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들에게 장애인하고 한 시간만 이야기해보라고 말해요. 분명히 생각이 바뀔 거라고. 이야기를 해 본 사람하고 안 해본 사람은 큰 차이가 있어요. 특히 저 같은 장애인을 보면 몸이 이상하니까 혹시 머리도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도 이상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몸으로 이야기하는 1급 뇌성마비 장애인 행위예술가 강성국 씨의 말이다.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 라면을 끓이고 컵을 제대로 들지 못해 빨대로 물을 마셔야 하는 몸의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높은 편견이다.
장애인이 가진 몸의 굴레가 세상 인식의 굴레를 가져오는 것이다. 장애인도 한 사회를 이루는데 필요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확대,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의 확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2008년에 설립된 강서뇌성마비복지관(관장 박세영, 이하 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와 장애인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관에서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전문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 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해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장애인들에게는 성장을, 지역사회에는 변화를 가져오는 지점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때가 되면 장애인 복지관은 필요 없게 되겠죠.”
강서뇌성마비복지관에서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학교 단위로 교육을 실시한다. 중·고등 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이를 봉사활동으로 반영한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아 조금이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면 그 자체가 봉사활동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밖에 복지관에서는 사회복지엑스포, 서울시장애인행사 등 지역 행사에 참여해 장애인 인식 개선 홍보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뇌성마비인을 위한 전문적 사회복지기관
서울시 거주 뇌병변 등록 장애인은 2010년 4분기 기준 45999명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뇌성마비는 뇌의 손상이나 뇌의 발육 이상으로 생겨나는 기능장애로 그 장애상태가 다양하나 대개의 경우 공통된 점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정상 발육이 안 되며, 특히 운동기능에 장애가 오고 시각장애, 지능장애 등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박 관장은 “뇌성마비 장애는 치료가 아닌 ‘재활’에 목적이 있다”며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를 막고,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국내 소아 1000명 당 뇌성마비 아동은 3.2명으로 확인됐다. 뇌성마비의 주요 위험인자인 조산아의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향후 우리나라 뇌성마비 아동의 유병률은 증가할 것으로 조사팀은 예상했다. 기존의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뇌성마비장애인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고려한 서비스가 부족하여 이를 충족시킬만한 뇌성마비장애인 복지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지난 2008년 기금을 조성하여 노원구 다음으로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강서구에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을 설립하게 되었다.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을 찾는 이용객은 하루 평균 180~200명 정도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타 장애인(지체, 척추손상, 소아마비, 지적 장애)이나 비장애인이다. 하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의 교육, 복지, 훈련을 위해 설립된 복지관은 그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나, 비장애인이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박 관장은 “복지관 시설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온 타 장애인이 이용을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하며 “앞으로 복지관을 조금씩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뇌성마비인의 특수성 개별성 고려한 서비스 제공
뇌성마비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단위의 문제가 된다. 뇌성마비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족의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 중 한사람은 전적으로 뇌성마비 아동을 돌보는 것에 치중해야 하고 가족 내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되어 생기는 문제점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복지관에서는 가족지원센터를 두어 가족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은 근육조절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 안에 침이 많이 고이고, 양치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발생하는 구강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없었다. 올해 7월부터 복지관 내에 치료실을 두어 뇌성마비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과전문의의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하여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질환 예방이 가능하게 되었다.
자세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위해 복지관에서는 보조기구 대여사업 및 수리 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맞춤형착석장치 제작 및 지원 사업 등 재활보조기기센터사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복지관에서는 올해 안으로 중증뇌성마비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증뇌성마비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생존에 필요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소통이 단절된 사회처럼 병든 사회는 없다. 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국민적인 수요가 늘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단절보다는 관계의 소통을, 소외보다는 연대를 꿈꾸는 진정한 복지사회를 위해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사진/강서뇌성마비복지관 글/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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