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사회복지사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든든한 맏형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타인의 생각을 파악하고 나와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내 것을 고집하면 상대의 생각과 마음이 읽히지 않는다. 류승용 비산종합사회복지관 사무국장은 마음을 열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불가능보다는 ‘가능’에, 생각보다는 ‘행동’에, 실패하더라도 ‘시도’에, 고정보다는 ‘변화’를 지향한다.

그는 작년 2월부터 한 달 간 안식 휴가를 받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왔다. 사회복지사가 안식 휴가를 받은 것은 안양시 최초였다. 한 기관에서 12년 동안 근속하면서 지역의 베테랑 사회복지전문가가 된 류 사무국장.
“저는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사들의 정체성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과연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들을 전문가로 보고 있을까요? ‘생활의 만족을 얼마나 맞춰줄 수 있는가’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있습니다. 깊은 기술보다는 생활 속에서 학문적 지식, 정부정책의 방향, 법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 사회복지사를 제너럴리스트로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친 후배들에게 ‘슈퍼비전’을 심어주다
류 사무국장은 클라이언트(대상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대상자를 만나는 사회복지사들이 대상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여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슈퍼비전’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대상자들이 사회복지사로부터 서비스를 거부할 때면,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정 방문을 나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대상자들에게 막무가내로 서비스를 받겠냐고 하면 대부분 받질 않죠. 사회복지사가 그들의 욕구를 이끌어 내줘야 합니다.”
같이 일하는 열 명의 사회복지사들 간 사이가 돈독한 편이지만, 조직사회다 보니 마음을 툭 터놓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류 사무국장은 가끔 복지관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한다.
“일을 하는 동안 사회복지사들이 소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극복은 개인적 역량이긴 하지만, 저 또한 경험했던 것이기에 마음의 어두움이 느껴지는 사회복지사에게는 직접 다가가 제 얘기를 슬쩍 꺼내기도 합니다.”

가족복지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회복지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대상자들이 있다. 이들은 퇴근 후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밤에 전화를 걸어오면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죠.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밤과 낮 구분 없이 사회복지사에게 연락을 해 오면 그건 ‘집착’입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 간 너무 가까우면 집착이 형성되고, 너무 멀면 신뢰가 형성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류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가 이성 50%, 감성 50%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라이언트와도 남녀사이 연애하는 것처럼 ‘밀고 당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에게 딱 잘라 선을 긋던, 끌려 다니던 간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은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솔직함만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여러 일 중 ‘자원연계’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신입 사회복지사 같은 경우 후원 모금 과정 중에 자존심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후원 모금에 대해 류 사무국장은 “영업사원이 아니기에 당연히(상대로부터) 모금해 달라고 말한다.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말할 수 있다. 내 주머니에 돈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사가 감성과 지성이 반반 씩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감성이 높은 사회복지사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성이 높은 사회복지사는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상자-후원자 욕구 파악은 필수
클리이언트가 있기에 사회복지사도 존재한다. 류 사무국장은 고정관념을 바꿔 상대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복지사라고 말한다. 그는 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 행사를 준비할 때 한 뷔페업체 사장에게 100인 분의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400만~500만 원 정도 드는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되는 행사였다.
그 당시 류 사무국장은 사장에게 “저에게는 큰돈이지만, 사장님은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습니다. 행사를 경험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자라 나중에 사회에 공헌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후원자에게는 자기 재능을 사회와 나눌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로부터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 후로 어르신들의 클래식 음악회 관람, 저소득층 아이들의 스키 체험 등 고정관념을 뒤집는 후원행사가 뒤따랐다. 후원 행사할 때 모금행사도 같이 진행했고, 발생된 모금액으로 독거어르신들에게 난방비를 지원했다.

욕구 파악은 비단 ‘대상자’들에게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들에게 확대한다. 후원금 목록을 수치화하여 후원자들에게 복지관의 투명한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대상자, 후원자 각자가 원하는 바를 긴밀하게 파악하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어떤 행사든 문제는 발생됩니다. 중요한 건 사회복지사가 문제에 어떻게 대처 하느냐죠. 저는 발생된 문제에 대해 사회복지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습니다. 상사가 지시한대로 움직이면 사회복지사는 로봇 워커가 되는 겁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복지사가 성장 합니다.”
류 사무국장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되더라도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고, 우선 일단 해보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다. 사회복지사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류 사무국장 눈에는 실패할 것이 뻔해 보여도 미리 앞서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이 경험해보고 잘못된 것을 아는 것이 자신만의 진정한 ‘노하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 속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사회는 나만 존재하지 않고 타인도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 노인 등은 나와 ‘다르다’인 것이지 내가 그들보다 높고, 그 계층이 낮은 것이 아닙니다. 클라이언트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가 옆에서 조력해야 합니다. 사람은 한 번에 안 바뀝니다. 생각도 성장하고, 변화도 서서히 일어납니다.”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트윗하기

박선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