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쉽게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할 몫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을 구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마땅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이다. 

‘잘 사는 삶이란 반드시 기부가 필요하다는 윤리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나눔문화) 결과 작년 우리나라 국민의 3명 중 1명은 기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36.4%였다. 기부의 대부분은 현금이었고 1인당 평균 16만7000원을 기부했다. 현금기부자들은 지난 한해 평균 6.1회 기부해 지난 2009년의 5.6회에 비해 빈도수가 늘었다. 현금기부자의 31.2%와 물품기부자의 34.6%는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나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부의 이유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43.3%), ‘기부단체나 직장의 요청’(28.3%)이 있었다. 향후 기부 의향을 묻는 질문에 45.8%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향후 유산을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3%였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을까. 다양한 기부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나에게 맞는 기부방식을 선택해 2012년에는 ‘착하게’ 살아보자. 외식 한 번 안하고, 옷 한 번 안사는 비용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린다 ‘자선단체 기부’

“한 아이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아이에게 직접적인 가난이나 전쟁 등에 관여하진 않았어도 말이죠. 내 생활을 돌이켜보면 하다못해 커피를 마실 때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만 그 커피가 어린이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며 딴 커피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겠다, 부담을 가지고 한 아이를 후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원에 사는 주부 문보경(33) 씨는 국제구호단체 컴패션을 통해 2008년부터 2년간 인도 어린이를 후원했다. 문 씨는 결혼 전 필리핀 바기오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큰 유명한 백화점 뒤로 전기도 나오지 않는 가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담 너머로 전기가 안 들어와서 촛불 켜고 살고 더러운 냇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청난 빈부격차를 눈으로 확인한 그는 ‘왜 아이들이 이러한 가난을 물려받으며 살아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부자들을 마냥 비난하기 보단 책임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귀국 후 2년 간 인도에 살고 있는 ‘샤리니’라는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 아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자기 이름도 못 쓸 정도로 어렸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편지와 사진과 갖가지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험은 문 씨에게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물질적 후원을 넘어 한 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제가 아이를 길러보니까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바로 모성이 생기진 않아요. 내가 아이를 기르면서 정을 쏟으니까 아이가 예뻐 보이는 거죠.”

컴패션(Compassion)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를 후원자와 1:1로 결연하는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다. 현재 컴패션은 26개국에서 11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41여 년 동안 10만 명 이상의 한국 어린이를 후원한 컴패션은 1993년 한국에서 철수하고, 그로부터 10년 뒤 컴패션의 열 번째 후원국이 되어 2003년 한국 컴패션이 설립됐다. 

이 외에 1:1 아동결연 단체로 플랜코리아와 월드비전, 기아대책,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있다. 이러한 단체들을 통해 후원할 국가를 정하고 매월 3만원 안팎의 금액을 후원하게 되면 그 국가의 아이와 결연이 되고 이후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세상과 나눈다 ‘재능기부’

재능기부는 개인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부형태다. 기부 대상자가 다양하고 기부할 수 있는 재능도 다양하다. 금전 기부가 1회성인데 반해 이러한 재능기부는 개인이 가진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기부형태다.

가수 이효리 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유기동물 보호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가 검색포털 네이버 블로그에 자신의 재능을 콘텐츠화하고 사용자는 사이버머니인 콩(한 개당 100원)을 기부하면 실질적인 기부로 진행되는 기부 프로젝트다. 블로그와 카페에 포스트를 남기거나 메일을 쓰면 콩을 받을 수 있고, 카드 포인트를 콩으로 바꿀 수 있다. 콩을 유료로 결제할 수도 있고 은화를 통해 전환이 가능하다. 이효리 씨는 동물보호에 대한 음원을 발표했으며 음원의 수익은 전액 동물보호를 위해 쓰인다.

생활 속에서 쉽게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용 기술, 건축, 도배, 요리, 컴퓨터 등의 자격이나 기술을 활용해 해당단체에 가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등산하기, 독거노인 무료 영정 사진 찍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미술교육 등 자신의 취미나 전공을 살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1365자원봉사포털’(www.1365.go.kr)에서 전국 자원봉사 정보를 찾아 신청부터 봉사인증서발급까지 안내하고 있다. ‘재능을 나눕시다’(www.volunteerkorea.or.kr) 홈페이지에서는 재능기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기부자를 모집하고 있다.

‘나눔넷’(www.nanumnet.or.kr)은 전국 약5만여 나눔 관련 기관 및 시설, 단체(나눔터) 별 기관 현황 및 나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연계하면서 나눔인이 기부 및 자원봉사를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