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에 있는 ‘어느 연습실장’. 남자 6명이서 분주하게 청소중이다. 그들은 음악 연주 연습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내 주변을 정리하며 연습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 신나게 연주한다.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드럼 등을 연주하는 그들은 요즘 떠오르고 있는 클래식 6인조 브라스 밴드인 ‘퍼니밴드’다. 모두 클래식 전공자들이지만 재치 있는 율동과 창의적인 레퍼토리로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감히 의자를 버리고, 유쾌하게 춤추듯 연주를 선보이며 전통 클래식의 진부함을 벗어 던진 그들의 색다른 매력에 대해서 알아봤다.

우리들은 재밌는 클래식 밴드
그들 모두 클래식 악기인 금관악기를 들고 음악 연주를 하지만, 종전 클래식 연주와는 다르게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유쾌하게 춤추듯 연주를 선보이며, 전통 클래식 보다는 예술과 대중의 화합을 추구하는 흥미와 세련미를 갖춘 새로운 음악 연주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국내 최초 퍼포먼스 브라스 그룹인 ‘퍼니밴드’는 2001년 김정현(트럼펫), 이종성(트럼본), 이정민(호른), 안종민(튜바), 박태흥(트럼펫), 임광선(드럼) 등 6명의 멤버로 결성되었다. 그들은 대학교 및 경찰군악대시절에서 인연으로 만나 음악 연주를 시작하다 자연스럽게 밴드를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정민 씨는 지난 2003년 대학 교수들의 추천과 퍼니밴드 구성 멤버들의 스카웃 제의로 들어온 케이스로 인연을 맺게 된 동기는 조금 다르지만, 현재 든든한 밴드 멤버들의 우정 아래 멋진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정민(호른) 씨는 “밴드가 우후죽순 생기다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일례로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지쳐있었는데, 믿음과 음악에 대한 애정 하나로 뭉친 퍼니밴드를 만나게 되어 함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안종민(튜바) 씨는 “저희의 목표는 브라스 금관악기를 알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지루하다는 식’의 편견을 벗어 던지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포함되어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대중들과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며 유쾌하고 재밌는 음악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퍼니밴드라는 이름은 이름 그대로 콘서트, 마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기차 퍼포먼스, 악기가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블랙라이트 퍼포먼스, 자연스럽게 관객을 참여시키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등 상상 이상의 공연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안 씨는 “금관 악기는 금속으로 만들고 관을 통해 소리를 내는 악기이며, 특징이 분명해 강렬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소리가 깊고 풍부해 대체로 클래식 음악에서 보수적으로 사용됐으나 우리는 금관악기를 통해 오히려 밝고 경쾌한 음악 연주를 하여 보다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들과 어울리다
퍼니밴드는 결성 이후 1500여 회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현재 탄탄한 연주 실력과 풍부한 무대경험을 바탕으로 공연 내내 관객을 클래식 선율에 몰입시키는 밴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금관악기 특유의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선율에 타악기를 접목, 클래식뿐만 아니라 팝과 재즈, 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인다.
또 클래식에서 재즈, 가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연 레파토리를 갖추고 있어 금관 5중주의 연주와 코믹한 연기로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퓨전퍼포먼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대중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형화된 클래식 연주모습에서 벗어나 연주자 모두가 흥겨운 몸동작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는 것이 세간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퍼니밴드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클래식 음악의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그들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레파토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차퍼포먼스인 클라이더 라인(cler the line) : 기차퍼포먼스인 원곡의 빠른 리듬과 활동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그리고 관객참여형 퍼포먼스인 윌리엄 텔 서곡(william tell overture)은 작은 북과 트라이앵글을 직접 관객이 연주를 하고 멤버와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져 자연스럽게 관객과 호흡을 즐긴다. 또 퍼포먼스와 태엽인형퍼포먼스(캉캉)는 드럼을 치던 연주자가 지휘를 하는 행위를 하며 슬랙스틱 코메디를 연출하여 관객들의 호기심 유발 등 새로운 음악 퍼포먼스를 시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주요 레파토리 곡은 웰리엄 텔 서곡과 영화 스윙걸스 ost인 싱싱싱(sing sing sing), 비틀즈의 let it be, 영화 물랭루즈에서 선보인 뮤직 쇼 춤인 캉캉(cancan), 음악에 반전이 있는 유명 곡 just a closer walk, 버글라스 홀리데이(Bugler’s Holiday) 등 매우 활기차고 느낌 있는 명곡을 선정해 관객들에게 눈과 귀 모두 즐거움을 주는 퍼포먼스 음악을 연주한다.

폼 보다는 마음이 먼저
지난달 4일 여름방학을 맞이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 ‘퍼니밴드의 즐거운 클래식’이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공연됐다. 퍼니밴드는 이날 고루하고 졸릴 것만 같은 클래식 음악에 기차 퍼포먼스, 블랙라이트 퍼포먼스, 자연스럽게 관객을 참여시키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 등을 펼쳐 보였다.
또한 피겨선수 김연아가 불러 더욱 화제가 된 ‘싱싱싱’을 비롯해 ‘윌리엄텔 서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다양한 곡들을 직접 연주하고 설명했다.
퍼니밴드는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연하기로 유명하다. 이종성(트럼본) 씨는 “직접 몸과 마음을 쏟아 열정적으로 공연하다보니 가끔 실수로 넘어지기도 하고, 서로 부딪혀서 다친 적도 많지만, 무엇보다 생기 넘치는 공연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항상 라이브로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퍼니밴드가 연주하는 클래식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즐거운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들은 그동안 굵고 굵직한 공연들의 무대에 오르며 천천히 대중들에게 입지를 굳혔다. 복지관 등에도 방문하여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에게 재능 나눔회 공연에 참여해 새로운 기쁨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성장한 이들은 KBS 열린음악회, 각종 방송 대상 시상식, 스타킹 등 방송출연도 하게 되어 대중들에게 새로운 얼굴로 알려지게 된다. 최근에는 싱글앨범도 발매해 보다 많은 팬들에게 확실한 퍼니밴드 만의 새로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다.

홍보담당 김세현 매니저는 “퍼니밴드 멤버들은 큰 무대, 작은 무대 가릴 것 없이 어디든지 부르는 곳이면 달려가 관객들과 호흡하며 공감을 나누기를 좋아 한다”며 “외부초청 및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자체 공연 등에도 참가해 시민들과 가까이 다가가 클래식 퍼포먼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니밴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연습실로 모여 연습을 한다. 특별한 스케줄 없이도 그들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 퍼포먼스에 대해 구상한다. 12일 그들을 만날 시 멤버들은 음악 연주 연습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들의 노력에 보탬되고자 추계예술대학교 전공 교수도 참여해 도와주고 있었다. 음악 하는 것이 그저 즐겁다고 말하는 퍼니밴드는 앞으로 꾸준히 현 멤버들과 함께 평생 음악으로써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대중들과 공감을 나누고자 한다.
김 매니저는 “자체 공연 제작에 구상 중에 있다”며 “또 다른 모습의 퍼니밴드를 보여줘 싱글앨범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더욱 성장된 퍼니밴드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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