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정신장애인 시설 탄생시키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 소재의 어느 한적한 동네. 이곳은 주민과 정신장애인이 더불어 살며 한마음·한 가족으로 지내고 있어 주위의 훈훈함을 전한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한 아담한 집에서 바로 그 훈훈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곳은 다름 아닌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한마음 공동체’이다. 시설을 처음 설립한 사람은 최동표(47) 원장. 그는 정신장애인과 일반인이 절대 어울릴 수 없는 관계라는 이상한 편견을 무너뜨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정신장애인과 일반인들이 함께 지낸다는 것이 어쩐지 미덥지 않고, 혹시나 그들이 해꼬지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잘 지내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정신장애인도 약물치료만 꾸준히 하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단지 일반인과 다르다면 마음이 병든 사람일 뿐이죠”
그는 그런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사실 간판이 없다면 사회복귀시설인 것을 알기 어렵다. 거실 입구에 있는 개인별 약품 통, 냉장고에 붙어있는 임무 분담표 같은 것들만이 일반 가정집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처음 이곳에 와서 정신장애인 시설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반대했었습니다. 특히 저희 집 바로 옆집 주인아주머니께서 세 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했었죠.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주민들은 정신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절도, 성추행, 음주소란 사건 등이 일어나면 ‘즉시 떠나겠다’라는 각서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그런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마음 공동체시설이 ‘주민들에게 인정받아야 겠다’라는 생각에 주민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열린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지침 교실ㆍ요리 교실 등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또한 주민을 위한 경로잔치도 열었으며, 주민과 함께 떠나는 테마여행도 매년 한 차례 실시했다. 2005년부터는 대문도 없애 누구든지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했다.
“1998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우리 시설 안의 회원(정신장애인)들은 주민과 어울리며 사는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고, ‘이해 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마음공동체 시설에 있는 회원은 총 30여명이며, 의식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선발하여  개인상담을 통해 자립여부를 판단 후, 훈련 및 교육과정을 거치게 하고 있다.
가사활동 및 여가활동, 지역사회 적응, 직업생활 취업장 방문 등이 그것이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되기까지
최 원장의 현재 신분은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사 직업 분야 중 가장 껄끄럽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택한 것.
그는 이러한 어려운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정신장애를 앓던 친척을 돌본 일이 계기가 됐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일이야 말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13년간 다니던 전북 김제의 대형병원 원무과장직을 그만뒀다. 그리곤 사회복지사들조차 어렵다고 피한다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 1급 과정에 도전했다. 1급을 딴 후, 곧바로 1년 수령기간을 거쳐 2급을 따내었다. 그리고 또 5년 동안의 공부 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냈다. 무엇보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주거시설이 절실하다고 느껴 직접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주위 사람 모두가 말렸지만 그는 퇴직금까지 몽땅 쏟아 부었다.
“병원 일을 하다가 정신장애인 분들을 볼 때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고 갇혀 있는 시설에 대한 변화를 바꿔보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는 현실에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번 그것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가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시설이라고 명칭을 딴 이유도 바로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마음 공동체 시설은 ‘한마음의 집, 한빛하우스, 한 가족’을 통합하여 이름 붙여졌다. 95년 처음 한마음의 집을 설립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 복귀하여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 원장은 사실 시설을 설립하는 데 주변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으면 일을 실천하기가 버거웠을 거라고 고백했다.
“초등학교 동창, 가족 등이 저에게 힘을 실어줬죠. 친구들이 제게 후원을 해주기도 하고, 제 아내가 정신병원 간호사로 있어서 조언의 말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 자녀들이 아빠 힘내라고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면서 응원을 해줬어요. 모두 고마운 분들이죠.”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소외되고 힘없는 이웃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남들처럼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택하게 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최 원장은 이러한 자신의 뜻에 따라 걸어온 결과 2005년 2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수상을 비롯해 2009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2010년 9월 서울복지재단 사회복지시설 프로그램 부문 우수상, 같은해 서울시청 제 11회 사회복지의 날 표창장 등 수여받아 세상 사람들에게 정신장애인 시설의 어려움을 딛고 꿋꿋하게 활동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됐다.
최 원장은 당시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힘들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복하는 꿈을 안고
최 원장은 시설을 이끌어 가는 데 갖는 소신은 ‘정신장애인시설의 어려움을 알리고 시설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이었다.
따라서 그는 주민들의 좋지 않은 반응에 당황치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정신장애인들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열린 시설을 꾸민 것이다.

직접 주민과 정신장애인이 시설 안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게 하여 참여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이들과 직접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니 시간이 흘러 ‘경계의 시선은 차츰 따뜻한 온정으로 바뀌어갔다.
“혹시나 하는 주위의 민원 제기도 있어 처음에 걱정을 했지만 올해 봄에는 거제도로 함께 여행을 갈 정도로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매월 생일잔치에 이웃들이 직접 음식을 마련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설의 재정적 부담은 여전하다. 사회복지사 6명의 인건비를 포함, 시에서 매년 2억  원정도의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한마음공동체에 있는 35명(장애1~3급)을 돌보기에 빠듯하기만 한 실정인 것.
그는 지난 10월 16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정신장애인 시설에 직접 방문하여 선진국과 우리나라 시설 간의 문제를 비교·분석하고 왔다. 이뿐만 아니라 호주 등에도 방문하여 해외 정신장애인 시설은 어떠한지,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고 느껴 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인과 청소년, 일반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에는 관심을 쏟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무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해외에 방문해보니 정말 큰 문제로 인식되어지더군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제가 더 발 벗고 나서서 정신장애인 주거시설의 열악함을 알려 시설보완문제에 신경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신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센터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2020년까지는 한마음공동체를 법인화 된 사회복지시설로 인정받아 안정적인 주거시설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자료도움/한마음공동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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