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
양원석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사회복지학개론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지역사회 문제를 지역사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는 사회복지사가 당사자를 직접 돕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왜 개념과 실제가 다른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먼저 하게 된 것입니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사회복지 개념이 도입된 것이고요.”
현장에 적응해 나가면서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막연하게 ‘좋은 일 하는 것’으로 스스로 규정짓게 되었다. 도움을 줘야 하는 인원은 많고, 그들을 일일이 만나 도움을 주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생긴다. 뜻을 갖고 사회복지계로 뛰어든 사람들은 과연 내가하는 일이 무엇인지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직업의 정체성이 붕괴되고, 점점 다른 길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상쇄하고자, 양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기관과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 정체성에 따라 하는 일을 정하고 조직을 갖추어 그들이 하는 일을 지역사회에 알려서 운영될 수 있도록 브랜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사회복지 영역 내에 긍정적인 유형의 모델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맡고 있다. 
“사회복지는 개인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환경까지 바라보기 때문에 사회복지학에서는 ‘환경 속의 인간’으로 보지 환경을 배제한 체 ‘사람’만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힘들잖아요. 어느 착한 분이 그 자리에 있으면 장애인을 들어드리면 되겠죠. 하지만 장애인이 이용하는 버스 ‘체계’까지 생각해서 본다면 저상버스가 들어오면 되죠. 그러면 장애인 뿐 아니라 유모차 끌고 다니는 사람도 편해질 테고, 모든 이를 위한 것이 됩니다.”

나와 ‘다름’도 수용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야
일산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독거노인 주위의 이웃들을 독려하여 독거노인생활관리를 한 케이스가 있었다. 두 달 안에 다섯 개 동 각 층마다 독거노인 생활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인원을 다 구했다.
“이웃 분들이 봉사라고 생각 안하세요. 옆집에 잘 지내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평소에 있었는데 그 부분을 살려드렸더니 실제로 가능해졌어요. 내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변에 나를 도와주는 봉사자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돕고 나눌 이웃이 내 주위에 많아지면 나는 보통 사람이 되는거에요. 주체성이 살아나죠.”  
내 삶과 타인의 삶이 분리된다고 생각할 때,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할 때,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만연한 사회는 분명 병든 사회다. 정체되고 유리된 사회. 무엇도 변화되지 않고 무엇도 꿈꾸지 않는 사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 안에 어려운 사람과 공생하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되어 적응해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건 내 삶과는 상관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일부를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대상자에게 갖다 줘서 삶은 분리되는 거죠. 서로.”
타인의 어려움이 나의 어려움이고, 사회 전체의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공생과 화합의 정신이 밑바탕에 자리하는 것. 복지사회는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행복권을 누리며 사는 사회가 아닐까.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돕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은 남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며 내 힘을 기를 수 있고, 도움을 주는 이웃 또한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연대의식을 가지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양 사회복지사와 인터뷰를 마치며 사회복지사에 대한 정체성을 나름대로 다시 정해보았다. 사회복지사란, ‘이웃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람’.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