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결혼’은 삶에 있어 어떤 존재일까?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의 삶은 너무나도 다르다. 시대가 변한만큼 젊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싱글 여성과 결혼 후 달라진 여성들의 삶을 비교분석하여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결혼은 여성에게 족쇄다?
얼마 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오해정(30) 씨.
오 씨의 하루 일과는 여느 평범한 젊은 여성과 다름없다. 앞으로 미술심리치료사가 꿈인 그녀는 이와 비슷한 부류의 직종을 찾기 위해 매일 취업포털사이트를 검색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친구들을 만나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등 자기만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주변에 결혼 준비로 바쁜 친구도 있고, 이미 결혼한 친구도 있지만 그녀는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결혼적령기의 나이라는 것에 크게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오 씨는 “결혼은 족쇄라고 생각한다”며 “결혼하게 되면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뿐더러 아이 육아 부담, 내 집 마련, 시댁에 신경 써야 된다는 점 등이 매우 싫다”고 토로했다.
회사원인 또 다른 싱글 여성인 문정연(29) 씨. 그녀도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매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일과 맞서야 되는 것만이라도 벅찬데 다른 누군가를 책임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 씨는 “옛날 엄마들이 자식을 키우며 희생하는 삶을 봐서인지 결혼 후 엄마, 아내, 며느리 세 가지 부분을 채우며 사는 것에 자신이 없다”며 “결혼에 대해 아주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을 키울 때 드는 육아비와 학원 비 등이 비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 집 마련하기도 어려운 시대이니 만큼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미혼여성의 47.1%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꼭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46.3%였다.
반면 기혼 여성은 52.7%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의견은 43.0%로 미혼에 비해 낮았다.
가사분담에 대한 의식도 기혼과 미혼 여성 간에 차이를 보였다. 미혼여성 10명 중 7명(68.5%)이 가사는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기혼여성은 64.1%가 ‘부인이 주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결혼 후 여성, 내 시간이 없다
결혼생활 4년차인 김현정(30) 씨는 결혼 전부터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하지만 결혼하면서부터 문화생활에서 멀어졌다. 결혼 전에는 음악 연주회, 연극, 무용, 미술, 스포츠 관람 등 여러 문화 활동을 즐겼지만 결혼 후 문화생활 향유를 한 지 3년이 넘었다.
김 씨는 “아이를 낳은 후부터 육아일에 신경 쓰게 되느라 친구를 만난 지도 오래됐으며, 신랑과도 오붓한 시간을 가져본지 오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미혼여성의 88.9%가 공연·전시·스포츠를 관람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기혼여성 문화 관람률은 66.6%였다. 책 읽을 시간도, 신문 볼 시간도 부족했다. 미혼여성의 독서인구 비율은 88.6%였지만 기혼여성은 12.2%포인트 떨어진 76.4%였다. 2주일에 1회 이상 신문을 읽는 여성의 비중도 미혼은 90.1%나 됐지만 결혼하면 79.2%로 낮아졌다. ‘주말·휴일의 변화’ 정도는 더욱 컸다. 미혼여성은 33.4%가 주말에 친구를 만나는 등 사교 관련 일을 한다고 답했지만 결혼하면 그 비율은 13.8%로 뚝 떨어졌다. 해외여행도 2009년 7월 기준, 1년 동안 미혼여성은 18.7%가 다녀왔지만, 기혼여성은 11.7%로 7%포인트 차이가 났다. 다만 업무, 어학연수 등의 이유를 제외한 순수 관광 목적은 기혼여성 비중이 미혼보다 3%포인트 가량 높았다.
김 씨는 “문화생활을 잊은 대신 하루 종일 가사 일로 바쁘게 됐다”며 “아침 5시 50분 정도 일어나서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밥을 만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아이들이 어지러 놓은 방 청소 및 빨래 등을 하느라 정신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를 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신랑이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않아 그마저도 사실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줄어든 여가시간만큼 기혼여성은 가사노동으로 하루를 채웠다. 기혼여성은 하루 시간의 5분의 1 가까이를 가사 및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루 중 음식 준비·정리에 1시간51분, 청소·정리에 38분, 가족 보살피기에 1시간5분 등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은 4시간26분이었다. 20세 이상 미혼여성은 같은 일에 하루 54분을 썼다. 자기계발 등 학습시간은 미혼여성이 하루 51분인 데 비해 기혼여성은 2분에 불과했다. 개인 시간은 미혼여성이 11시간10분으로 기혼여성(10시간42분)보다 28분 길었고, 교제 및 여가활동, 이동시간도 기혼여성보다 미혼여성이 많았다. 주말에도 기혼여성은 33.5%가 집안일로 시간을 보냈다. 자기계발은 0.9%(미혼 6.8%)로 사실상 꿈도 꾸기 어려웠다. 가정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정도 역시 기혼여성들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대답이 기혼여성은 64.4%, 미혼여성은 37.9%였다. 특히 매우 많이 느낀다는 대답이 기혼여성은 10.8%였다.

‘육아’가 취업의 가장 큰 장애
결혼 전 간호사 직업을 가졌던 문현해(38)씨는 결혼생활 12년차이다. 그녀는 둘째 아이를 낳은 직후 직장을 그만뒀다. 첫 아이 때까지는 시부모님이 맡아 육아일을 도와줬으나 둘째아이 부터는 시부모님께 맡겨 키워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녀는 간호공부를 계속해 후에 다시 병원에 나가 일을 하고 싶어 했지만, 이미 아이를 키운 일에 적응이 되고, 아이가 집에 엄마가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해 현재는 취업에 대한 꿈을 접은 지 오래다.
문 씨는 “아이들이 학교 갖다 돌아오면 간식 만들어 주는 것부터 숙제 검사해주기 등 아이교육에 더 신경 쓰고 있다”며 “나중에 아이를 다 키운 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간간히 보험설계사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혼 여성이 취업을 어렵게 생각 하는 가장 큰 원인은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육아부담’이었다. 기혼여성은 절반이 넘는 58.5%가, 미혼여성은 38.2%가 육아부담이 취업의 장애가 된다고 답했다. 미혼여성은 ‘사회적 편견·관행’(28.8%)도 부담스러워했다.
직업선택의 중요요인으로 기혼여성은 수입(37.6%)을 꼽았고, 미혼여성은 ‘직업의 안정성’(27.9%)을 주로 택했다. 기·미혼 모두 90% 이상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취업기간에 대해서는 견해가 달랐다. ‘가정일과 관계없이 계속 일해야 한다’는 의견에 미혼여성은 68.5%가 공감했지만, 기혼여성은 49.7%에 그쳤다.

한국여성, 결혼 견해 차이 판이
통계청이 2009, 2010년 사회조사 결과를 활용해 내놓은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의 생활 및 의식 차이(20~49세)’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은 결혼하면서부터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졌다. 집안일에 함몰돼 여가·휴식시간은 뚝 떨어지고 육아 부담에 사회 경력마저 단절됐으며 스트레스 지수는 2배로 뛰었다. 그럼에도 ‘가사는 여성이,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기혼여성들에게서 훨씬 높아 이중적인 견해를 보였다.
사회적 관계망은 미혼여성이 기혼여성보다 좋은 편이었다.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일이 생길 경우 기혼여성은 52.0%가, 미혼여성은 61.5%가 ‘도움 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도 미혼여성이 92.4%로 기혼여성(86.0%)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금은 여성의 학력과 지위가 급신장하면서 젊은 여성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져가고 있다”며 “특히 결혼 후, 여성이 가지는 책임감과 사회적 편견에 따른 취업 고려에 대한 고민 등이 결혼에 대한 긍정정인 방향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전문가들은 “지금의 저출산 문제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데서 출발 한다”며 “구시대적인 결혼관 등 특정 이유로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는 미혼 인구가 많다면 정부가 그 이유가 뭔지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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