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간을 의미하는 숫자 ‘10’이 중복되는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하지만 영아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자는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학생의 신분인 10대 미혼모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미혼모에게 지급되는 양육비는 고작 월 15만원이 전부로 정부의 미혼모 정책이 입양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회전반에서는 아기를 잘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 버리는 비정한 10대 엄마, 왜?
홀로 아기를 낳아 경제적 문제 등으로 아이를 버린 비정한 엄마들이 있다. 이들의 다수는 10대 엄마들이다.
임산부의 날을 닷새 앞둔 지난 10월 5일,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 옥내 소화전에서는 갓난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아기를 숨지게 한 뒤 유기한 이들은 다름 아닌 ‘고교생 엄마·아빠’.
대전에서도 지난 5월 갓 태어난 아기를 살해해 인근 화단에 유기한 10대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울 지하철 7호선 내방역에선 지하철보관함에 유기한 영아가 발견됐다.
10대 청소년 분만은 2006년 1400여건에서, 2009년 2000여건을 넘어 2010년에는 2200여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10대 임신부들은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주위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아이 양육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1년에 10시간 성교육시간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적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할 경우 청소년 상담소나 가까운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청소년 부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경우 양육비와 학습비도 지원된다.
문제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는 지원되는 양육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안 돼 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하는 경우는 종종 일어나고 있다.
생후 두 달 된 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한 30대 여성도 있었다.
충남 예산경찰서에 따르면 42세의  한 여성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은 뒤 교회 앞에 버리고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양육할 형편이 안 돼 이런 일을 저질렀다” 밝혔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낙태가 금지 돼 있다. 이렇다보니 평생 손가락질을 당하느니 차라리 영아를 살해하거나 유기하는 것이 낫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낙태와 입양금지 정책은 강하게 추진하면서 정작 아기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는 여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영아살해와 유기라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혼모 등을 위한 시설과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기관
우리나라에는 임신을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퇴 등을 당하는 10대들을 위한 미혼모 대안 위탁교육이 있다.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광역시·도, 각 시·도교육청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인권위가 ‘학교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자퇴 등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청소년 미혼모가 학업을 유지하도록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설립됐다.
이에 따라 위탁기관은 지난해 7월 인천을 시작으로 현재는 12개 시·도에 15곳이 지정됐다.
하지만 광주, 대전, 전북, 제주는 미혼모를 위한 대안위탁 교육기관이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탁교육 기관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미혼모도 전체 미혼모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 미혼모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9세 이하의 출산은 2915명이고, 2010년은 25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는 아이들은 2.5%에 불과하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각 교육청을 통해 위탁교육시설, 미혼모시설 등과 연계해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학생은 중학생 13명, 고등학생 42명으로 총 68명이 전부였다.
물론 2009년 중학생 3명, 고등학생 1명으로 총 4명에 그쳤던 상황에서 인권위 권고 이후 시도교육청을 통해 위탁시설과 연계되는 학생들이 점진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실제 미혼모 현황에 비하면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다.
박의원은 “아직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모성보호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미혼모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임신 이후 학업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점과 학교 현장에서의 편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몇몇 미혼모 학생들은 “선생님이 내가 임신한걸 알고는 몰래 불러 자퇴하라고 했다”, “학교 소문이 안좋아지니 부모님과 상의해 자퇴하라고 권유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이같이 임신한 학생의 자퇴를 권유하는 것은 임신사실이 생활기록부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절차상 위탁교육을 받은 사실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위탁서류를 준비하면서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도의회 의원은 “미혼모 학생에 대한 비밀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학생들이 위탁교육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 시·도교육청도 이런 제도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교의 장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학생에게 퇴학조치를 하거나 자퇴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교과위에 계류 중이다.

입양부추기는 미혼모정책
미혼모에게 지원되는 양육비는 월 15만원이 전부다.
이렇다보니 혼자가 아이를 키우기에는 벅차 결국 정부의 미혼모 정책이 입양을 부추기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 1인을 양육하기 위해 아동복지시설에 소속된 아동은 ‘기초수급자’로 지정돼 생계비로 약 15만원 가량이 지원된다. 이 외에 학용품 등의 용돈, 복지시설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2011년 기준 1인당 월 약 105만원 가량 지원되고 있다.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의 경우는 약 107만원, 가정위탁의 경우는 양육보조금 10만원을 포함 약 25만원 가량이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친부모인 미혼모가 직접 아이를 양육할 경우에는 5만원(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는 15만원)의 양육비를 받는 게 전부다.
친부모양육에 대한 지원이 가장 많아야 하고, 가정위탁, 그룹홈, 아동복지시설 순으로 지원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정책방향이 거꾸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희 의원은 “시설과 그룹홈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친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것 보다 시설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은 조건이라면 누가 직접 키우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하게 하고, 입양보다는 친부모의 직접양육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미혼모에 지원되는 양육비를 대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의 자녀 양육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양육비와 교육비’가 63.1%로 가장 많았고, ‘양육시간의 부족’이 16.4%, ‘자녀의 훈육지도’가 9.1%, ‘특별히 어려움이 없다’가 6.1%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해외입양은 2009년 1125명에 비해 1013명(41%)으로 줄어들었으며, 국내입양은 1462명(59%)으로 늘어났지만 전체 국내외 입양은 2009년 2439명에서 2475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기준 미국으로 해외 입양되는 아동 중 5위, 해외입양 아동 중 90%가 미혼모 자녀로 조사됐다.
최 의원은 “해외입양이 줄고 국내입양이 늘어나는 추세는 정부가 해외입양 대신 국내입양을 활성화 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전체 입양이 줄어들지 않고 다시 증가한 것은 정부의 미혼모 자립지원 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입양 10명 중 8.5명은 미혼모 아동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총 입양아 수 243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25명(46%)이 해외에 입양됐다. 국내입양은 1314명(54%)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에 발표한 고아입양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입양되는 고아는 2009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총 1만22028명이었으며, 이 중 한국은 1084명(9%)으로 4위를 차지했다.
2008년도 5위에서 4위로 올라선 것이다. 국가별 현황은 중국이 2591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에티오피아(2271명), 러시아(1588명) 순이다.
국내 입양아동 유형을 살펴보면 2009년 기준 총 1314명 입양아 중 중 미혼모 아동이 1116명(84.9%)으로 가장 많았으며 저소득층 가정에서의 입양이 80명(6.2%), 결손가정(72명) 순이었다.
신상진 의원은 “민·관의 오랜 노력으로 국내입양이 국외입양을 초월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 국내입양 건수가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며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고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입양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외 입양은 모두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입양은 2003년도 1564명에서 수차례 증감을 반복하다가 2009년도 1314명으로 최근 7년 동안 16%가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해외입양도 2003년 2287명, 2004년 2258명, 2005년 2101명, 2006년 1899명, 2007년 1264명, 2008년 1250명, 2009년 1125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국내·외 입양 추이를 비교해 보면 2003년도 국외입양 건수가 2287명, 국내입양 건수가 1564명으로 국외입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다가 그 격차가 매년 줄어들어, 2007년도부터는 국내입양 건수가 국외입양 건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입양보다는 양육을 선택한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미혼모지원정책을 세울 때 미혼모들은 과거 입양보다는 양육을 선택하는 양육 미혼모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혜영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국 43개 미혼모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 및 재가 미혼모 517명 가운데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는 42.2%다.
이미 양육하고 있거나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는 57.8%로 나타나 과거에 비해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여성가족부의 조사결과에서도 나오고 있다.
2005년도 여성가족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낙태의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출산하게 됐다고 답한 미혼모와 출산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미혼모 비율이 약 30% 정도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출산 후 31.7%는 양육을, 68.3%는 아기 입양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기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 가운데 37.7%는 경제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의향을 보여 미혼모의 자녀출산 및 양육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2009년 연구결과에서도 경제적 지원이 제공된다면 양육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53.0%, 사회적 편견이 개선된다면 양육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57.0%로 나타나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편견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경우 절반 이상의 미혼모가 양육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미혼모들의 연령과 학력대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5년 조사에서는 26~30세의 비율이 14.3%, 30세 이상이 6.7%에서 2009년도에는 19세 이하가 30.6%, 25~29세 20.9%, 30세 이상 16.7%로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학력은 2009년 조사에서는 고졸> 대재이상> 고교 재학·휴학·중퇴 순이며 과반수 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소지자로 나타났다.
2010년 조사에서는 고교 졸업 이하가 58.6%로 가장 높고 (초)대졸 이상이 27.6%로 전문대 이상의 학력비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김혜영 교수는 “이는 곧 과거에 비해 미혼모가 되는 사유가 다양해졌을 뿐아니라 자녀양육에 대한 선택과정에 있어 자신들의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혼모 특성 변화는 곧 시설입소를 통한 보호기능의 재점검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점차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강하게 영향 받는 젊은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설 운영전반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시설입소 미혼모에게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고용지원서비스를, 재가미혼모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원활히 연결해 줄 수 있도록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정현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자시설에서 퇴소한 미혼모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해 미혼모자시설의 정보와 자원의 원천으로써의 역할, 즉 일종의 허브기관의 설정 및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은나 아침뜰 원장은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들에게 양육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다보니 양육정책만 있지 입양이혼모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렇다보니 입양미혼모들은 더욱 죄인시 되고 있다. 양육과 입양 미혼모 모두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충언했다.

 글/김인수 기자
사진/복지부, 대한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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