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81세까지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밴드인 ‘상상밴드’.  그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음악의 한 길로만 걸어왔다는 것이다. 60년대 올드팝송부터 남진, 나훈아 등의 우리 대중 향수 음악과 더불어 21세기 유행곡 등 모르는 곡이 없는 그들. 관악기로 모든 곡들을 소화해내는 경쾌한 밴드 ‘상상밴드’의 새로운 음악인생을 들여다봤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상상밴드’ 떴다
서울 종로구 소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난달 16일 방문한 상상밴드의 1층 연습실에는 경쾌하고 유쾌한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렸다. 이들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 그들은 모두 트럼펫, 색소폰 등의 관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날은 매 주 3회 연습하는 일 정 중 하나로 다함께 모여 앞으로 있을 공연을 위한 맹연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김경묵(69) 단장(키보드·음향담당)은 “우리 팀 모두 음악을 한지 50년 이상 된 경력자들”이라며 “매 주 연습하는 날에는 실전처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밴드는 지난해 9월1일, 구립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창단식’을 갖은 후, 지금까지 약 1년여 동안 다양한 활동과 멋진 활약을 바탕으로 서울내 유명한 실버밴드로 자리 잡았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어르신들이 밴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내 각종 공연활동에 참가하며 봉사하고, 여가도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상상밴드를 조성하기 위해 단원을 모집했다.
상상밴드는 단장 외 6명으로, 키보드, 드럼, 리드기타, 트럼본, 트럼펫, 색소폰, 베이스기타로 구성됐으며 64세에서 81세까지의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연습은 주 3회 월요일 오전, 화요일과 금요일은 오후시간때 활용하여 3시간 이상의 정기적인 연습을 통해 정기공연과 외부공연 등 주로 소외 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공연을 하고 있다. 단원에게는 개인 활동비로 월 10만원을 지급한다.
상상밴드 홍보담당 장경훈 씨는 “단원들이 각자의 사회ㆍ문화적 경험을 밴드 활동을 통해 사회와 나누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꾸준한 음악활동을 한 덕분에 매일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력파로 구성된 좋은 친구

상상밴드 전 단원 모두 학창시절부터 음악이 좋아 음악의 길로 뛰어든 일편단심인 만큼 상상밴드 어르신들의 호흡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공연 때마다 놀라운 실력을 발휘해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는다.
김경묵 단장은 “우리 모두 오디션을 통해 어렵게 선발된 단원들인 만큼 서로서로 우정이 각별하다”며 “특히 어떤 음악이든 눈빛, 손짓만으로 척척 연주해내니 연습이나 공연 때나 크게 어려운 점은 없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김 단장은  키보드·섹소폰 담당 외에도 미8군 락 사운드 악단 활동과 왁스 사운드 그룹 활동, 박영주 악단 아코디언 연주 등을 한 바 있으며 전자음향사업을 한 이력도 있어 현재 상상밴드의 중요한 리더멤버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이석명(74·콘도라베이스) 씨는 어렸을 때 들었던 올드 팝송이나 유행팝송 등은 모조리 머릿속에 기억할 만큼 연주곡 기억력에 있어서 뛰어나다.
알고보니 그는 미8군 전속밴드 경험 활동이 40년 이상 되어 왠만한 팝송은 다 알아 ‘팝송박사’라고 부를 정도다.
이 씨는 “상상밴드 이전에 30년 동안 전속밴드에서 쌓은 실력으로 지금의 상상밴드에서 더 낳은 실력을 펼치고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인 윤주복(70·기타) 씨는 기타만 다룬지 50년이므로 누구보다도 기타실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미8군 연주활동 및 대구금호호텔 연주, 나오명 그룹악단 연주활동을 했었다.
특히 멤버 중 정연진(81·드럼) 씨는 상상밴드 단원 중 최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드럼 연주를 선보여 주위를 놀랍게 한다. 정 씨는 상상밴드 시작하기 이전 다양한 쇼 무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상상밴드에서 가장 위력한 실력파 단원으로 통한다. 그는 미 8군 유니버셜소속 문라이트 악단, 활동정영진악단 창단 및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공연관리부장 역임을 한 바 있다. 정 씨는 “음악을 하게 된 것은 가족들 덕 분”이라며 “가족들이 내가 음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 이 나이 때까지 음악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밖에 유호근(65·트럼본), 송학봉(70·트럼펫), 남궁기문(69·섹스폰) 씨 등 모두 담당하는 악기 외에도 다양한 악기를 다루고 방송국 전속 악단 등 풍부한 음악 연주 경험이 있는 실력파다.
상상밴드 단원은 상상밴드를 시작하는 계기에 대해 “노후에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 상상밴드가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한 활동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사랑과 나눔이 있는 봉사 공연활동
상상밴드 단원들은 단순히 음악을 하면서 공연활동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 공연목적은 바로 ‘봉사’이기 때문. 어르신들은 항상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곡 선정과 편곡, 연주 등을 손수 하여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창단 후부터 10월에는 종로구 어르신 노래자랑 공연을 시작으로 같은달 26일 종로저널 창간 18주년 기념행사 공연, 11월 고령자 고용 강조주간 기념 연주, 시니어예술제 참가 등 활동했으며, 올해에는 조계사와 함께하는 어르신 경로잔치 축하공연, 현죽재단 경로잔치 축하공연 등 건강과 노인복지를 생각하는 어르신 잔치 기념 공연에 두루 활동했다. 그리고 특히 지난 7월 20일, 서울시가 주최한 ‘이동치과 운영 2주년’ 기념 특별 진료 행사에서 상상밴드가 초대외어 특별공연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서 상상밴드는 봉사공연밴드로써 관람객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 단원들 모두 뜻 깊은 날로 기억하고 있다. 이날 공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공연을 즐기면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어르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해 주위의 박수를 받았다.
행사는 저소득,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에게 치아검진·잇몸치료·스케일링 등 실시하는 것으로 의료접근성이 낮은 만 65세 이상의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무료치과진료와 무료틀니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밖에도 8월 조선왕실의궤환국기념 일파만파 행사 공연에도 참가해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과 시민들 앞에서 우리 곡, 우리 문화를 알리는 좋은 취지에 한 몫 하여 상상밴드 만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김 단장은 “앞으로 남해에서 열리는 독고영재와 함께 하는 지역행사 공연을 비롯 다채로운 공연이 있어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바쁠 예정”이라며 “어떤 행사든지 이로운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상상밴드의 멋진 활약을 보여줄 것이니 기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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