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이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 아닌 누구든지 가깝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나눔의 행복을 가깝게 느끼며 사는 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전미자 소장의 말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을 찾아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주며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매 순간 그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꾸고 있다.

 :  

복지+디자인을 만들다
전 소장은 1999년 지방에 고건축물 답사를 갔다가 우연히 치매노인시설을 방문한 이후, 열악함에 큰 아픔을 느껴 복지환경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노인 분들이 누워있기만 하면서 아득히 천장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저의 재능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예쁜 공간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행복한 느낌을 가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녀의 가는 길을 바뀌어 놓았다. 이후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복지시설을 다니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변인들은 복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아닌 물리적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염려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복지시설환경이 바뀌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존중한다는 뜻이 전달되고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사회복지에 관련된 용어와 관련 내용들을 다운로드받아 출력하여 다니면서 외우기도 하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회복지대학원을 진학하여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조금씩 더 복지환경디자인이 복지현장에서 정말 중요한 전문영역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고  복지환경디자인 전문가로서 주위 사람들이 저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미자 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건축. 실내디자인을 전공해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와 의료공간디자인연구소장을 역임하고, ‘복지환경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해 ‘복지환경디자인’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하였다.

디자인으로 복지와 소통하다
“환경이 쾌적하면, 사람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긍정적인 삶을 꿈꾸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특히 복지시설은 복지기관과 이용자 특성에 맞게 꾸며지고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안정감을 회복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디자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 소장은 디자인으로 환경과 사람, 모든 것을 변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인간과 환경의 어울림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접근방법도 달라야 하듯이, 디자인도 이용자의 욕구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 관련 시설이라면 노인의 특성을 알고 노인의 욕구를 파악하여 노인에게 맞는 디자인을 하고, 장애인 시설이라면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천장, 벽, 문, 복도, 가구, 색상, 사인 등 실내 환경을 최대한 그들의 특성에 맞도록 구별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켜 디자인 했다. 놀라운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복지환경디자인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내가 노인이라면, 내가 장애인이라면, 이러한 생각으로 그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 가족이  바로 그 대상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될 수밖에 없고.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나의 재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도와야겠다고 생각 한 거죠. 그러고 나니 정말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는 곳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소장은 디자인이 시설 주변의 예술분야와의 접목, 치유의 개념이 도입된 공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효율적이면서도 경제성을 중시하는 복지환경디자인을 만들어 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복지디자인의 새로운 원칙
전 소장은 또한  복지시설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서울시복지시설 디자인가이드라인을 자문하고 만들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 원칙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복지시설 현장을 자주 방문하여 시설에 관한 디자인을 연구하였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적용해 제도적 장벽을 허물고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그녀는 복지시설 관련자들 및 사회복지사 종사자,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디자인으로 다각적으로 소통하며 12년 동안 재능 나눔을 해 오고 있다.
전 소장은 편리하고 안전한 디자인으로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가 깃든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기본 이념으로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시설은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인 것이 사실. 따라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기관들이 많다. 이에 전 소장은 제도적으로 디자인컨설팅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조명, 공간배치, 이동통로, 창틀높이, 손잡이, 화장실, 가구모서리, 재료, 컬러, 사인 등의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사회복지시설 이용자를 배려하는 전문적인 디자인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복지시설에 관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실제로 어떻게 접근하고 적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함께 디자인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노인, 아동, 청소년 등이 이용하는 복지공간을 선정하여 디자인을 적용하는 11개소 행복공간디자인 나눔 컨설팅 사업을 실시하였고, 현재까지 서울시디자인재단과 행복나눔 디자인캠페인을 기획하여 총감독으로 디자인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어 2011년에는 서울시디자인센터의 나눔 사업에 자문위원장으로 17개소 복지시설 디자인나눔사업을 완료했다. 올해 2012년에는 좀 더 많은 사회복지 기관에 기회가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고 있다.

나눔의 연계성으로 힘차게 나아가길
앞으로 전 소장은 보다 체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기관을 도와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재 연구소를 법인허가를 받아 구체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복지디자인이 너무도 중요한 전문분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 복지시설전문디자이너가 거의 없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기관도 없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양성할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는 것도 꿈이죠.”
복합적이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대상자를 정확히 이해를 해야만 그들을 위한 환경을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전 소장의 설명이다.
“기능 보강 사업 같은 경우에 가서 자문을 해 보면 안타까운 일이 너무도 많지요. 결국은 모든 피해를 보는 곳이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사회에서 좋은 힘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그녀는 환경이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나눔의 릴레이를 펼쳐가고 싶어요. 일회성의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저와 뜻을 함께 하는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래요. 자원성의 힘이 곁들어 있는 연계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아가 모두가 자원봉사자가 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전 소장은 봉사란, 나눔이란, 꼭 큰 기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마땅히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바로 사랑을 나누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얼마든지 어려운 사람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눔은 자신의 기쁨으로 돌아온다며 그러한 사실에 오히려 감사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자신을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쁘다며 앞으로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위로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소중히 달려가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