
 모자사업은 계절을 탄다. 장마가 겹친 8월달과 실외 활동이 적은 겨울에는 모자이용자의 수요가 줄어 납품도 줄어들게 된다. 1년에 3개월 정도는 일거리가 줄어들어 재생카트리지 작업으로 대처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 장애인들은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일거리가 없는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하는데 있어 사회적 배려가 아직은 미약한 것 같습니다. 유통구조도 쉽지 않고요. 중증장애인 생산품 1%구매 의무조항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동천 장애인 직원들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만든 모자에 자부심으로 매일 일의 원동력을 느낀다.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그로 인해 꿈을 품고 사는 장애인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미니 인터뷰>

"일하는게 즐거워요" 김재우씨

김재우(40)씨는 동천 사이트에서 구인모집을 보고,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모자 실밥 자르는 일에서부터, 모자 원단정리 및 원단모양뜨기 일을 하고 있다. 동천과 함께 한지는 4년째다. 일하고 받는 월급은 저금을 하기도 하고 어머니께 용돈으로도 드린다.
 "기계 공포심이 있지만, 모자와 관련된 컴퓨터 디자인 회사를 차리고 싶어요. 개인사무실로 창업을 하는게 꿈이에요."
 지적장애인 김재우씨는 기계를 다루는 일이 무섭다면서도, 기계 다루는 법과 컴퓨터를 꼭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일을 배울 수 있다는게 좋아요" 김정애씨

지적장애인 김정애(36)씨는 장애인 생활시설 동천의 집에서 소개를 받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 5년 1개월째 일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은 미싱일인데, 라벨이나 모자 사이즈를 조절하는 끈을 연결하는 일이에요."
 그녀의 가장 큰 희망은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는 것이다. 남자친구도 있어 월급의 일부는 데이트 비용으로 지출하고, 결혼자금으로도 모은다.
 김정애씨는 앞으로도 계속 동천에서 동료들과 더욱 즐겁게 일하고 싶다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