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기 비서관에게 있어 사회 복지 일을 하는 것은 필연과도 같았다. 밝고 적극적인 성격인 그녀가 사회복지에 뜻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구 비서관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자라온 환경이나, 인간관계들이 그녀가 지금 국회에서 일 할 수 있는 단단한 베이스 그라운드가 되었다. 다운증후군을 앓던 막내 삼촌, 집 가까이 있던 복지관, 장애를 가진 친구들, 수화 동아리에서의 활동, 국회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느꼈던 현장 실습 등등. “얼결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는데, 사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라 너무 좋았어요.”

 
구 비서관이 국회에 입문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주최 국회인턴 공모에 지원하여 인턴으로 활동했다. 때는 17대 국회가 처음 열렸을 시점이었고 구 비서관은 열린 우리당 장향숙 의원실로 배치되었다. 학부생으로서 정책 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구 비서관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맡은 일은 정책 쪽은 아니었고, 기획홍보 일을 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국회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구 비서관은 1년 뒤 다시 국회로 일터를 옮겼다.

정부 정책의 허점 찾아 대안 마련 
“우리가 하는 일이 정책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도록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새로 정책을 만들기도 해요.”
실제로 장향숙 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이 같은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군구별로 달랐던 결식아동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학부생으로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졸업논문을 쓸 수 있었고, 지금껏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 사이트 조치결과’를 토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 사이트 차단 조치가 미흡하여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의약품 불법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관련당국에 개선을 촉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이트 차단 조치한 후 점검을 하지 않은 점, 방송통신위원회도 망 사업자에 차단조치 요청 후 확인안 한 점을 들어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다. 그 후 한 번 이상 적발된 불법 판매 사이트에 대해서는 강제적으로 사이트가 차단되는 등 변화를 보였다. 
정책 일에 관여하다 보면 구 비서관의 일상과 맞물리는 경우도 있다. 보육정책 같은 경우에는 그녀가 결혼을 하고 나면 당장 자신의 현실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예사로 느껴지지 않는다.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구 비서관에게 “(정부로부터) 너무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잘 해달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저 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는 하지만, 대책은 그 심각성에 비해 미비하다.
구 비서관은 “보육료 지원은 맞벌이 가정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혜택을 소득 기준으로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무상보육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저 출산을 극복하는 길이다. 소득에 따라 누군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불평등을 지속하면 아이를 낳으려는 가정은 정부의 바람대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복지수요확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구 비서관은 “국민들이 지금껏 복지를 제대로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내도 그 혜택을 받는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
“아직 아무 것도 안 해봤잖아요.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지금 아니면 나중에는 더 못해요. 돈 없는 사람은 소득에 따라 낙인찍힌 채 혜택도 못 받고 세금은 내야 해요. 세금의 양이 문제죠.” 

사회복지사 스스로 권리 내세워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사회복지사가 돼야 해요. 사람을 위해 하는 학문을 배우니까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어야 하고요.”
사회복지학과 출신들이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회복지시설의 수도 한정되어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탓도 있지만, 사회복지학과 출신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낮게 보는 경향도 있다. 사회적 기업 설립, 사회복지전문 매체, 국회 등 일할 수 있는 범위를 넓게 바라보고 다른 쪽으로 교류하면서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구 비서관의 생각이다.
그 동안 사회복지사들은 그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다. 남을 돕는 일을 하기 때문에 엄연한 직업인으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남자)사회복지사가 애 둘 가지면 바로 수급자 된다고 하곤 해요. 사회에서도 사회복지사는 봉사하는 게 일이니까 돈 적게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와 관련된 일이나 사회문제는 바꿔나가야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 보면 인생시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루 24시간을 대략 평균 수명인 80으로 나누면 1년당 18분이 된다. 인생시계로 보자면 구 비서관은 아직 오전 열 시도 안 된 때를 보내고 있다. 자기 안의 열매가 단단해질 수 있도록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가장 뜨거운 한낮을 향해 가고 있다. 10년, 20년 뒤 그녀가 어떤 빛나는 열매를 맺게 될지 기대된다.
사진/구슬기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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