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나눔을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을 알려주고 싶어요” 경기도 성남시 금광2동 소재, 달동네 주변의 빈민가 아이들을 위해 배움 터전을 마련한 이가 있다. 바로 ‘꼴지없는 글방’을 운영하고 있는 염오봉 대표. 그는 서로 생각하는 마음 즉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요즘 시대에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어 주위의 박수를 받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다
“‘꼴찌없는 글방’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꼴찌에게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어주고자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꼴지없는 글방을 창업한 염오봉(46) 대표는 지난 2008년 5월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인근에서 작은 야학 동아리로 먼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1년여의 기간을 통해 학생 수가 100여 명으로 늘어나자 경기도청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돼 정부보조금도 받을 정도로 성장하게 됐다.
“기존 공부방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이 수업료나 간식비, 교재비를 받지 않는 ‘무료 공부방’이라는 점과 참가자들의 기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염 대표는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무원으로 10년 동안 일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정책과 현실은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 후, 공무원 일을 포기 하고 직접 사회에서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미국유학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장소와 교과지도 및 영어수업을 직접 병행하게 된다.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궁극적인 목표아래 ‘무료 영어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의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이며, 시간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실시하고 있다. 그는 모든 교육프로그램을 창의적인 교육이념으로 양성하여 아이들에게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게끔 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밖 현실세계에서 자극을 받아 학문적인 능력이나 기술을 개발하도록 이끄는 학습방법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됐습니다. 현재 정부의 지원금으로 현장체험 교육도 실행하는 등 아이들에게 실행 가능한 영어특화교육방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눔의 중고 책 판매로 글방 운영
염 대표는 글방의 ‘무료’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후원의 온정과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직접 글방 자체가 독립적인 힘을 입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중고책 판매’를 통한 글방 운영을 생각하게 됐다.

“금액이 적더라도 그것에 부담을 느껴 찾아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기에 ‘무료’라는 원칙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재활용, 지식의 리사이클링’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이들이 도서관 도서처럼 이용하고, 부담 없이 책을 사 볼 수 있는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책 판매는 또한 글방 운영방식에 공감한 농협 성남 하나로마트와 협의 아래 마트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열흘이라는 한정된 기간이지만 수익도 올릴 수 있었고, 일반인들에게 글방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에 그는 만족해했다.
“‘꼴찌 없는 글방’의 후원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합니다. 일단 판매를 위한 중고책은 전부 기증받은 것들이죠. 기증받은 책이 많아지면서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후원자로부터 본인 소유 창고에 중고책을 보관할 수 있도록 공간도 기부 받았습니다.”
성남시에서 중고책방을 운영하는 후원자는 중고책 판매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자신의 책방에 있는 판매용 중고책을 기증했다.
책 재활용 사업은 현재 `利BOOKS` 라는 북 카페를  2호점까지 오픈했으며 조만간 온라인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후원자의 재능기부와 함께 사랑 나눔 실현
염 대표는 ‘꼴지 없는 글방’을 정부보조금과 몇몇 기업, 개인이 후원을 해주고 있는 상태에 머물지 않고 기존의 학습체제에서 벗어나 자연생태교육, 여름계절학교, 봉사활동, 창업탐방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학생들에게 더 큰 깨달음과 배움의 재미를 느끼게끔 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나눔의 봉사가 무엇인지도 학생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 한다.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글방에 와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경기도 광주지역 일대 텃밭 풀 뽑기도 시켜보기도 한다.
주위의 시선 중 간혹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는 크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왜 학생들에게 그런 힘든 일을 시키냐는 식으로 눈총을 받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교육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봉사정신도 가르쳐 작은 것에도 소중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배려’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염 대표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교육을 중요시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매달 동네 콘서트를 주최해 금광동 인근 슈퍼마켓 주인아저씨가 기타 치는 솜씨가 남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곤 그와 함께 콘서트를 연다. 그들은 아이들과 어른, 주민 모두가 훈훈한 나눔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슈퍼마켓 주인은 이뿐만 아니라 글방에만 특별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으며,  동네 빵집 주인은 아이들 간식으로 빵을 기증하는 등 동네 주민들은 염 대표의 나눔 교육에 감동받아 훈훈한 인심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한다.
“나눔의 마음이 있다면 물질적 기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글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재능 기부를 통해서죠. 재능 기부는 말 그대로 물질이 아닌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소외계층을 위해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글방의 후원자들은 ‘꼴지 없는 글방’과 그를 위해 글방 선생님들의 자원봉사를 자청해 나서기도 한다. 영어, 수학, 과학을 기초부터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야근도 하는 등 아낌없는 정성을 쏟아 염 대표 못지않게 사랑·나눔 봉사를 펼친다.
염 대표는 그런 모습을 보며 흐뭇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하고 느낀다.
이처럼 ‘꼴찌 없는 글방’은 배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써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지식과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교실을 실현하고 있다.
“교육의 격차로 가난을 대물림하고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나눔과 믿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배움터를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 합니다.”

꿈을 잇는 대안학교를 꿈꾸다
많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꼴지 없는 글방’을 퍼뜨리고 싶은 염오봉 대표.
일주일에 2시간씩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 휴일을 이용해 글방을 청소하러 오는 학부모들, 휴일이나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을 자청하는 아이들…. 글방을 찾는 모든 식구들이 저마다 재능을 기부하면서 어느새 나눔은 습관이 됐다. 그는 앞으로 이런 나눔의 기부를 이어받아 새로운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다.
“2년 뒤 꼴지 없는 글방을 모토로 한 ‘대안학교’설립을 세울 생각입니다. 현재 자료, 토지매입 등에 추진 중에 있으며, 준비가 올해 안에 마칠 경우 내년까지 법인 허가를 받아 2013년 3월 중 개교할 예정입니다. 개교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실용만점 영어교육을 양성해 창의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길러줄 생각입니다. 또한 글로벌리더를 양성하는 현장학습체험에 중점을 둬 가능하면 해외유학까지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이 진정으로 무엇이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점점 개인주의, 이기주의, 기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우리 기존 교육방식이 퇴폐해지고 있다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우물 안 개구리 안에 갇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한다.
“특히 부모가 저소득층일 경우 아이들의 사교육에 투자하는 현실에 절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염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비상할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진정한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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