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의 거인 한기범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소외계층 어린이 돕기 일환에 앞장서고 있어 화제다. 힘든 시련을 딛고 사회에 좋은 모범이 되고자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꿈나무인 어린이들과 앞으로 밝은 세상을 사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하는 한기범을 만나 따뜻한 사랑나눔이야기를 들어봤다.

파워 농구선수에서 희망나눔을 열기까지
1980~1990년대 농구의 열기는 뜨거웠다. 당시 농구만화 ‘슬램덩크’, 드라마 ‘마지막승부’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농구는 그야말로 인기 스포츠로 떠올랐다. 그 시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인기 대학농구단 경기가 펼쳐질 때면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 등 미남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오빠부대가 총출동하곤 했다. 연예인스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농구전성기였다.
농구 붐을 이끈 선수 중 장신센터 한기범 선수(49)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83년부터 1993년까지 10여 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국내 최고 센터로 이름을 날렸고 1989년 농구대잔치 MVP를 받는 등 한 시절을 풍미했다.
한동안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 졌던 한기범 선수. 농구코트를 떠나 어느새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이지만 2m가 넘는 큰 키에 ‘거인’ 이미지는 여전하다. 그런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다.
“한기범농구교실과 한기범희망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5월에는 어린이날 맞춰서 ‘희망농구 올스타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구선수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총신대학교 정문 앞 한 카페 앞에서 만난 그는 예전의 카리스마 있던 농구선수 시절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지만, 온화하고 기품 있는 미소를 간직한 인상으로 희망나눔재단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기범 대표는 당시 ‘LET`S HAVE HOPE 2011 희망농구 올스타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하여 왕년의 농구 올스타들과 현역 선수들이 참가해 뜻을 함께 하는 데 문을 열었다고 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었습니다. 의정부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의정부 시장님께서 저를 보시면서 ‘나눔’이란 것에 대해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했습니다. 농구인들도 축구처럼 자선경기를 해보면 어떻겠냐 하는 것이었죠. 홍명보 축구교실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였습니다. 친분이 있는 농구인들과 상의해보니 찬성의 뜻을 내비쳤고, 저도 이것으로 좋은 일을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주위의 도움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허재, 강동희, 문경은 선수를 비롯해 김주성, 이규섭, 김효범, 신기성, 하승진 등 내로라하는 전·현직 농구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는 대기업 등에 직접 찾아가서 후원요청을 비롯해 의정부시 후원 및 자선기금 등을 마련하고, 행사 입장수익 전액을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위해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성금으로 기탁했다. 또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여자농구선수 김영희 씨를 돕기도 했다.
한기범희망재단은 심장병 어린이, 다문화가정 어린이, 농구 유망주를 돕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다. 첫 행사였지만 이를 계기로 매년 희망농구 올스타 행사를 열기로 했다.

어려움 딛고 시작한 제2의 인생
“사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전 힘든 일과 마주치며, 해결하느라 급급하게 살았습니다. 30대 후반 때 전 남들보다 실패를 빨리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것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라고 여기기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1997년 화려했던 농구선수 생활을 끝내고 은퇴 후, 그는 구로고등학교 1년, 중앙대학교 2년 동안 농구코치 생활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코치 일을 한다는 것이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압도하며 엄격하게 가르쳐야 하는데, 왠지 스스로 생각해 볼 때 자신과 맞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후 2000년 농구계를 떠났다. 그리곤 그는 키 크는 건강식품(약)을 홈쇼핑에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좋아 순조롭게 팔려나가 대박을 이루었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온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계약체결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좀 남을 잘 믿고 귀가 얇다보니까 이것저것 주위에서 권하는 일을 앞뒤 가리지 않고 시작하다 그만 실패하고 말았던 거죠. 사업의 어려움이 지속되자, 정말 절망했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2년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과 싸워야 했다. 6년 여간 위기를 맞게 된 고된 생활이 지속됐다.
“어쨌든 일어나야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비는 없었고, 그래서 한국심장재단에 제가 직접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2008년 한국심장재단 도움으로 그는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어렵사리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자신이 받은 도움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 수 있을까 고심하다 어린이 심장병 환자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한기범 희망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매년 희망농구 올스타 행사를 열어 입장수익 전액을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비롯해 저소득층, 다문화가정과 농구 꿈나무 지원에 사용할 겁니다. 한기범 희망재단과 협약된 의료기관과 함께 저소득,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도 매월 해줄 생각입니다.”

재미있는 농구교실 개발
그는 사업 실패 후, 건강을 되찾으면서 재기를 꿈꾸기 시작했다. 한기범희망재단을 시작하기 이전에 그는 먼저 한기범농구교실을 마련했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다시 농구계에 몸담아 새로운 재기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
한기범 농구 교실은 매년 상·하반기의 농구대회를 통해 농구 활동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농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농구장을 많이 만들고 싶었습니다. 휠체어 농구팀, 가족농구대회, 어린이 덩크슛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구무대를 펼쳤습니다. 관중석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대단합니다. 앞으로 기업과 각종 단체 후원을 통해 희망 농구장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지자체들도 유휴부지에 농구장을 설립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기범농구교실은 한기범 대표 외에도 프로후배농구선수와 함께 교대로 나뉘어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취미 반은 성인을 비롯해 농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농구를 가르치고 있다.
“이 일이 자리 잡히면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에 직접 방문하여 소외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선경기를 1년에 4번씩 치러 농구에 꿈을 품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하지만 아직 재정여건이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이 많아 요즘 관심이 많다.
“정부에서 현재 예산지원에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본 유지비만 있어도 한기범희망재단과 농구교실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거든요. 물론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후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아직 까지는 많이 미흡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할 부분이 있지요. 앞으로 재단 명의 상가 건물을 소유해 돈 걱정 없이 재단을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메세지를 남겼다.
“희망은 곧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나눔기부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구로 선행을 베풀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한기범 대표. 그는 하루하루 발전하는 가능성을 발견하며 행복한 휴먼네트워크 삶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