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생활 20여년 만에 첫 앨범을 내며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밴드가 나타났다. 바로 평균 나이 45세, 다섯 명의 아저씨들로 구성된 ‘옆집아저씨 밴드’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쳐 그룹을 만든 이들은 아저씨만이 전해줄 수 있는 푸근한 매력과 친근한 음악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다. 이들의 화려한 음악 인생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개성 있는 아저씨들
“음악생활 30년 만에 첫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제 나이 40이 지나서야 내보네요. 정말 뿌듯하고 기분 좋습니다.“
지난 7월 4일 신용산역 3번 출구에서 만난 김프로(본명 김상태·42)씨는 이날 오후 3시 멤버들과 연습이 있다며 약속장소로 함께 이동했다. 그는 지금 생활이 매우 행복하다며 자신과 비롯 ‘옆집 아저씨 밴드’를 소개했다.
“다들 먹고사느라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소규모 길거리 공연도 하려고요.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7월 5일 ‘평창 유치 기원’을 위한 자선 공연에 초대되어 이를 위한 연습하기 위해 오늘 모이기로 했습니다.”
‘옆집 아저씨’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를 맡은 김프로(본명 김상태·42)를 비롯해 기타를 연주하는 최기타(최수현·46) 박하드(박강서·49), 베이스 강베이(강내혁·41), 드럼 제이드(조영주·46)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본명을 두고 독특한 예명으로 활동한다.
2010년 10월 2일 결성된 그들은 소속사도 없이 음반을 내고 홍보도 직접 한다. 이유는 자진 새롭게 구성된 특별한 밴드라는 이미지로 성공하고 싶은 의지에서다.
“기획사는 없지만, 저희 모두 그동안 20년 동안 음악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악기 다루는 것과 작곡만큼은 자신 있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예명처럼 이들은 모두 개성 있는 음악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음악 실력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최근에 발매된 ‘옆집아저씨밴드’ 1집은 이미 입소문을 타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었으며, 동사모카페(동계올림픽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카페)에서 그들의 노래 중 ‘힘을 내라 친구들아’ 수록곡이 이번 평창 유치 기원과 관련되어 적합한 가사와 노래가 인상적이다라는 평가아래 이미 많은 팬들이 직접 카페도 결성하였다.
1집 발매 앨범 디자인과 사진 등은 모두 지인을 통해 직접 만들어졌다. 밴드 이름처럼 푸근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진으로 이루어진 앨범 포장디자인이 눈에 띈다. 각자 개성 있는 모습이 담긴 프로필 사진도 눈여겨볼만 했다.

숨은 실력자들의 반란
열정만으로 뭉친 것은 아니다. 김프로는 그룹 가무진과 전자첼로 ‘오아미’ 앨범에 참여한 바 있고 각종 드라마 배경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해왔다. ‘옆집 아저씨’ 1집 수록곡 8곡 모두 그가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녹음 및 공연 세션맨으로 20년 이상 활동한 실력파라서 더욱 놀라게 한다.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냈지만 모두 20년 넘게 음악현장에서 살아온 프로들인 것이다.
박하드 씨는 기타리스트로 30년간 여러 가수와 국내외 공연을 다녔다.
그는 1960~80년대 주름잡는 가수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김도향, 이동원, 최백호 등의 노래를 녹음하고 공연하는 세션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템페스트 기타리스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김 프로의 제의에 정말 기쁜 마음으로 노래하고,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우리  만의 첫 앨범이 나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박 씨는 큰 딸(25), 작은 아들(20)을 둔 가장이 있는 아버지이지만, 음악만큼은 어느 실력자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 자녀들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통한다.
또 제이디(조영주) 씨는 방송악단을 거쳐 팝 오케스트라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현재까지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우연히 알게 된 김 프로와 인연을 맺다 지난해 10월 함께 앨범을 내보자는 제의를 받고 오랜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에 함께 가담했다.
이 밖에도 최기타 씨는 토크쇼 등에서 밴드로 있었고, 강베이 씨는 기획사 전속 연주자로 있다가 요즘은 관동대와 서석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들은 오랫동안 ‘남의 음악’을 했고, 그래서 항상 자신만의 음악, 앨범을 만드는 일이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마침내 마치 조각난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어느 순간 때가 되어 뭉치게 된 것처럼 이들은 음악의 열정의 하나로 우정이 되어 단단한 바위가 되었다.

꿈은 이뤘으니 옆집아저씨 밴드는 계속된다
“음악을 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고난의 연속이긴 했지만, 신들린 것처럼 절대 놓칠 수 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음악은 계속 할 것이며 고개 숙인 중년세대를 위한 음악으로 함께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밴드가 될 생각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음악의 한 길만 걸어왔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한눈팔 때도 많았다. 조 씨는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다가 빚에 시달려 택배 기사가 됐다. 김 씨는 막노동에 풀 뽑는 일도 했다. 최 씨는 동네 문방구 주인이다. 그래서 ‘기타 치는 문방구 아저씨’로 알려져 있다.
작곡가 김 씨는 작년 어느 가수를 위해 노래 ‘띠동갑’을 만들었다. 그런데 앨범 제작이 무산되자 20년 전 밤무대 연주 동료이던 조·최 씨에게 연락한 것이다.
그는 “남의 음악만 돕는 건 지루하고 외로워 우리가 직접 음반을 만들자고 했더니 흔쾌히들 받아들였다”며 “박 씨와 강 씨는 조 씨가 끌어들였다”고 했다.
“가족들이 앨범을 낸다고 하니 ‘여태껏 힘들게 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애들도 친구에게 자랑하고요. 지금은 앨범을 냈다는 것만이라도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 앨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끝까지 멤버들과 음악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김 프로만 빼고 넷은 결혼해 아이가 있는 ‘아저씨’들이다. 그래서 팀 이름도 ‘옆집 아저씨’로 했다. 아저씨처럼 친근한 음악으로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옆집아저씨 밴드의 수록곡들에서 트로트풍 멜로디에 록 형식의 편곡과 창법을 이용한 ‘띠동갑’이 대표적이다. 명퇴 위기에 놓인 40대 중·후반을 위한 ‘힘을 내라’ 같은 현실 고발형 노래도 넣었다. 이 노래가 ‘평창 유치 기원’에 훌륭한 응원가가 되기도 했다.
또 김 프로의 개인 사연 이야기를 직접 노래에 담기도 했다. ‘잠시 스쳐갈 줄 알았어/너를 향한 내 마음/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멈출 수가 없었어’는 띠동갑 연인을 향한 그의 사랑 고백으로 경쾌한 사운드에 중독성 짙은 멜로디가 특징이다.
이밖에 미디엄 템포에 강렬한 비트가 특징인 곡을 담아 복고풍의 인디록음악의 장르를 심어준다. 특히 40∼50대 고개 숙인 남자들에게 위로하는 곡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균 나이 45세에 비로서 그룹사운드를 결성하여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꿈을 이룬 것이지요. 꿈은 지속적으로 꿀 생각하지만, 먼저 삶이 우선 아닐까 싶어요.”
김 프로는 밴드 콘셉트가 옆집 아저씨인 만큼 누구나 따라 부르고 즐길 수 있도록 고민 하며,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1집 앨범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멋진 공연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옆집 아저씨’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둔 6월 24일부터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함께 13일간 전국 순회공연을 돌며 공연했으며, 반응이 좋아 팬들과 함께 음악으로 하나 되는 삶을 꿈꾸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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