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대거 집합해 있는 서울역 13번 출구. 이곳에 노숙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며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드림시티’ 운영자인 우연식 씨. 그는 거리의 천사로 불리 우며 노숙인들에게 아들 노릇을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따뜻한 온정 나눔 사랑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훈훈한 봉사활동이야기를 들어봤다.

노숙인 봉사는 삶 그 자체
전국 노숙자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역 광장. 이곳은 유서 깊은 역사만큼이나 서울역 광장 주변에는 언제나 그랬듯 남녀노소 노숙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역 주변에는 1000여 명의 노숙인들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또한 최근에는 서울역 강제 퇴거 조치 이후로 부쩍 노숙인들의 생활은 예전보다 더 어렵다.
이런 그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노숙인 자립쉼터 ‘드림씨티’를 운영하게 된 우연식 씨(49)는 안타까운 노숙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따뜻한 잠자리와 다양한 복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어려서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기회가 찾아와 당장 시작했습니다.”
우 씨는 대학교 졸업 후, 월드비전에서 약 1년 정도 자원봉사활동을 먼저 시작했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소외계층에 속한 이들을 위한 봉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1년부터 소외층 구제단체인 ‘사랑밭’에서 봉사 일을 하게 된다.
“사랑밭에서 2010년까지 일을 했었죠. 그러다 미국으로 파견되는 일이 생겨 그곳에 갔는데, 거기에 있는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맡게 됐습니다. 그러다 그들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미국에서 외국인 최초로 노숙인 자활쉼터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노숙인들의 생활방식과 패턴을 파악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이런 자활쉼터를 운영하면 좋겠다 싶어 작년에 내려와 준비하게 되었죠.”
지난 2005년 허리케인 피해를 당한 미국 뉴올리언스 한인들을 돕기 위한 동포사회의 지원이 쇄도하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저녁급식을 해주는 식량을 싸들고 배턴루지와 뉴올리언스로 달려가 시작하게 된 것이 노숙인들을 돕는 시초가 되었다. 당시 사랑밭(Agape) 선교단체에서 일했던 우씨는 LA 다운타운에서 매일 150∼200명의 노숙자들에게 저녁급식을 했었다.
그는 당시 사랑밭 해외담당 부장으로 일하며 동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때도 10만 달러를 모금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 의약품과 의료지원을 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노숙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만 전념하고 싶어 2010년 4월 ‘드림씨티’를 개원하게 된다.

365일 열린 공간, 드림씨티
“처음에 운영비 350만원으로 시작해 어려움이 많이 따랐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났던 교포 분들이나 함께했었던 동료들이 후원을 해준 덕분에 현재 드림씨티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드림씨티는 365일 24시간 동안 열려 있다. 노숙인들이 언제든지 잠자리가 없으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싶어서이다. 단, 결핵 환자 및 술먹은 사람은 출입을 금하고 있다.

드림씨티는 운영하는 후원금과 사용금은 자세하게 홈페이지나 소식지 통해서 오픈하여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림씨티에 후원해 주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이 힘든데도 어려움에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기에 함부로 돈을 낭비할 수 없고, 쓸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드림씨티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기본적인 잠자리 제공 외에도 의료서비스, 이발, 먹을거리, 짐 보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받게 하고 있다.
주간 하루 300여명, 야간 20여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어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한달 간 1층 공간을 지상/지하로 나뉘어 총 2층의 공간으로 넓혔다. 12월부터 본래의 1층 기존 사역을 중심으로 지하층은 물품보관(가방 400여개) 및 인터넷사용(컴퓨터 10여대) 등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
앞으로는 새 공간에 소그룹 모임방을 별도로 마련하여 바둑, 장기, 등산, 족구, 노래, 밴드활동, 영화 등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활동에서부터 알콜중독치료 등의 경험을 공유하는 상생활동에 이르기까지 모임을 통한 관심사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또한 재정 여건이 좋아진다면, 건물을 새로이 임대하여 환경을 더 넓게 할 예정이며 3층을 세워 노숙인들의 월세 방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시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숙인들의 쪽방은 월 20만원입니다. 저는 드림씨티 안에 쪽방을 만들어 13만원만 받고, 나머지 7만원은 개인 저축을 들게 할 생각입니다. 조금이나마 이 돈이 앞으로 그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저는 드림씨티 식구들이 서로 유대를 강화시키고, 외로움을 달래며 스스로 사회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가능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입니다. 또한 개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손쉬운 부업활동부터 시작해 천천히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마련해 줄 예정입니다.”

서로서로 돕는 노숙인들 만들어
“노숙인들에게 있어 잠자리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잠을 잘 자야 사람이 하루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사람이기에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범죄예방도 줄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사실 미국 노숙인들이 비하면 우리 노숙인들이 순한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노숙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가볍게 보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무기를 휘둘러서 단 번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노숙인들은 대체로 거칠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노숙인들을 바라볼 때 시선을 조금 달리해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그들은 운이 나빠서 노숙인들이 된 것이지, 결코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림씨티를 열게 되면서 우 씨는 노숙인들이 마음을 좀처럼 열지 않아 걱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편안하게 대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그는 노숙인들을 억지로 잘해주지 않는 것이 진정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됐다. 자연히 그들이 드림씨티를 방문하게끔 하여 편안하게 있다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기게 됐다.
“저는 찾아오는 노숙인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많다, 그러니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라’라고요.”

이 때문에 드림씨티 노숙인들은 다른 노숙인들과는 다르게 서로를 배려하는 남다른 행동이 눈에 띈다.
아침에 깨어나면 커피를 서로 타서 나누기도 하며, 먹을거리가 생기면 옆 사람부터 챙긴다. 또는 같은 노숙인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며 무엇이 힘들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저희 드림씨티 안에서 생활하다 자립을 하여 사회로 나가는 노숙인들을 볼 때면 흐뭇합니다. 그리곤 ‘다시는 이곳에 있던 생활을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깨끗하게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경제위기로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의 나눔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한 끼의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가는 거리 노숙인들은 여전히 많다. 특히 한파가 시작되는 겨울, 더욱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이 시대에 우연식 씨와 같은 나눔의 삶이야말로 삭막해지고 있는 세상에 가장 귀한 일의 모범이 되고 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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