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인 가구 비중 24.4%, 4인가구 앞질러
40대 미혼남, 70대 이상 여성 독거노인 증가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그려보는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미혼의 수가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가족의 상이 변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통해 ‘2010 서울가구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 서울 1인 가구 비중이 24.4%로 가장 높았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는 2000년 16.3%에서 2010년 24.4%로 증가한 반면, 4인가구는 32.1%에서 23.1%로 줄었다. 대표적인 가족형태인 ‘부모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전통 핵가족이 줄고, 1인·부부 구성 ‘소핵가족’이 늘어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인 가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4인 가구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은 60세 이상 및 20~30대에서, 남성은 30~40대에서 많은 증가를 보였다. 10년 동안 전체 1인 가구 증가 중 이들로 인한 증가가 65.1%(22만 9,381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포세대’-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모두 남의 얘기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63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앞으로 결혼을 하겠냐는 질문에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50.2%)’고 대답했다. 이밖에 ‘꼭 해야 한다(47.1%),  ‘하지 않겠다(2.7%)’를 차지했다. ‘결혼적령기는 몇 살인가’라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경우 평균 35세, 여성의 경우 평균 33세라고 답했다.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이영미(29) 씨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큰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곤 한다. 택배는 회사에서 받고 집으로 받지 않는다. 되도록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여자가 혼자 산다고 하면 하다못해 수리공을 집으로 불러도 웃돈을 받거나 불친절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독립하여 혼자 생활한지 11년째인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혼자 사는데 따르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이 씨는 결혼을 굳이 결혼을 해야 할 생각을 느끼지 못한다. 주변에 결혼한 사람도 드물다. 점점 학교 졸업이 늦춰지고 사회에서 직장을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혼은 뒤로 미루게 된다. 이 씨 주변 친구들도 “바탕이 있어야 결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인 바탕’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 오랜 취업 준비 기간, 학자금 대출상환, 치솟은 집값 등 삶에서 과도하게 지출되는 비용들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요즘 20~30대를 가리켜 ‘삼포세대’라고 한다.
청년유니온과 함께 일하는 재단이 지난 6~8월 서울 지역 15~34세 불안정 노동 청년층 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8.5%가 현재 빚이 있다고 답했고, 평균 부채 익수는 1000만 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9.1%만 정규직이었고, 나머지 응답자 중 계약직이 31.1%로 가장 높았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은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겪으면서 청년 비정규직들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취업, 노후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섣불리 누군가를 만날 수도 꿈을 키울 수도 없다. 사회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2030들은 연애도, 결혼도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 여길 수밖에 없다.
소셜데이팅 업체 ‘이츄’가 20세 이상 미혼남녀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의 34.3%가 ‘자신은 삼포세대’라고 답했고, 그 중 여성(41.7%)이 남성(27.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전체의 59.5%가 ‘경제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노원구 공릉동에서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임택용(42) 씨. 그는 현재 결혼 생각이 없지만 30대 중반까지는 남들처럼 가정을 꾸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배경에는 지난 2002년 주식으로 2억 6000만 원의 손실을 가져온 경제적인 위기가 가장 컸다.
임 씨 주변에 40대 미혼남이 10% 정도가 된다. 대체적으로 그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도 임 씨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탓이 크다. 그 이유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부양할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IMF 전까지만 해도 결혼적령기의 나이대가 되면 직업과 생활수준을 떠나 ‘결혼을 해야만’하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업의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지금보다 덜했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국 사회는 중대고비를 맞는다. 그 시절에 사회초년병이었던 지금의 40대들은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모습들을 보았고, 그들 스스로도 취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임 씨는 “힘든 걸 겪어봤기 때문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미래보다 현재를 즐긴다… 다운시프트족 증가
유교사회 개념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미혼인 채 혼자 살아가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에게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 섞인 시선이 미혼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임 씨는 올해 초 직장을 옮기면서 자신이 미혼이라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경험했다. 한 면접관은 그에게 대놓고 “미혼자들은 무책임하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힘들어도 버티는데 미혼자들은 그런 인식이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내색을 비쳤다.
입사 후 인사권을 쥐고 있는 또 다른 상사는 그에게 “이력서 보고 (임 씨가) 혼자라는 부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한국 사회에서 나이 들어서 미혼으로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족쇄’라는 것을 느꼈다.
서른을 앞둔 이 씨는 주위의 30대 중반 이상 미혼녀들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노처녀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나이 먹고 결혼 안 한 여자는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다 싫어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 안하면 문제 있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미혼이라면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 생각도 가지고 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자신의 모습 대신 미혼들은 그 자리를 자유를 만끽하고, 자아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등 개인의 발전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자아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살아가는 미혼들은 ‘다운시프트’ 족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운기프트란 ‘자동차의 기어를 저속으로 전환하다’라는 뜻이고 이차적으로는 ‘자발적으로 일을 부담이 덜 가게 전환함으로써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기혼자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미혼자는 취미 2~3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으며,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다.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방황을 겪지 않고 삶을 계획적으로 살아간다.
임 씨는 검도가 취미이고, 등산을 즐긴다. 내년에 있을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을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치열하게 살기 보다는 ‘나를 위해 좀 더 여유를 갖고 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인가구수 증가는 고독사, 생활형범죄, 노인자살률 증가 우려
전문가들은 2030년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이 25%까지 늘어날 것이며, 1인 가구 수가 471만 3000가구로 2000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1인 가구 수의 증가는 사회 경제가 발달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모습이다. 일본은 현재 세 집 걸러 한 집 꼴로 1인 가구이고 2030년에는 40%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더 이상 타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무연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핏줄과도 인연을 맺지 않음으로써 말년을 쓸쓸하게 고독사하는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에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10명 중 7~8명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소득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사회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상태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으로 몰리기 쉽다”고 보았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 1인 가구는 뚜렷한 직업이 없고 대부분 최저생계비 이하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 문제 외에 사회 병리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생활형 범죄 증가, 고독사 확산, 자살률 상승이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는 2000년 55만 명에서 2010년 102만 명으로 증가, 전체 65세 노령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2020년에는 151만명, 2030년에는 234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65세 이상 노년층의 60퍼센트가 그들의 성인 자녀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대전에 사는 지춘이(74) 씨는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노령연금과 아들네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 달 생활비는 대략 10만~30만 원 정도. 지 씨는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세고 셌다”면서 “자식이 있어도 같이 살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자식 내외와 같이 생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편하기 때문’이라고.
독거노인들은 지 씨처럼 기초노령연금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돈과 공공근로를 통해 얻는 임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공공근로는 보통 동사무소에서 연계해주고 있으며 거리청소, 도로에 나무와 화분식재, 학교 주변 방범활동 등이다. 이러한 일을 통해 한 달 버는 수익금은 20만 원 정도.
지 씨가 아프기 전에는 동네 시장에서 콩나물 다듬는 일을 했다. “어떤 일이든 일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그래도 자식과 함께 사는 것 보단 힘들어도 혼자 사는 것이 뱃속 편하다”고 말했다.
홀몸노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노인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급속도로 고령 사회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최 교수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나 홀로 가구를 케어할 수 있는 지역 단위 통합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주의 심화 도덕성 와해 위험
1인 가구 수의 증가는 사회통합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족 공동체가 기능을 해왔던 정서적 유대감, 인간존중, 경로사상 등 기본적인 가치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사회 속에서 도덕성이 와해되고 범죄로 표출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가족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 50%가 늘었다. 전체 살인 건수 중 존속살인은 2008년 4.0%, 2009년 4.2%으로 소폭 증가했다.
박성주 한국문제해결상담연구소장은 “가족해체 현상이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이기주의의 심화”라고 지적했다.
한 가족상담 전문가는 “가족 내 문제는 사회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다. 외국의 경우 산업화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지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단 기간에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의 단일화는 고립과 소외를 낳는다. 개인 간 소통이 단절되어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도 소중하지만, 공동체 유지를 위한 나눔과 배려의식도 필요하다.
더 이상 생활고로 목숨을 잃는 독거노인이 없도록, 연애와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아이를 마음 편히 낳아 걱정 없이 기를 수 있도록,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지키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자료/통계청, 현대경제연구원, 한국문제해결상담연구소 외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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