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작한 영상들의 시청자는 영상 속 주인공들이라 말하는 이성종 복지영상 감독. 그는 주인공들이 카메라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좋아하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지닌 소유자다. 화려한 영상보다
감동을 주고, 영상을 통해 공감을 이끄는 이성종 감독을 만나봤다.

있는 모습 그대로 보아주는 카메라
이성종 감독은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웹마스터로서 정보를 모아 소식을 전하는 일을 했다. 그런 와중 소식만 모으다 사회복지 현장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어 VJ로 활약하게 됐다. 그는 2002년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상촬영과 영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복지 실무자들에게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미지가 뭔지, 핵심은 어떤 건지 영상으로 표현해보자고 하면서 안내하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 감독은 사회복지 홍보의 힘이 약하다고 한다. 또 흥미위주로 접근되는 매체에 사회복지 속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노출되다보니 부정적이거나 역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외국 아동들의 어려운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후원을 이끄는 등의 영상들이 사회복지 영역을 안내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고맙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영상이 나가고 난 뒤 그 사람들이 간직할 아픈 상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죠.”
이 감독의 첫 촬영은 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 공부방 아동들이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아동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아 상처를 많이 받게 돼, 그는 영상촬영도 못한 체,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고.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일을 지속하다보니 캠프에도 같이 가게 됐는데, 캠프 관계자 선생님으로부터 “선생님은 촬영을 하셔도 되겠다” 는 말을 듣고 캠프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캠프기간동안 촬영했던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보기도 했다. 2002년이 첫 촬영이었는데, 지금까지 인연의 끈이 이어지고 있어 매년 캠프에 참여해 달라고 연락이 올 정도이다.
“사회복지 현장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기술이 많이 없어 문제입니다. 그래서 기록 할 줄 아는 이가 기록해 주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해요. 방송국은 프로그램에 맞게 의도하는 내용만을 편집해 보내요. 내가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가 한 이야기는 안나가고, 이상한 이야기가 나가더라도 방송에 나왔으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실 땐 마음이 아프죠.”
또한 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가난하기 때문에 도와주어야 해, 불쌍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 노력하고 살고 있구나’라는 강점을 자주 바라봐 주는 카메라가 많았으면 좋겠단다.

사회복지 현장의 역사를 담는 카메라
이 감독은 홀트일산복지타운의 합창단을 10년 넘게 촬영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중증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등 30여명의 장애인들이 단원으로 활동한다.
“노래 한 곡을 외우는데 한 달이 걸려요. 일그러진 표정들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촬영했어요. 이런 느낌을 담아 홍보 비디오를 만들어 주었는데, 나중에는 아이들 성장이 다 기록되는 거에요. 그래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스무살 어른이 됐죠.”
이 감독은 한 기관의 역사를 의미 있다고 생각해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놓는다. 영상을 필요로 하는 이의 요청에 따라 5분, 10분 정도의 영상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아울러 과정의 기록물들을 필요로 하는 기관의 사회사업 목적으로 쓰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까지 맡아 한다.
“홀트일산복지타운의 경우 방송국에서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복지관에서는 영상제공이 어려운 관계로 저에게 부탁을 해요. 그러면 저는 방송국 스타일에 맞게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 영상을 제공해 주죠.”
지난 어느 날 이 감독은 다문화가족 캠프에 포토프린트 등을 챙겨 참여하게 됐다. 
“부부가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상태로 살다가 캠프에 참여해요. 자녀는 어리고요. 이때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사진을 찍어 조그마한 액자에 넣어주어요. 그러면 어색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가족들 얼굴에 웃음이 띄게 되죠.”
그는 이런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카메라의 거부감은 사라지게 만들고, 캠프에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또 캠프 기간 내에 가족들의 모습을 DVD로 담아 추억으로 간직하게끔 보내 주기도 한다.
그의 사진 강의에서는 구도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구도보다는 사람 중심의 객관적인 거리와 주관적인 거리를 어떻게 하면 신뢰를 주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방법 및 상황들을 가르친다.
“옛날에는 사진을 찍으면 본인에게 돌려줄 확률이 굉장히 높았어요. 제 옛날 사진을 보면 자라나는 과정의 사진이 굉장히 많아요. 누군가가 찍고 현상을 해준 거예요. 외삼촌과 친척들이 틈틈이 찍어서 돌려 준거죠.”
그는 사진을 찍을 때 인사하고, 묻고, 고맙다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은 인간관계의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나서는 돌려줄 방법으로 상대방의 메일주소 등의 연락처를 물어 사진을 보내준다.
이성종 감독은 카메라가 사회복지 영상을 통해 자원봉사자의 입장과 장애인부모의 입장, 장애인 본인 등의 시선을 공감하고 이해를 돕는 도구라고 말한다. 이 감독의 영상은 소소하지만,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엔 어떤 스토리가 영상으로 만들어질지 기대해 본다.

 글/ 박지연

사진/ 이성종, 문혜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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