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숨은 천사들은 많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나타내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꿋꿋이 봉사를 하며 살아가는 행복을 느낀다. 사실 자원봉사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편이나, 실제로 직접 자신이 참여해 진심이 담긴 봉사를 실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남을 위해 살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을 만나 봉사란 무엇인지, 앞으로 새해소망에 대해 들어봤다.

“행복을 함께 나눠요”

 해피타트 연세대학교 자원봉사 동아리팀 ‘세움’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가짐이 부족한 사람을 가끔 봐요.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봉사를 하죠. 개인목적이 강할 수도 있고, 정말 봉사를 하고 싶어서 일수도 있죠. 문제는 진심이 담긴 봉사를 하는 사람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거죠. 대략 하는 일에 서툴고, 관심을 덜 가지는 사람이 봉사 말고 다른 목적이 있다고 판단 할 뿐이죠. 저는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과는 달라야 된다고 생각해요. 진심이 없으면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봉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2월 5일 연세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연세대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세움’의 회원 김세연(22) 양. 그녀는 봉사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 꼬집어 말했다. 자원봉사활동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봉사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
또 다른 회원이자 ‘세움’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최진영(26) 군은 “제가 해피타트 소속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운 점은 바로 도우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의 상·하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끼리 ‘파트너’라고 부르면서 수혜자가 아닌 서로서로 돕는 개념의 의미로 부른다는 것이에요.
즉, 도움을 받는 사람도 나중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누구나 우리들은 도움을 받고 주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도 세연이가 말한 것처럼 봉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진심이 담긴 봉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 군과 김 양은 해피타트 자원봉사팀 소속으로 소외계층 이웃의 집을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주로 집 고쳐주는 건축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충북 단양 중학교 멘토링을 담당해 도배 및 장판 깔기 등 회원 150여명의 모은 회비나 건축 관련 전시회 상금 등으로 내부공사를 펼치고 있다.
“‘세움’은 2006년부터 동아리가 개설돼 해피타트를 통해서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건축동아리다 보니까 주거 개선 문제에 관한 봉사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 군은 2009년 2학년 군대 제대 후, 봉사의 뜻을 품고 ‘세움’의 한 팀이 되고자 자원봉사를 지원 했다. 김 양은 2010년 대학입학 후, 1학년 때 세움에 지원해 회원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캐다다에서 졸업했어요. 사실 거기서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죠.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공부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어 여유 있게 하고 싶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캐나다는 봉사활동을 학업 점수에 포함하지 않아요.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봉사를 하죠. 또 저의 어머니가 본래 봉사활동을 하신 분이셔서 자연히 본받게 됐어요. 봉사는 습관적으로 자연히 몸에 배게 된 거죠. 한국에 와서는 대학입학 후에 좀 더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싶어서 ‘세움’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세움에 있는 모든 회원들은 좋은사람들이고, 뜻이 맞아 함께 활동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뻐요.”
김 양은 봉사가 습관처럼 삶의 일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봉사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졌고, 그것을 그대로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 그녀는 앞으로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뜻이 맞는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 봉사팀원을 구성해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최 군은 “바쁘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봉사가 일상화가 되어야 바쁘더라도 습관처럼 봉사를 하는 것이죠. 앞으로 사회생활하면서도 결혼 후에도,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닐 생각입니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새해 희망에 대해서는 “요즈음 우리나라가 복지, 복지 하는데, 사실 제가 볼 때에 ‘복지도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은 없는데 ‘무상복지’니, ‘맞춤형 복지’니라며 정부에서는 진짜 어려운 서민의 생활을 잘 모르고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새해에는 실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분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알고 추진하는 보편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아 복지혜택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희망사항을 말했다.
김 양은 “현재 우리나라 복지 현황을 볼 때에 ‘실제 실천률은 과연 얼마 일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욕심만 앞세우고 복지활성화를 내세우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복지가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펼쳐 진정 우리가 원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열린 복지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새해에는 보다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오길 기대했다.

“봉사하면서 진정한 행복 찾았어요”

 동대문구새마을부녀회
주변을 돌아보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이 참 많다. 대부분이 먹고 살기 힘들었던 70~80년대에는 ‘자원봉사’가 발붙이기에는 환경이 너무 척박했다. 서로 가난하니 누굴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히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민들의 생활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졌고, 이에 따라 나눔의 문화로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도 어렵고 힘들게 사는 이웃이 적지 않다. 사고 또는 선천적으로 안게 된 장애인,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 부모 없이 자라고 있는 소년소녀. 이들을 향한 독지가들의 온정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렇듯 어려운 이웃이 급증하던 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동대문구 새마을부녀회는 각자의 ‘전공’을 살려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배달해주기도 하고, 일일찻집 등을 운영해 거둔 수익금으로 다문화가정 결혼 5쌍 만들기, 김장나눔봉사,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금 전달, 독거노인 집 고쳐주기, 청소 및 돌봄 봉사 등을 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결혼시키기는 3년차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며, 결혼에서부터 신혼여행까지 신경 써서 직접 도와주고 있다.
“봉사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남과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에서 꼭 중요한 덕목이죠. 나눔의 기쁨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와줄 때 느낍니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이 모르게 행하여야 진정한 봉사라는 것이죠.”
새마을부녀회 신종순 회장은 젊었을 때부터 자원봉사활동에 가담해 4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에 임했다. 봉사는 결혼 후, 고향에 있는 농촌 사회지구학부에서 활동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생긴 ‘새마을부녀회’에 자전적으로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이후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의 동전 모으기로 시작해서 독거노인 백내장 수술을 비롯 태안 기름유출 봉사, 농촌 일손 돕기 등 어려움이 있는 이웃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한 걸음에 달려가 사랑의 나눔 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부녀회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단체봉사활동 외에도 신 회장은 따로 봉사를 하고 있다. 다문화결손가정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신 회장은 다문화가정에 방문하여 설렁탕을 한 그릇 대접하고, 무엇이 어려운지를 직접 대화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만남을 계속 이어가며 그들의 어려운 고충을 듣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머물고 있는 다문화가정은 결혼생활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간담회나 교육 등을 진행하여 조금이나마 한국에서 잘 적응하여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는 신종순 회장은 2011년 12월로 임기가 끝나 새해부터는 새로운 희망터전 찾기를 꿈꾸고 있다. 새마을부녀회의 또 다른 자원봉사자 이순영 부회장도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봉사로써 삶의 기쁨을 누리고, 나눔에서 오는 사랑의 싹을 키운다.
“부녀회에서 17년 봉사했지만, 봉사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듭니다. 저보다 오랫동안 봉사하신 신 회장의 밑에 있으면서 많이 보고 배우고, 느꼈죠”
봉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는 이 부회장은 수줍은 웃음으로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겸손한 봉사인이다.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쁨을 누리게 된다.
“우리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은 댓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를 하기위해 존재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자원봉사를 나온 회원들로부터 “막상 봉사를 해보니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크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얻는 것이 더 크니 다시 봉사에 동참하고,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봉사에 중독이 된다.
중국의 속담 ‘하루를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한 달이 행복하려면 여행을 가고, 일 년을 행복하게 살려면 결혼을 하라. 그리고 평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봉사를 하라’는 말처럼 봉사를 통한 행복의 추구는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봉사를 통해 얻는 행복은 무엇인가? 신 회장은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듯 누군가를 도울 때 그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가 아닌 ‘우리’를 느낄 수 있게 되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언어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그러나 팔을 걷어붙이고 몸소 체험을 하면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앞으로 소망에 대해 말했다.

서울시민 절반이상 기부·자원봉사 경험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있으며, 해가 갈수록 참가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15세 이상 시민 4만60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54%가 기부나 자원봉사 등 나눔 문화에 동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봉사활동 참여율은 2006년 38.9%에서 2007년 43.5%, 2008년 49.9%, 2009년 51.3%로 꾸준히 늘어 5년 새 15.1%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기부율은 33.5%에서 45.8%로 높아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이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 방식으로는 전화모금방식(ARS)을 이용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현금 기부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물품 기부는 소폭이나마 느는 추세를 보였다. 기부를 하는 사람들 중 현금기부자는 34.8%로 2009년에 비해 증가했으며 기부경로는 주로 ‘모금단체(46.9%)’를 많이 이용했고 이어 언론기관(21.8%), 종교단체(21.1%) 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자원봉사 참여율을 보면 여성이 28.3%로 남성(21%)보다 7.3%포인트 높고, 기부율은 여성이 46.7%로 남성(44.8%)보다 1.9%포인트 높았다.

봉사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흡해
우리나라 총 기부금 비중은 국내총생산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2010 세계 기부지수 조사’에서 8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연말연시에만 반짝하는 한시적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부나 자원봉사 등 나눔 문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자원봉사 참여율은 증가했지만 연평균 참여횟수는 줄었다.
‘연 5회 이상 봉사활동을 한다’는 응답은 2006년 41.4%에서 2010년에는 23.3%로 감소했다. 지난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람 중 ‘연 1∼2회 참여했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미 참여자보다 기부율도 높았다.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자 66.7%가 기부를 해 미 참여자의 기부율 38.9%보다 27.8%포인트나 높았다.
본인의 주관적 계층의식이 상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원봉사 참여율과 기부 경험률이 높았다. 지난해 자신의 계층이 상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37.6%가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60.3%가 기부했다. 자신을 중층이라고 평가한 경우는 27%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50.4%가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원봉사 활동의 분야별 비율은 일반인 대상이 가장 높았고 환경보전, 사회적 약자 계층, 자녀교육 등이 뒤를 이었다.
자원봉사활동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8%로 나타났으며 10대(77.7%)가 가장 높고 60대(7.2%)가 가장 낮았다.
60대 이상은 평균 12.4회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상대적으로 10대가 4.3회로 가장 적게 참여했다. 자원봉사활동 1회당 평균 4.4시간을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꼭 격식을 갖춘 봉사가 아니더라도 길을 가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이웃을 돕는 것도 봉사다. 더 욕심이 나면 봉사단체에 전화 한통만 넣어 하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내비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에 소개한 자원봉사자들 외에도 변함없이 어려운 이웃 곁에서 함께하며 사회를 웃게 하기 위해 봉사를 하는 숨은 천사들은 많다. 쉬운 것 같아도 결코 쉽지 않은 그 길을 가는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

  도움/해피타트, 동대문구자치행정과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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