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아동 부모들 허리 휘어지다

중증·중복의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동을 위해 특수휠체어 및 보조기기 지원 등 구체적인 사회지원이 잘 되지 않고 있어 많은 중증장애인 부모들이 비싼 휠체어 금값을 개인으로 부담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아들은 몸에 맞는 보장구 자체가 부족한데다 비용 부담까지 겹쳐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중증장애아를 위해 불합리한 현실과 마주치며 싸우는 부모들을 만나 그 고충을 직접 들어봤다.

특수휠체어는 아이들의 생명과 같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소재 장애지체특수학교 우진학교 주차장에서는 오전9시~10시만 되면 엄마들의 자동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로 중증장애아동들의 등교를 돕기 위해 개인승용차로 휠체어를 씯고 이동하기 때문.
지난달 20일 만난 중증장애아동 부모 엄해경(47)씨와 이정욱(47) 씨도 마찬가지로 아이와 함께 등교를 했다. 매일 오전 10시에 등교하여 오후 3시30분까지 재활치료 및 특수교육 등 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항상 차로 실어다주고 태워다주고 있다.

엄 씨의 아이 이현운(17) 군은 뇌병변장애1급인 선천성 지체장애아이다. 지난해 11월 척수교정수술을 받아 이 군은 거의 휠체어로 생활하고 있다. 이 군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휠체어는 수입특수휠체어로 가격은 300만원대이다. 하지만 보험 적용이 전혀 되지 않고 있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 씨는 “우리 아이처럼 뇌병변장애아동인 경우는 맞춤형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없어 고가로 개인이 부담해서 구입하고 있다”며 “뇌병변장애아동에는 여러 가지 자세 유지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보조기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 모두다 해외에서 수입해 개인으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정욱 씨의 아이 윤민지(17세) 양도 자세문제로 인한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이 군처럼 수술을 했다. 12살때 맞춘 휠체어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지금도 척추 상황은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또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민지는 복합 장애아로 생후 1개월부터 치료하러 다니기 시작했다"라면서 "영아기 때는 유모차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유아기 이후부터는 몸을 전혀 추스르지 못하는 아이에게 적합한 이동기구와 자세유지보조기구를 갖추는 것이 제일 걱정거리였다"라고 고백했다.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심각한 장애가 진행되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는 특수휠체어와 자세유지보조기구(이너)가 필요하다. 각 상황에 맞는 특수휠체어와 자세유지보조기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대를 구입해 어머니들이 대부분 학교와 집, 차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18세 미만 뇌병변 장애아동 475명을 대상으로 한 '뇌병변 장애아동의 자세유지 보조기기 실태 조사' 결과에서 56% 이상이 경제적인 이유와 더불어 정확한 정보의 부재 때문에 자세유지보조기기가 필요함에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 소득이 200-300만 원이하인 가정의 뇌병변 장애아동(166명) 91.57%(152명)가 자세유지 보조기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나, 63.25%(105명)는 자세유지 보조기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자세유지 보조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 씨는 "민지가 만 5세 때는 고관절이 탈구돼 맞춤형 자세 유지 보조기구와 특수휠체어를 사용하게 됐는데, 이너와 특수휠체어 구매비용으로 400만 원이 들었고 가정용 좌식 의자, 맞춤형 자동차 카시트, 목욕 시트, 이너 교체 등에 7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라면서 “뇌병변장애아아동들에게 이런 보조기기 및 휠체어는 생명을 지켜주는 기구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기기 ‘건강보험 적용’ 절실
특수휠체어와 자세유지보조기구(이너)는 현재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보니 그 부담은 100% 고스란히 보모의 몫으로 가는 것.
엄 씨는 지난 2009년 아이들 휠체어에 대한 건강보험적용키를 위해 이 씨(부회장)와 함께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를 결성했다.
엄 씨는 "일반인과 전문의 등 현재 1만 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10월 국회 청원과 공단에도 보험적용을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학교에서는 휠체어가 책상을 대신하는 만큼 교육부, 공단 등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학교 및 교과부에서는 계속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모차 시기 이후부터 평균 5~8회에 걸쳐 200~600여만원에 이르는 자세유지기구와 맞춤형휠체어를 교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월 평균 60여만 원의 유지·보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성장 단계별로 신체조건에 맞게 맞춤형 휠체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가족부는 ‘맞춤형 휠체어 렌털 및 리폼서비스 제공사업’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지난 200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사업은 1년 단위로 계약되며, 최대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즉, 2008년부터 이용하던 장애아동들은 2010년부터는 이 사업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업이 계속될 지 계획이 명확하지 않아 장애아동부모들은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구입시 건강보험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A(실내용, 수·전동휠체어), B(실내외 겸용), C(실외용)으로 나눠진 전동휠체어 중 B와 C등급에만 보험적용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엄 씨를 비롯한 장애아동부모들은 2009년부터 사업이용대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한정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장애아동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사업과 관련한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며 정부의 대책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엄 씨와 이 씨는 “아동들에게 척추측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소화 장애 등 내부질환을 수반하게 돼 결국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수술 후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고 한 번의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재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술비용과 수술 후 일상생활을 위한 재활치료 등의 비용 등은 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계속된다면 이러한 것들은 예방할 수 있고, 의료비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기기 당당히 복지서비스로 나아가야
최근 장애아동을 위한 맞춤형 휠체어 서비스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돼야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작업치료학과 이상헌 교수는 '특건위 출범식 및 중증장애아동의 활동지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18세 미만 뇌병변 장애아동은 성장에 의한 체형변화에 따라 자세유지 보조기기를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전문가가 장애아동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한 후 자세유지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의 체형 변화를 고려한 적절한 자세유지 보조기기 교체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도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하균 의원은 “뇌성마비장애인의 근육경직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톡스주사와 중증지체뇌병변 장애아동이 사용하는 자세보정기구인 '이너(inner)' 및 '포지셔너(positioner)'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치에 맞지 않는 장애인보장구에 대한 보험급여기준 개선과 보장성 확대가 절실히 요구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있어 ‘재활’과 ‘보호’는 당연한 이치이다. 이는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일상생활에서부터 의료, 직업에 이르는 재활이야말로 이상향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에 대한 완전한 재활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보조기구’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사생활을 원만하게 이용 하는 데 편리함의 필수품이 된다. 이것들은 장애인들 가족에게 있어 보조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에서 장애인보조기구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되어야 함을 바로 인식하고 살필 때, 비로소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당당히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도움/ 한벗맞춤보조공학센터,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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