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직접 배우가 되어 색다른 연극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들은 바로 다문화 극단 ‘샐러드’. 샐러드 단원들은 직접 무대에서 창작극을 선보이며 한국 관람객들에게 이주여성들의 어려운 삶을 코미디 형식으로 담아 이야기 하여 공감을 얻어낸다. 각기 다른 국적과 문화가 다른 이들이 모여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하고도 맛있는 연극 ‘샐러드’를 만났다.

새로운 삶, 연극에 도전
“언어, 문화, 국적이 다른 이주 여성들이지만 자신들처럼 한국에 온 여성들의 처지와 삶을 이해시키고, 함께 사는 가치를 연극으로 알리고 싶어 열정으로 모였습니다. 다국적 이주민으로 구성된 공연예술 창작집단이라는 목적으로 시작했으며, 예전에는 결혼이주여성들 위주로 단원을 선출했으나, 현재는 이와 상관없이 다문화인들이라면 누구나 상관없이 뜻이 맞다면 함께 연극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샐러드를 처음 결성한 박경주 연출자는 본래 다문화 방송 ‘샐러드 tv’를 통해 다문화 문화를 알리는 일을 했다. 그러다 매체를 통해 보도해 나가는 기사가 한정되어있다는 점이 안타까워 좀 더 구체적으로 다문화로 인해 생기는 한국의 도출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자 직접 ‘연극’을 구성하게 됐다.
샐러드는 그리하여 지난 2010년 1월 ‘이주여성 연기 워크숍’에 참가한 중국, 몽골, 터키,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7개국 이주여성 10여명을 먼저 선출하여 다문화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연극으로 풀어보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극단 이름인 ‘샐러드’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하여 채소와 과일, 고기 등 각기 다른 재료가 뒤섞여 고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는 샐러드와 유사하다는 판단에서 따왔다.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주민도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극단이 구성됐습니다. 저희 샐러드는 공연예술 창작집단으로 이주여성 단원들이 직접 공동창작하기도 하고, 다른 기획자 또는 연출자, 작가 등도 작품에 따라 참여하기도 해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결성 당시 샐러드는 이주여성들이 가정생활, 개인사정 등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가 없어 연극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제작비 또는 운영비의 열악성으로 인해 연극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형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창작기부금, 복지 문화 나눔 기부금, 복권 기금 등으로 인한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순회공연이 가능해졌다.
“작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직 샐러드가 운영하는 데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저희는 꾸준히 연극을 이끌어 갈 생각입니다.”
샐러드는 2009년 첫 장작공연 ‘맛있는 레시피’, 전시회 ‘독일 아리랑’, ‘45년에 묻다’, 퍼포먼스 ‘샐러드 왈츠’ 및 다문화체험워크샵 등을 선보였으며 2010년 이후로는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죽음에 관해 다룬 창작공연 존경 받지 모한 죽음 시리즈로 ‘당신을 나를 기억 하는가’, ‘여수 처음 중간 끝’, ‘란의 일기’ 등을 제작해왔으며 아동과 일반 시민의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연극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신나는 아동 극 ‘마리나와 비제’
지난 12월 6일 오후 3시 중부교육청 강당에서 만난 샐러드 단원들은 분주하게 분장 및 공연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바로 1시간 뒤에 있을 ‘마리나와 비제’ 공연을 위해서다.

단원들 중 눈에 띄게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는 로나(33·필리핀) 씨는 주인공 마리나 역을 맡았다.
로나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남자를 만나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려 결혼이주여성이 되었다. 천성 성격이 밝은 그녀는 연극에 관심이 생겨 ‘샐러드’에 참여하게 되었다.
“박 연출자님이 없었으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거에요. 연극을 하면, 너무 즐거워요”
아직은 한국어가 서투른 로나 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연극하는 것만은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연극을 하기 전 본래 필리핀 이주민들만 다니는 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박 연출가의 눈에 띄게 되었고, 연극배우를 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자, 로나 씨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국 대사 외우기가 제일 어렵다는 그녀는 앞으로 계속 샐러드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 비제 역을 맡은 비제(40·네팔) 씨는 실제로 배역 이름과 같다. 그는 지난해 1월 샐러드 극단 오디션에 참여해 발탁된 정 단원이다.
1992년부터 한국에 와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갖은 고생을 다 겪은 다문화이주민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한국인들의 편견 속에서 꿋꿋이 버티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지요. 결혼도 했고 가장이 되자 더욱 사는 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팍팍한 현재를 쫓다보니 어느새 여기 까지 왔네요. 그러다가 ‘샐러드’를 만나게 되었고, 연극을 하게 되면서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비제 씨는 연극을 통해 한국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이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며, 또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고 바램을 이야기 했다.
마리나와 라이벌 친구 역을 맡은 스엔죠(29·중국) 씨도 샐러드의 단원이다. 시작한 지 4개월 밖에 안 되었지만, 연극 할 때만큼은 즐겁다.
“저는 마리나와 비제에서 마리나를 괴롭히는 ‘양수’라는 이름의 한국여자아이 역을 맡았어요. 연극은 다문화 복지관에서 만난 친구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스엔죠 씨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조금은 어렵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다문화를 알리고, 힘들게 한국 생활하는 다문화이주여성들의 안타까운 문제점들을 연극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리나와 비제’는 희곡·연출을 맡은 박경주 씨를 비롯해 조연출 다시마 프롭(몽골), 음악감독인 사토 유끼에(일본), 작곡은 길 하이존(필리핀), 안무는 비말라 슈레스터(네팔) 등이 맡아 아이들에게 맞는 재미있는 창작 아동극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에 배우이자 음악감독에 참여하게 된 사토 유키에 씨는 한국에서 ‘곱창전골’이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다.
“경주씨와 제 친구랑 아는 사이인데, 어떻게 우연히 저를 소개하게 되었고, 경주씨랑 친구가 되었죠. 그런데 경주씨가 ‘마리나와 비제’에 제가 할 수밖에 없는 역을 먼저 만들어 놨더라구요. 하하(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연극을 하게 되었죠”
이윽고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자, 배우들은 일제히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렛삼 삐리리~ 렛삼 삐리리~ 우레라 자웅끼 다라마 번장 렛삼 삐리리~”
처음 보는 생소한 악기들을 다루며 비제가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비제의 나라 네팔의 전통민속동요이다.
유쾌한 듯, 재밌는 율동이 넘치는 이 곡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절로 흥이 나게 해 아이들과 부모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따라 부른다.
‘마리나와 비제’는 주인공인 필리핀 국제결혼 아동 마리나와 네팔 국제결혼 가정 아이 비제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음악연주 대회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음악을 하는 일반가정아이들과 국제결혼 가정 학생들이 사소한 갈등을 극복하고 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문화 사회에서 갖춰야 할 시민의식과 태도를 어린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다.
박 연출자는 “다문화 가정 아동이 주인공인 창작뮤지컬을 통해 한국 사회에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아동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싶었다”며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이지만 수업하는 교실이 아닌 특별활동을 하는 음악실을 무대로 선택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이 음악과 연극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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