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이 곧 밥값이에요”
배고픈 이웃, 혼자가 되는 것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국수대접과 밥 한 그릇을 나눠주고 있는 민들래 국수집 대표 서영남 씨. 오로지 이웃 사랑을 펼치는 삶을 사는 서영남 씨는 최근에 석류장 국민 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훈장 속에 사람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담겼다. 어려운 이웃에게 댓가 없이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웃음가득 국수가게
인천시 동구 화수동 소재의 ‘민들레국수집’은 여느 평범한 국수집과 다르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밝은 웃음소리로 만들어진 국수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이다.
민들레국수집 대표 서영남(57) 씨는 지난 2003년 4월 1일 노숙인 및 배고파하는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국수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 운영하기 시작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노숙자나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다.
“‘노숙’이란 것이 팍팍한 경쟁사회에서 이겨낼려고 하다보니 생겨난 것이지, 그들이 게으르다거나 가난해져서 노숙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들에게 어떤 직장을 먼저 찾아주기 보다 잃어버렸던 이웃에 대한 사랑을 찾고, 새로운 가족을 가질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삶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되서 국수집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서 씨는 천주교 수도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3년부터 재소자와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들레 국수집 외에도 다양한 민들레 가게들도 운영하고 있으며, 딸 모니카 씨와는 자주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서 씨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일주일 중 토, 일, 월, 화, 수요일에만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300~400명 정도 방문하는 노숙인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하루에도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자처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 매일 바쁜 일상이지만, 자원봉사자 10여명이 함께 서 씨의 일을 돕고 있어 언제나 민들레국수집은 웃음이 가득하다.
“이웃들이 더불어 함께 도우고, 함께 웃고, 즐기는 등 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천주교 수사에서 민들레국수가게 아저씨로
민들레국수 가게가 유일하게 쉬는 날은 목, 금요일이다. 서 씨는 휴일에 쉬지 않고 교도소에 방문해 교도소 수감원들을 직접 만나 봉사를 한다.

그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 천주교 수도원에 들어가 수사생활을 하다 만 25년이 되던 2000년 11월 좀 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오랜 시간 정들었던 수도원을 떠났다고 했다.
수도원을 나온 그가 제일 처음 찾은 곳은 경북 청송에 있는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 제1교도소). 교도소에 갇힌 사람과 사형수들을 돌보던 그는 2003년 우연히 동인천역 근처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주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당시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길에서 음식을 나눠 줄 수 있을까’ 하고 큰 감동을 받았죠. 당시 저의 수중에는 300만원이 전부였지만, 반찬으로 단무지와 김치만 준비해도 되는 국숫집을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300만원으로는 도저히 밥집을 열 수가 없었죠. 하지만 개업 후 이내 국숫집을 밥집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한테는 국수가 맞지 않아요. 요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려고 국수나 죽을 먹지만,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은 국수는 죽은 배가 빨리 꺼지기 때문에 밥을 찾는 편이거든요.”
국수 대신 밥을 제공하지만 정작 가게 이름은 ‘민들레밥집’으로 바꾸지 않고 ‘민들레국수집’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국수는 사실 배가 금방 꺼지는 음식이잖아요. 아무래도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국수보다는 밥이 적합하다고 생각되었죠. 언젠가 우리가게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이 ‘다이어트해야 하니 밥 말고 국수 주세요’라고 말할 때까지 밥을 대접할 생각입니다.”
서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 하루에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사람들은 수백명이지만, 그는 가끔은 손님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제 술 좀 그만 먹어야 되지 않겠어”라며 건강을 챙기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웃을 돕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요
이곳에는 계산하는 카운터도, 종업원이나 가격표도 없다. 또 일반 무료급식처럼 배식인원이 서 있지도 않다. 모두가 각자가 원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음식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게끔 뷔페식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하는 사람은 많고, 일손은 딸릴 텐데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서 씨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한다.

“그러니까 도우는 일이 쉬울 수밖에 없지요. 오로지 배고픈 사람은 눈치 볼 것 없이 와서 마음껏 먹고 갈 수 있으니까요. 대신 꼭 남기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라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으로 지난 7월 15일 대통령으로부터 국민 훈장 ‘석류장’을 가슴에 달았다. 대통령 훈장 수상 소감에 대해서는 그는 부끄럽다고 했다.
“상을 받는 순간에도, 지금도 얼떨떨할 따름이지요. 그런 것은 저 같은 사람이 아닌, 대단한 분들에게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저에게 주신다고 하여 처음엔 계속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거절만 하다가 ‘아! 이 상을 받음으로서 내가 만나고 있는 우리 제소자들을 위한 탄원서 같은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여 그제서야 겨우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요.”
그는 이미 KBS 인간극장에서도 두 차례나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를 ‘수사’라고 부르지만, 그는 그저 평범한 국수가게 아저씨로 불리어지고 싶다.서 씨는 봉사하는 삶이 곧 자신의 인생이었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라고 했다.
“봉사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을 구분해서 봉사를 하게 된다면 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봉사 역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계산 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돌봐주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봉사라고 생각해요. 남을 돕는 데 이유는 없는 겁니다.”

민들레가게는 작은 희망센터
민들레국수가게 이후 화수동에 민들레가게 부설 기관들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양하게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서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는 청소년 공부방 ‘민들레꿈 공부방’도 시작했다. 국숫집 앞을 서성거리고 도망가기만 하던 길거리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또 지난 2009년 7월에는 천주교인천교구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노숙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인 ‘민들레 희망 지원센터’도 설립했다.
이뿐만 아니라 8월 ‘민들레 치과’도 생겨날 예정이다. 민들레치과는 많은 자원봉사 의료진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인근지역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싶어서 그는 또 새로운 희망센터를 구성 중이다.
“식사대접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어느 순간 느낀 것은 밥을 먹는 것보다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바로 ‘문화’적 도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린 배를 채우는 것보다 머릿속에 무언가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고, 생각도 넓어지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독서 장려활동도 하고 기타 여러 활동을 통해 문화적인 소양을 키워주고자 그는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 씨는 “이렇게 제가 그들에게 밥이 아닌 마음과 머리를 배부르게 해주니 사람들이 일어설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일어서려고 계속 노력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이런 활동들을 통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들레가게 모든 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예산확보를 위한 프로그램 공모도 하지 않는다. 후원회 조직이나 봉사자 조직도 없다. 대신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봉사를 할 수 있고 후원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천소명여자고등학교 도서부 동아리 학생과 선생님 등 8명이 민들레국수집에 방문해 모은 헌금(12만3000원)을 직접 서 씨에게 전달했다. 그는 헌금을 받으며 고마움의 인사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들도 어려운데 아침에 가게 앞에 반찬을 몰래 두고 가는 사람도 있고, 홈페이지에 있는 계좌번호로 후원을 해 주기도 하고요. 또 여러 명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소정의 헌금을 모아 직접 전해주기도 하죠.”
서 씨는 이어 “동네 분들과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그대로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언제까지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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