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자치와 함께 벽화그리기 릴레이 봉사를 펼쳐 화제가 된 한 특별한 일원이 있다. 이름난 예술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바로 평범한 여고생들이라는데…. 주인공은 해성여자고등학교 미술부 팀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벽에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말들’이라는 주제로 자유자재로 원하는 그림을 그린다. 이들만의 타고난 순수한 감성으로 재미난 그림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봤다.

환경도 조성하고, 아이들의 꿈도 밝혀
지난달 13일 동대문구 전농동 소재의 해성여자고등학교. 오후 3시경 미술부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팀을 이루어 그림에 대한 주제를 논하며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 모두 15일에 있을 벽화 그리기 전시회를 대비하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하고 있는 윤 참 선생님은 학생들과 허물없는 농담도 하며 재미있는 그림 주제 찾기에 함께 열연해 있었다.
“저희 벽화그리기는 지난 8월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 공사 중인 학교의 풍경이 다소 번잡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괜히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 벽화를 그려보면 어떨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하게 됐는데, 학생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됐습니다.”
해성여고 벽화그리기 팀은 각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학업에만 찌들어 있는 학생들에게 위안을 주고 그들이 감수성을 펼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매개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벽화그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미술부 및 기획담당 문과(2명)을 포함 총 21명이며, 외부 학생 약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지난 10월 15일 전농동 동부교육청 벽면 그리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언어와 시각의 복합적 미를 통해 밝은 에너지를 전달받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벽화를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안게 되어 매우 뿌듯하게 벽화그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윤 선생님은 아이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그림그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힘이 난다고 했다. 무엇보다 대중과 교감하는 장르다 보니 의사소통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거리의 미술관 만들다
해성여고 벽화그리기 릴레이 팀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학생들의 노력 덕분이다. 전농 2동 재개발로 인해 우범지역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밝게 조성하자는 취지로 학생들은 스스로 발 벗고 나서 동대문구청과 교육청에 제안을 했다.
“‘꿈’이라는 주제 선정 아래 자유자재로 벽화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기획하는 친구 2명과 함께 직접 자치단체에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윤 참 선생님께서 교육청과 동대문구청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허락을 요청 드렸으나 예산문제가 걸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보자’라는 마음에 저희가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예체능반 반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윤정혜 학생은 지난 9월 동대문구 창의제안대회에서 연극부를 통해 함께 벽화그리기 창작제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당선되었다. 이 때 함께 참여한 학생은 김여진, 성예은 학생 등이다.
이를 계기를 바탕으로 세 명의 학생은 적극적으로 교육청에 지지를 얻게 되었고, 결국 동대문구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아름다운 동대문구 만들기 추진의 일환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게 됐다.
학생들은 이후 이문2동을 시작으로 전농1동, 전농2동 등 15개 지역에서 아낌없는 그림의 열정을 불태웠다. 처음 그린 이문동의 벽화는 뒷골목 계단에 자연을 테마로 4계절을 대표하는 꽃과 나무를 표현했다. 무겁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맨홀뚜껑에 노란 해바라기 꽃을 그려 넣는가 하면, 빗물받이를 몸통으로 앞뒤로 물고기를 표현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사고의 전환을 위한 흔치않은 벽화를 만들어냈다.
전농1동에서 시립대로의 좌우에 위치한 도로변 벽화는 청량리역 역사주변 담장에 역사를 테마로 청소년의 미래의 꿈을 뜻하는 상징적 의미를 표현했다. 뭉게구름이 하얗게 빛나는 푸른창공에서 벽화를 향해 눈길을 돌리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희망을 잠시나마 우리들에게 일깨워주며 마치 앞으로의 도약을 꿈꾸게 하듯 푸르게 빛나고 있다.
전농2동에 위치한 동부교육청 담장벽화는 미술동아리 학생 70명이 직접 참여하여 성장기의 주관심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화제를 낳았다. 또한 어린왕자와 바오밤나무, UFO 등의 환상적인 요소와 꿈, 희망 등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마치 미술관을 걷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소통의 릴레이를 이어가다
벽화 그리기는 수성펜과 물감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일주일 동안 그림을 그린다. 하루당 소요되는 작업시간은 2시간.
그래도 학생들은 힘든 내색도 하지 않고 그림 그릴 때만큼은 활짝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멋진 벽화 그리기가 완성할 수 있는 데에는 또 다른 도움인이 있어 가능했다.
“작업할 때 일러스트 디자이너 선생님인 ‘장석원’ 씨께서 협력하여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블로그에 ‘밥장’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여 그동안 벽화 그리기를 비롯 네팔 봉사 그리기 활동 등 다수의 사진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장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에게 색깔의 통일성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계십니다.”
윤 선생님은 앞으로 장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을 데리고 네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꿈이다.
또한 두 사람은 ‘그림이 세상을 이끄는 힘이다’라고 믿고 있기에 학생들이 그리는 벽화 주제를 ‘꿈이 이루어지는 바다’로 정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들을 쏟아낼 수 있도록 꾸준히 릴레이 벽화 그리기 활동을 계속 할 생각이다.
“이제는 교육적인 차원을 넘어 봉사 차원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변치 않는 한 벽화 그리기는 학생들이 앞으로 미래를 그리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벽화를 통해 세상의 의사소통을 꿈꾸는 해성여고 벽화그리기 팀은 시민과의 간접적인 만남을 위해서 학교 앞에 우체통을 설치했다.
우체통의 역할은 바로 벽화 그리는 것을 통해 시민들의 생각을 직접 편지나 쪽지로 통해 듣고, 보완해야 할 점, 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 등 건의사항 등을 체크하는 소통의 매개체 도구이다.
그림 그리는 것에서부터 누구나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데까지 모두 해성여고 벽화그리기 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도심 속의 소통 역할을 하는데 중심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해성여고 벽화그리기 팀이 앞으로 꾸준히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