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일원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문화적 갈등, 언어적 문제 등으로 특히 아시아권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으로 사망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다문화로 인한 문제의 상처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우리나라 결혼이주여성들의 폭력피해 현상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해결방안은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인 남성과 결혼, 이주여성 매년 증가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결혼은 지난 5년간 50%증가하여 전체 결혼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40%까지 국제결혼 비율이 높아졌다.
현재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고 있으며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행정안전부 집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30만 명을 넘어 전 인구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문화국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 국내 체류외국인의 증가와 더불어 국제결혼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전체 결혼부부 중 1.2%에 불과하던 국제결혼 비율이 2000년대 들어서 10%를 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즉, 10쌍 중 1쌍은 국제결혼이다.
또, 1980년대 이전의 국제결혼은 주로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간에 이뤄졌으나 198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국제결혼이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0’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신부의 결혼 비율은 2000년 59.8%에서 2009년 75.5%로 증가했다.
이러한 국제결혼의 비율은 도시보다 농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은 10쌍 중 4쌍이 국제결혼으로 국내 평균의 4배를 웃돌고 있다. 이러한 농촌지역 국제결혼의 증가는 농촌 여성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의 성비 불균형이 심해지며 가속화됐다.
농촌에 남은 남성들이 혼기를 놓치며, 이를 지켜본 국제결혼중개업자들이 알선에 나서면서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 그리고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결혼 중개가 금지된 나라 출신 여성이 중개업체를 통해 우리나라 남성과 국제결혼 한 비율은 필리핀 19.6%, 베트남 66.6%, 캄보디아 84.2% 등이다. 다시 말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주여성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불행한 결혼 생활 시작되다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인 B(23)씨. 그녀는 지난 2009년 6월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하지만 시집식구들과 갈등으로 인해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편과 시누이,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그는 의사소통 문제, 문화적 차이 등으로 시집식구들과 잦은 실랑이를 벌인다. 특히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는 그런 다툼이 더 자주 일어난다.
B씨가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처음 우리 문화를 접한 건 시어머니와 장을 보는 일이었다. 시어머니는 시장가는 길, 시장에서 가격을 깎는 법, 물건 잘 고르기 등을 설명해줬다. 10여 차례 함께 장을 본 후 시어머니는 B씨 혼자 장을 보라고 했다. 시장에서 오이, 파, 생선 등 그날 저녁 반찬거리를 샀다. 조금 남은 돈으로 과일을 사들고 집에 갔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돈을 함부로 쓴다면서 당장 돈으로 바꿔오라며 그를 집밖으로 내쫓았다.
1년쯤 지나 집안 살림을 B씨 혼자 감당하게 됐다. 한국말이 서툰 B씨는 한 달에 5만원을 주는 생활비로는 턱도 없어 “어머니 돈이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살림도 못하면서 돈만 밝힌다며 오히려 꾸중을 했다. 
심지어 남편과 시누이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도망을 가기 위함이라고 여겨 화장실 가고 장보는 것 이외에는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혹여 모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려면 친구와 친구 남편에게 확인 전화를 한 뒤에야 외출을 허락할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집안일을 하고 잠시 방에 쉬기라도 하면, “젊은 애가 왜 이렇게 게을러”라며 쉬는 일조차 눈치가 보인다. 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임신이 늦어져 시어머니의 또 다른 간섭과 꾸중이 늘었다. B씨는 모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2년여 결혼생활을 하면서 늘 혼자인 거 같아 외롭다고 했다.
또 다른 이주여성인 D(25) 씨는 필리핀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한 지 올해로 4년째이지만, 아직까지 남편과 사이는 어색하다. 남편이 건설 중장비 일을 하는 관계로 거의 매일 집에 들어오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만 2세 된 딸과 시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어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남편조차 때때로 쉬는 날이면 집에 들어와 술을 내놓으라는 등 억지를 부리며 괴롭혀 그녀는 늘 마음이 괴롭다. 어쩔 때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이유가 있어서 그런다며 두둔할 뿐, 오히려 D씨에게 문제가 있다면서 감시를 한다.
그녀는 “모든 걸 버리고 고향으로 가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면서 “아이가 크면 돈도 많이 들어가야 하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
지난 10월 13일 경북 청송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한 결혼이주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 4년차의 이순(가명)씨는 폭행과 욕설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흉기로 살해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성실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중국에서 건너온 피의자 이 씨. 인터넷을 통해 만난 남편과 결혼 했지만, 막상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직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오랫동안 우울증과 기면증을 앓아왔다고 한다. 남편은 낮에는 잠자고 저녁에는 인터넷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정신건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툭하면 구타를 하고 의자를 집어던지며 폭행을 했다.
유치장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를 한 결과 어깨와 손에 타박상에 의한 상처가 있었고, 오른쪽 눈 위는 멍이 든 상태였다고 한다. 이씨 가 결혼생활을 견뎌낸 것은 다른 사람과 달리 자기는 연예결혼을 했다는 자부심과 또 화가 나면 때리다가도 기분 좋으면 잘해줬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씨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을 써서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결혼이주여성과 달리 연애로 만나 결혼까지 성공한 케이스였지만, 자기 고통을 숨기며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을 썼던 이 씨가 남편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두 아이 때문이었다. 이 씨의 남편은 아이들도 발로 차며 폭력을 행사했다. 마트에 4살짜리 아이가 서 있는데 카트를 밀어 죽일 뻔 한 일도 있었다.
시아버지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 전날만 해도 아들이 애들을 죽이고 자기도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칼을 든 것 같다”고 진술했다.

가정폭력 사태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 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가정폭력문제 역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센터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은 불법 국제결혼도 있지만, 국제결혼을 위해 국내로 들어온 이주여성들 대부분이 결혼을 통해서 받은 비자(F-2)를 통해 국내에 체류가 가능한 만큼, 이들은 국내 영유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도 있다”며 “즉, 남자 측에서 “내가 너를 막대한들 어찌할 것이냐”는 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이 가정에서 겪는 부부폭력 발생률을 폭력유형에 따라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성 학대, 방임, 통제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지난 1년간 부부폭력 발생률은 69.1%로 나타났다. 피해율의 경우, 신체적 폭력피해율은 가벼운 폭력과 중한 폭력을 포함해 13.4%이었다. 정서적 폭력은 21.5%로 나타났으며 경제적 폭력이 15.3%, 성학대가 5.2%로 나타났고, 방임이 22.5%, 통제가 47.2%로 집계됐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폭력 유형에서는 정서적 폭력과 통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응답에 따르면 남편으로부터 처음 폭력을 당한 시기는 결혼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인 경우가 45%로 가장 많았다. 결혼 후 1년 미만에 첫 부부폭력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2.5%로 그 다음을 차지했으며 결혼 전 교제기간이라는 응답이 10%, 결혼 후 5년 이후가 2.5%를 차지했다.

이주여성 지원기관에서는 대부분 상담만으로 조치를 완료해 다문화가정 폭력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이 있는 다문화가정 내 성폭력 및 가정폭력사건은 지난 2007년 1793건에서 지난해 6985건으로 4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폭력사건 외에도 다문화가정에서는 부부 및 가족갈등, 법률 및 체류 관련 피해상담이 줄을 이어 2007년 전체 1만8401건에서 지난해 6만1393건으로 무려 4만3000여건이나 늘었다. 하지만 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 피해상담 후 조치한 현황(지난해 기준)을 보면, 직접 상담 또는 2차 상담 권고 등 ‘상담‘으로 조치한 사례가 5만1000여건으로 전체의 90%를 넘는다. 반면 보호시설(0.85%)이나 전문기관(2.57%), 의료기관(0.19%), 수사기관(0.38%) 등 타 기관 연계는 불과 5% 남짓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소장은 “다문화가정을 꾸려서 한국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가정을 보면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본국에 돈을 보낸다든가 고향 방문을 하고 싶은데 여력이 없어 찾지 못하는 등 경제적 문제로 여러 가정불화를 겪기 일쑤”라고 말했다.

한국다문화가정 여성 안전망 절실
한국에선 매년 2만5000여 쌍이 국제결혼을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14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 한국인 가정 자녀들과 차별 없이 학교에 다니고, 취업과 결혼을 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베트남국립정치행정연구원 응오 티 응옥 안(Ngo Thi Ngoc Anh·56) 박사는 지난 10월 14일 재단법인 ‘행복세상’과 한국체육개발원 주최로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전국다문화가족생활체육대회’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안 박사는 “1998년부터 2010년 말까지 29만4080명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민을 떠났는데, 대만으로 간 이가 12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4만여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이민자의 2세들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0 “다문화가정 부모들이 ‘한국에서 잘 가르치면 되지, 무엇 때문에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까지 가르쳐야 하느냐’는 생각이 강한데,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 논의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2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의제화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서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가정경제에 도움을 주는 일자리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들을 잘 도와야 2세들도 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2011년 다문화가정 관련 연구 자료에서 정책수요영역에서 상담업무에 필수적인 재교육과 스트레스 해소 교육에 대해 질문한 결과, 업무 관련 재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4.9%였고,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의 경우는 참여율이 18.2%에 그쳤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0% 이상이 업무 관련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약 78%가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향후 필요한 정부 지원에 대해 질문한 결과, 상담업무 역량강화와 관련한 전문 교육기회의 제공이 40.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임금인상 등의 금전적 지원이 38.6%였다.
연구진은 경기도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 상담 활성화 방안을 통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의 상담 인력 활용의 유연성 확대가 요구와 이를 위해 현직 상담심리전문가, 방문교육지도사, 멘토링제도(지역 유력인사 및 본국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으며, 보다 질 높은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담종사자 전문성 제고 및 처우개선이 시급함. 이에 따라 업무 관련 재교육과 소진(Burn-out)예방 프로그램 실시, 임금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 상담의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 상담기관 평가인증을 실시하고 관련기관의 연계를 구축(‘가칭’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 상담지원협의체)하며 상담대상 및 기법의 다양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 상담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상담 매뉴얼 발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혼이나 임금체불 등으로 사회적응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상담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원방안이 될 수 있다.
결혼이주 여성이 이혼할 경우 자녀 양육권을 얻기 힘들고 경제적으로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도 힘들다. 예전에 우리 부모들이 자식 때문에 이혼하기 힘든 그 상황에 이주 여성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살다보면 어느 날 한계점에 직면하고, 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는 절박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이주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구체적 마련이 시급
지난 2008년 제정되고 시행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이 법의 내용 중 제8조에 다문화가족의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방지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업 내용 중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 중 ‘가족통합 및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에서 5시간의 법률 및 인권교육 안에 국내체류와 인권보호와 권익증진 등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은 다문화가정 내에서의 폭력 등에 대한 예방 및 조기적인 조치가 가능하게 해준다. 2010년 1월 기준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전국에 159개소가 설치돼 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와 중앙센터 등 지역에 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는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577-1366으로 365일 24시간 위기 상담이 가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료참조/결혼이주여성센터 외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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