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조립 카페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의 소모임 ‘아빠모임’ 회원들이 8월 6일 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에 모여 장애아동들에게 건담세트를 선물하고 함께 건답을 조립하는 이색 이벤트를 펼쳤다. 카페 회원들이 장애아동과 장애아동 부모들이 함께 진행하는 놀이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 것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건담을 좋아하는 영수(가명 25세, 지적장애 2급) 학생의 사연에서 시작됐다.

건담을 사랑하는 사회복지사와 지적장애인의 만남
한 달 여 전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잘생긴 영수 학생이 눈물을 그렁그렁한 채 복지관 사무실을 찾아왔다.
최근 발매한 건담의 부품을 부러뜨렸다며 부품을 구해달라고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최신형 모델이기도 하고 일본 대지진이 겹치기도해 부품을 구할 방법은 딱히 없어 그저 달래고 떼쓰지 못하도록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
박현주 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주말 내내 건담을 만들어 완성한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라 건담을 사랑하는 동지로서 마음이 여간 쓰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 사회복지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문의도 해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도 올려보았지만 유명인도 아닌데 SNS의 기적은 일어날 리 만무했다. 박현주 사회복지사 또한 건담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여성 사회복지사로 영수 학생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박현주 사회복지사는 어린 시절 오빠와 함께 조금씩 용돈을 모아 조그만 건담을 만들던 취미가 성인이 돼 어엿한 사회복지사가 된 지금에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영수 학생과는 복지관 내 북부직업재활시설에서 늘 마주치며 건담을 사랑한다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항상 만나면 건담 이야기, 부품 이야기, 건담 관련 카페를 보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나갔다.

SNS는 사랑을 싣고~
영수 학생의 가슴 아픈 사연을 SNS에 알리고 난 어느 날 SNS를 통한 회신이 왔다. 건담을 사랑하는 영수의 사연과 이를 구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사의 안타까운 사연에 일본 현지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부품을 구해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놀라운 마음 뿐 이었다.

영수를 향한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본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법은 너무 오랜 기간을 소요하니 활동하는 건담 카페에 소식을 알려 가까운 곳에 해당 부품을 가진 분이 없나 알아봐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영수의 아쉬운 마음은 회원들에게 알려졌고 소중한 진심들이 빠르게 퍼져 국내에 부품을 가진 사람을 찾게 됐다.
건담 부품이 복지관으로 도착하던 날 영수는 “진짜요? 정말요? 부품이 왔어요? 일본에서 왔어요? 우와”라며 그간의 모든 실망을 한 번에 씻은 듯 건물이 떠나가라 신이 나서 웃고 떠들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랑나눔의 실천
SNS를 통해 일본에서 시작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은 국내로 번져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영수의 부품을 구하기 위한 글을 올린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카페의 회원들이 영수를 위한 건담 뿐 만 아니라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 청소년 및 장애가정의 아동들을 위한 선물 모으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건담의 부품, 조립 도구, 아동들을 위한 도서 등 카페 회원들의 마음속에 있던 따뜻한 마음들이 세상 밖으로 꺼내지기 시작했다. 물밀 듯이 모여지는 마음들에 이를 시작했던 카페 회원들도 덩달아 훈훈한 마음을 느낀다고 했다.

아빠모임과 보배들의 신나는 놀이체험
8월 6일 토요일, 드디어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의 소모임 ‘아빠모임’ 회원들이 복지관에서 뭉쳤다. 카페를 통해 모아진 소중한 선물들을 들고 복지관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건담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영수의 건담 부품으로 시작된 작은 사건 하나가 각지의 소중한 사랑들을 모아 준 것이다.
박 사회복지사는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이유는 검은 하늘이라는 바탕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반짝반짝 빛내주는 검은 하늘이 되시는 많은 분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라며 감사해 했다.

 글/김인수 기자

사진/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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