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빈곤층의 절박함을 가지는 이웃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 그리고 국내 대표 기업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다양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국가의 복지 시스템에서 소외받고 있는 사각지대 저소득층을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취약계층에 속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근본적인 복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방치된 빈곤층 전체 인구의 8.4%
서울 시내 복지사각지대 5대 중에 속하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재 쪽방촌.
이곳에는 허물어져 가는 집이 밀집해 있다. 김옥형(92)할머니는 쪽방촌에서 딸과 단 둘이 산 지 20여년이 넘었다.
김옥형 할머니는 “딸이 낮에 신문 등 폐지 줍기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집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딸을 생각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며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어 그저 딸이 폐지 줍기로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웃집 이옥환(73) 할머니와 말벗으로 지내며 힘겨운 하루를 위로받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정부와 사회에서 소외받는 것에 대한 서러움은 마음에 굳은 살이 베긴지 오래”라며 “그저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나라보조금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할머니의 사연처럼 우리 사회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경우 단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으며, 부모가 있긴 해도 실질적인 소득이 적어 수업료나 급식비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소재 쪽방촌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박창식(10), 박태훈(9) 군은 아버지랑 셋이 살고 있는 어린 가장이다.
두 아이들의 아버지는 버스운전기사이지만 매월 90만 원 이하의 적은 소득을 벌어 실질적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받지 못하고 있어 현실 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까다로운 선정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공식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빈곤층이지만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2006년 329만 명에서 2007년 368만 명, 2008년 401만 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기준으론 4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20여 개의 정당·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기초법 개정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5월 24일 정부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최근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빈곤층을 조사, 발굴하기 위한 사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체계적인 복지지원·연계 방안이 동반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행 복지제도의 가장 큰 독소조항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말까지 2년 동안 절대빈곤층은 50만 명이나 증가했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로 흡수된 인원은 2만 명인 4%에 불과하다”며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고, 빈곤인구가 늘어났음에도 기초생활 수급자와 관련된 예산은 전년 163만2000명에서 올해 160만5000명으로 오히려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나 된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인구의 2.5배가 넘는 수준이다.
공동행동은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를 낳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있다”며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규모가 전체 인구의 2.13%인 103만 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복지사각 방치 발굴 2만3000여명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를 통해 총 2만3669명(1만2135건)을 찾아냈다. 이 중 시민들의 신고에 의한 경우는 5769명(3166건)이며, 교각부근ㆍ공용화장실 등 이번 조사의 실질적인 발굴대상인 비정형부분은 1945건으로 전체 발굴건수의 약 16%에 해당한다.

대상자유형은 노인 4438건, 장애인 1413건, 아동 748건, 정신질환 의심자 531건, 가출청소년 15건, 기타 4990건이었다.
연령은 70대 이상이 3789건, 60~69세 2163건, 50~59세 2255건으로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3분의 2를 차지했으며, 40~49세 1938건, 30~39세 998건, 20~29세 322건, 10~19세 441건, 9세 이하 195건 순이었다.
발굴장소는 창고 및 컨테이너 374건, 여관 여인숙 343건, 쪽방 241건, 공원 및 공원주변 216건, 비닐하우스 155건, 고시원 150건 순이었으며, 공용화장실(9건)과 공사장(4건), 토굴(9건)에서도 발굴됐다.
복지부는 일제조사 기간 중 발굴된 보호가 필요한 1만2135건 중 4005건(33%)에 대해서는 긴급복지, 기초생활수급, 민간후원 등의 지원을 완료했으며 5088건(42%)은 조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일제조사를 계기로 구축된 발굴·지원 체계를 행복e음(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한 집중관리가 가능하도록 상시화하고, 지역내 발굴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조직화되도록 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통해 기존 복지사각지대의 문제해결을 추진하고, 복지대상자 보호를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합사례관리를 내실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일제조사는 ‘일시적이고 요식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 서민들의 반응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려 한다면 기초법 개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시민 김현오(42) 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수급권자 157만 명의 2.5배가 넘는 400만 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복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복지는 빈곤을 외면하는 죽은 복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 5월 TV에 공중화장실에 사는 삼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영되면서 5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는 거주지 불분명 등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도 해당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있다”, “국가가 일제점검을 통해 이런 사람들을 찾아 보살펴 줘야 한다”라고 지시하였다.
하지만 MB정부에서 밝힌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것과는 달리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복지서비스를 축소화 되고, 상품화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말까지 2년 동안 절대빈곤층은 50만 명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로 흡수된 인원은 겨우 2만 명인 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고, 빈곤인구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기초생활 수급자와 관련된 예산은 역대 최고 복지예산이 증대했다고 정부가 자평한 2011년에도 전년도 163만 2000명에서 160만 5000명으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기초생활보장 예산 축소에 대해 정부는 애초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예산이 불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능력평가기준의 도입, 지방자치단체 예산 축소 등으로 수급자격심사가 더욱 엄격해지고,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면서 비수급 빈곤층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는 제 1의 요인은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규모가 전체 인구의 2.13%인 103만 여명에 이른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시설에 있을 때는 부양의무자와 상관없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다가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생활을 시작할 경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기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임시국회 복지부 업무보고 시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4인 가족 기준 243만원(130%)에서 280만원(150%)로 늘려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으나 2011년 예산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장애인 자녀를 둔 50대 아버지의 자살 사건이나, 새해벽두를 앞두고 있었던 60대 수급자 노부부의 동반 자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기초생활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고통 받고 있는 빈곤층의 상황은 언론을 통해서나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 활동을 통해서나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일이 반복되는 등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 속에서 사회 안전망 없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한국 사회 구조 속에서, 이런 빈곤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장치가 ‘가족’에게만 맡겨져 있다. 즉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에 복지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 속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 이상 ‘가족’이 최후의 복지제공자 및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나도 높아졌다”며 “그 위험성은 몇몇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이들의 사례를 조사, 발굴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도 가난한 사회, 병을 얻거나 장애를 가진 이들은 빈곤의 늪에 영원히 빠져 버리는 절망적인 사회를 바꿔내는 것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가난한 국민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낮은 최저생계비, 부양의무자 기준, 비현실적인 재산-소득기준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일부 사례에 대해 선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가 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없도록 빈민의 상황과 처지를 바꾸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루어져야
알려지기로만 103만 명의 복지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4월 임시 국회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예산 부족을 근거로 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온갖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언사들로 점철된 복지부 홈페이지에 접근조차 못하는 우리의 이웃들을 진정으로 위하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조사와 한시적 복지 지원이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를 낳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10년을 넘겨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각지대 부양의무자기준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복지의 책임을 떠맡길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빈곤층 규모는 전체 인구의 하위 20% 안팎인 740만~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절대빈곤층 13%(시장소득 기준)에 근로빈곤층 5%를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 160만 명을 포함한 740만명 가량이 ‘빈곤 정책’의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일을 하긴 하는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 근로빈곤층도 250 만 명 규모(한국보건사회연구원)로 추산된다. 일부 겹치는 계층이 있겠지만 넓게 잡으면 1000만 명의 빈곤층이 한국에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각지대 해소‘가 복지정책의 최대 이슈가 돼야 하는 이유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계층 410만 명이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조금 더 버는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 소득 가구) 170만 가구까지 포함하면 580만 명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턱없이 적은 탓에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추가 수입이 생기더라도 수급자 지위를 벗어나길 꺼린다.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보편 복지’의 상징인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퀵서비스 · 대리운전 기사 등 딱히 어느 사업장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에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이들에 대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는 게 무상복지로 돈 풀자는 것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하는 길은
우리나라는 경제 사회의 양극화, 고령화 및 가족 지지체계의 약화 등 정부 사회보장 정책의 사각지대를 확대시키는 복지 환경에 처해 있다. 지난 수년간의 사회보장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지수요를 증대시키는 요인들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복지대상자들도 다양해지고 있어, 사회보장 혹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도 빈곤의 수준과 근로 능력의 정도에 따라 범주화하여 각 유형에서의 사각지대 규모와 그에 적합한 대응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빈곤율을 도시가계 연보를 이용하여 추정하여 6.6%로 가정할 때 실질적 빈곤층 혹은 빈곤위험 계층을 합하면 약 10%정도가 빈곤대책의 대상으로 추정되고, 이들에 대해서 기본 생활의 보장과 빈곤예방 및 탈출을 위하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의료ㆍ주거ㆍ교육 등 부분급여 사업의 확대, 근로 유인 등을 위한 제도 등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길이다. 빈곤은 현 사회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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