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서 ‘같음’으로 승화시킨 아이들의 꿈
“문구점을 지나고 장난감집 지나서 학교 가는 길/ 너랑 함께 가서 좋은 길/ 놀이터를 지나고 떡볶이집 지나서 집에 오는 길/ 너랑 함께 와서 좋은 길.”

지난달 8일 오후 5시, 서울 관악구 봉천4동 소재 한국다문화학교에서 맑고 청량한 아이들의 음성이 들린다. 들리는 노래 제목은 ‘함께 걸으면 좋은 길’이라는 창작동요다. 가만히 듣고 있자하니 보통 아이들 노래 솜씨를 뛰어넘는다. 자연스레 들리는 노래 음성 소리가 워낙 밝고 쾌청하여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이들의 노래 소리 주인공은 다름 아닌 레인보우 합창단 아이들. 이날은 다문화 어린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연습하는 날이다.
다가오는 8월 15일 광복절 특집 공연과 9월에 열릴 광주 청소년 음악페스티발에 펼쳐질 공연을 위해 아이들은 맹 노래 연습 중이었다.
노랑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이국적인 아이부터 머리카락 색은 검정색이나 눈은 파란 색을 가진 아이,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 체형을 가진 아시아에서 온 아이 등이 눈에 띈다.
“노래 부르고 있으면 힘이 나요. 특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 쳐 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합창단에 들어 온 지 7개월 되었다는 문서영(12) 양은 엄마가 중국인, 아빠가 한국인이다. 문 양은 또래 어린이들과 친해지고 싶고, 노래도 함께 배우고 싶어 레인보우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문 양은 레인보우 합창단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다. 앞으로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문 양은 계속 이곳에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또 다른 다문화 어린이 조희진(10) 양은 엄마가 몽골인이다. 엄마랑 함께 단 둘이 살고 있는 희진 양은 레인보우에 들어와서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합창단에 있는 아이들은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등 8개 국가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 3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이다. 이들의 모습이 ‘다름’에서 ‘같음’으로 하나가 되는 어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무대를 본 관람객들은 감동과 따뜻한 웃음을 전해 받는다.
연습을 매 주 지켜본다는 학부모 김수정(52) 씨는 “한국이라는 공통점이 다른 생김새와 문화를 가진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아이가 합창단에 들어오면서부터 전보다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변화된 것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랑스러운 레인보우 코리아
지난 2009년 7월 10일 창단된 레인보우 합창단은 한국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 어린이들의 밝고 활동적인 교육을 위해 창설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엄마 아빠가 모두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또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즐거움과 함께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레인보우 합창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연구소장은 지난 2008년 다문화센터를 처음 관리하게 되면서 다문화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음악과 노래’를 통한 아이들의 꿈을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국내 최초로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탄생하게 되면서 곳곳에서 공연 문의가 쇄도하게 되었고, 각 종 굵고 굵직한 무대를 통해 아이들의 새로운 자아를 찾아주게 됐다.
KBS 어린이 합창단, 청와대 공연, 지식만찬 공연, 올림픽 개막 공연, 평창 동계올림픽 공연 등 창단한지 1여년 만에 ‘한국 사회 다문화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이외에도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다큐멘터리부터 기업 이미지 광고와 공익광고까지 각종 분야를 넘나드는 레인보우 합창단의 활동은 놀라울 정도다.
국가 브랜드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공익광고에서는 다문화 편견을 넘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광고에서는 나눔으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영빈관에서 G20 추진을 위해 모인 주한 외교사절단들 앞에서 합창단 공연을 하여 얼굴 가득 따뜻한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상처를 극복해 준 노래
레인보우 합창단은 대한민국 대표 다문화 합창단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견뎌내야 했다.

필리핀 엄마를 둔 주리(가명·10) 양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너희 나라 필리핀으로 가 버려!’”라는 말을 듣고 괴로워하기도 했으며, 친구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괜히 죄인처럼 친구들을 피해가기도  했다. 주리는 아빠의 권유로 ‘레인보우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하나’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친구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노래의 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처럼 레인보우 합창단에 소속되어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괜한 따돌림을 받거나 편견을 가진 친구들 때문에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현재 ‘레인보우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희망이 생기고 당당해졌다고 말한다.
레인보우 합창단 관리 선생님 김지선(27)씨는 “다들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지만 합창단을 통해 많이 의젓해지고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 정말 감동 받았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활동적인 모습을 편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광고 이후로 레인보우 합창단이 더욱 알려지게 되었어요. 그러나 주위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대신 이전보다 후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기업 광고를 했으니까 당연히 기업에서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나봐요.”
그동안 레인보우 합창단은 다문화센터 회원 또는 민간단체에서 후원을 받아 공연을 이뤘다. 하지만 광고 이후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오해가 생겨 사실 재정 운영 상태는 어렵다고.
“아무래도 재원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하죠. 아이들이 쭉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게 하려면 좋은 음악 선생님을 초빙해야 되고, 아이들에게 간간히 들어가는 간식비 등 사소한 비용을 많이 챙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기는데 그렇게 다 못해준다는 것이 제일 미안하고 안타까워요”
앞으로 레인보우 합창단은 이런 재정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방학마다 음악캠프를 통해 아이들에게 노래훈련 연습을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무대에 아이들을 서게 하여 레인보우 합창단이 세계로까지 이름을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 사회적 편견 등 모든 편견을 넘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여 ‘레인보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곱 가지 다양한 색깔을 지닌 맑은 음악 소리를 내는 합창단이 되겠습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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