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값이 급등하고, 물가가 치솟음에 따라 식당 음식값이 줄줄이 올랐다. 이름 좀 있는 식당에선 간단한 점심 한 끼도 1만 원에 육박한다. 점심값 1만 원 시대. 직장인들은 이제 밥 한 끼 먹으려면 지갑 걱정부터 해야 한다. 저렴한 점심 메뉴 찾기에 열연하고 있는 요즘 직장인들의 모습을 담아 실태를 파악해봤다.

서울 성수동에서 순대국집을 10년 이상 운영한 가게주인 류성호(58)씨도 3~4개월 전에 6500원짜리 순대국을 7000원으로 올렸지만 마진을 겨우 맞추고 있어 걱정이 크다. 그는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값은 두 배로 뛰어 9000원하던 돼지머리가 지금은 1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500원 올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식재료 값 상승폭을 생각하면 1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올리면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못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 인상폭은 500원으로 적은 편이지만 가격에 민감한 직장인들의 발길이 줄면서 매출도 가격을 올리기 전보다 10%정도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에 따른 제도적 지원책 필요해

한국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올 한국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5551원으로 조사됐다. 2009년 12월에는 평균 5193원이던 점심값이 2010년 12월에는 5372원, 2011년 3월에는 5551원까지 올랐다. 남녀직장인 12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5%가 ‘점심값이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

점심메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맛’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응답자가 72.6%로 가장 많았고 ‘가격’이 63.1%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점심식사 장소로는 ‘근처식당’이 74.6%로 가장 많았고 ‘사내식당’이 18.4%, ‘도시락을 싸온다’가 7.1%로 나타났다.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계열 ‘신세이 파이낸셜’의 일본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과 비교할 시 일본은 490엔(약 66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2820달러로 한국의 1인당 GDP 2만591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84% 수준인 한국의 점심값은 비싼 셈이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우리나라 식품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4.4%를 기록했다. OECD 평균 2.8%와 미국 영국 등 주요 7개국(G7)의 평균인 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식 메뉴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높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 회의에서 “음식업계 대표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 하겠다”며 “가격 담합이나 과다 인상이 없었는지 지도점검을 강화 하겠다”라는 엄포를 내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당을 직접 압박해 가격을 규제하기보다는 일본처럼 싸고 맛있는, 경쟁력 있는 식당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특히 곡물 등 상당수의 농산물을 수입한다. 때문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비롯해 식품 재료비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긴요하다.

공동취재/문혜원·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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