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벽부터 땀을 일구어 일하는 경비원 및 건물청소부 등의 근로자가 노동시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양극화의 그늘 아래 일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 심각한 고충에 대해 들어봤다.

노동시간, 임금, 나이 등 모든 것이 불리해
지난달 17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의 한 단독주택아파트의 경비원 김성길(가명·75) 씨는 경비실에서 CCTV를 바라보며 아파트 감시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점심식사 후, 폐기물 정리 관리 후에 보는 일과다. 대부분 이 시간 때쯤이면 조금 프리해져 가만히 앉아 CCTV를 보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하루 종일 아파트 단속에 신경 쓰는 일을 하다보면 허리도 아프고, 간혹 사나운 입주자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죠.”라며 토로했다. 그는 오전 7~8시에 출근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꼬박 24시간을 근무한다. 다른 경비원 1명과 교대로 근무하고 있지만 교대근무 1명으로는 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람이 없다보니 어쩔 때는 5~9일 동안 연이어 근무하기도 해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면 복도계단, 주차장, 정문까지 청소를 하고, 이어 주차 관리, 음식물 쓰레기 정리, 재활용품 정리 등을 한다. 제일 어려운 일은 택배물건을 맡는 일이다. 사실 이 일은 본디 경비 업무가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주민과 불화가 생기기도 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근무는 야간 업무다.
“야간 순찰을 돌 때 졸음이 쏟아질 때면, 빨리 집에 들어가서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 나이에 이런 일자리가 어딨나 싶어 참고 일합니다.”그는 그렇게 참고 일한지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래도 그의 한 달 월급은 80만원. 입주자 부녀회로 통해 임금을 받고 있다. 김 씨는 “그래도 예전보다 3만원 더 받는 셈”이라며 “부녀회 회장이 차비하라고 3만원 더 챙겨줘서 80만원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서 교대로 근무하는 류종호(62) 씨는 경비원 총 경력은 6년째 되지만 이곳에 온지는 4개월 째 접어든다고 했다. 류 씨는 2005년 경 회사가 부도가 나 실직하게 되어 일할 데가 없어 애를 태우던 중 3100가구가 사는 목동의 큰 아파트단지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며 받는 급여는 월 90만원 안팎이었다. 류 씨는 “예전에 일한 데는 지금보다 더 하면 더했다. 오전 6시부터 출근해 아파트가 크다보니 청소, 전기점검 등 일하는 범위가 컸다”며 “어느 정도 일에 적응한다 싶었더니 나이가 많다고 짜르는 기세가 나오기 시작해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0월 (사)한국경비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4시간 근무 중 주야 각 3시간씩 휴식할 때 133만1450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액수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비 외 업무가 많고,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또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연령은 약 65세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이 60%(102명)가 넘었고, 70세 이상도 18%(31명)에 달했다.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재취업한 ‘황혼 노동’이 대부분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원은 92%(154명)로 나타났다. 휴식시간을 4시간으로 산정했을 때 한 달 총 근무시간은 무려 300시간에 달했다. 노동자의 법정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 한 달 160시간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노동시간은 선을 지나친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조정, 그러나?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100%까지 높일 예정이다. 다만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지난달 초 발표했다.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이 기존 80%에서 90%로 상향된다는 것이다.
또 지원 한도는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수의 20%(대규모 기업은 10%)이며, 시행 첫 해인 올해는 9000여명에 해당하는 45억 원이 해당 사업주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단, 현재 고령자 다수 고용장려금을 지급받고 있거나 지원금 신청 전 3개월, 신청 후 6개월 동안 고령자를 조정할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경비근로자들의 반응은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이 씨는 “뉴스에서 ‘경비원 최저임금’이 논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인력이 줄어서 업무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또 “연장자는 우선 해고되는 상황이다. 차라리 할려면 처음부터 진작에 시행했어야 했다”며 “임금이 오르면 노인보다 젊은 사람들이 고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이 많은 경비원들은 최대한의 최저임금 보장과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입 모아 말했다. 현재 한국경비협회·한국주택관리협회·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은 감단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100% 적용을 유예하자는 주장을 펴는 반면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예정대로 집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용역근로자 월급 79만6천원
유난히 추위가 심했던 지난달 12일 오후 4시30분경.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청소부로 일하는 이순희(가명·52)씨는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는 지하철역 화장실은 지저분하는 것이 현실. 따라서 그녀는 이곳을 청소할 때면 항상 신경이 곤두 서 있다.

그녀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면 그녀는 9시간 동안 일하는 셈이다.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입사한 그녀의 월급은 100만원도 채 안 된다. 이 씨는 “사람들이 정말 화장실을 더럽게 쓰니까 청소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힘들다”며 “하루 동안 거의 허리 쓰고, 몸 쓰는 일을 하는 셈인데 노동하는 것에 비하면 월급이 턱 없이 적어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미아삼거리 소재의 한 백화점건물 앞을 청소하는 박종석(59) 씨는 쓰레기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사는 거주지가 마포구 쪽이라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근무시간에 맞춰오기 위해 서둘러 5시까지 일터에 도착한다. 그 후부터 그는 고된 하루가 시작된다.
3000평 남짓 되는 평수를 10명밖에 안 되는 청소부들과 일을 분담해 계단 및 주차장 복도, 바닥 청소는 물론 화장실 청소, 쓰레기 수거와 분리까지 해내려면 숨 돌릴 틈도 없다. 이날처럼 추운 날씨 때면 백화점 건물 밖에서부터 미아삼거리 4호선 역까지 이어지는 거리를 청소 및 쓰레기 분리수거하기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5시까지 늘 허리를 굽히고 쓰레기를 줍거나 바닥을 닦다 보니 허리디스크 초기 증세도 생겼다. 휴가는 꿈도 꿀 수 없는 주 5일, 하루 8시간 청소를 하며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75만원이다. 이 씨는 “지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라며 “용역업체 파견직으로 처음 2년 계약을 했다 1년을 연장했는데 내년에 업체가 바뀔 예정이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나이에 상관없이 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노동시간에 맞는 합당한 임금을 받아 대우를 받는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25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의 ‘통계로 본 청소 노동자 실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임금 노동자 중 청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총 37만7927명에 달했다. 청소원은 426개 직업 가운데 네 번째로 종사자 수가 많지만 청소원의 평균 임금은 최하위 수준인 월 79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82.8%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중년 여성으로 구성되는 청소 노동자는 이처럼 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家長)’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청소용역 노동자의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가정의 경제활동 가구원 수가 자신 한 명뿐이다’고 답했으며 이들의 부양가족 수는 3.3명이었다. 또한 평균 연령 57.2세, 여성이 74.3%를 차지하는 이들은 월평균 임금 72만2586원을 받았으며 많게는 10년 이상 청소 일을 해왔지만 다수(79.1%)는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 기업이 청소 노동자 대부분을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노동환경 또한 열악해진 탓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근로자에 따른 실질적인 대응방안 필요
2012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연대는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5.2% 인상된 시급 5410원이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재계는 동결(4320원)을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2000년대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영세·한계기업의 경영난 가중, 근로자 고용불안 심화 등 부정적 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결코 높은 편이 아니며, 저임금근로 비중은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실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국제노동기구(ILO)의 입장이다. 때문에 현재의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단계적인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경비원 등 감시단속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노동과 복지 분야 전문가들이 최저임금법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을 노동시장에 자율적으로 맡지 말고 취약근로자나 한계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으로 최저임금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법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홍보 및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경비원들의 최저임금제에 대한 것은 보다 실질적이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대표 입주자와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 부여 및 근무시간 조정, 맞교대 근무자 늘리기, 휴가시간 추가, 24시간 근무가 아닌 밤 10시 퇴근하기, 나이제한 없애기 등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임금산출 계산에 근거한 합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최저 임금 인상만으로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하여 근로빈곤대책을 제시하고, 영세중소기업체에 대한 세제지원도 동시에 강구하여 최저임금이 이행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앞으로 최저임금제도가 당초 목적인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에 기여하고, 사회안정망의 역할도 달성되도록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하여는 노·사간에 충분한 협의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또 노사관계도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추어 상생적 이념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회복지를 달성하는 생존전략임을 인식하는 변화를 모색하는 길이 될 것이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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